인도보리수나무 이야기

내가 인도보리수나무를 처음 본 곳은 베트남 호치민의 우리 사무실 인근에 자리잡고 있는 넓은 공원에서였다. 베트남은 개인 정원이 별로 없고, 도시 곳곳에 공원이 많이 조성되어 있다. 그래서 그곳에서 휴식도 취하고 산책도 하며 가벼운 운동도 한다. 또한 레스토랑이나 차를 마시는 까페도 주변에 많이 있다. 나도 시간이 나면 항상 큰 연못을 끼고 있는 그 공원을 즐겁게 다니며 아름다운 꽃들과 나무들을 감상한다. 그곳에는 엄청난 크기의 인도보리수나무가 큰 그늘을 지어며 자라고 있는데, 어릴 적 우리집 뒷편에 있던 팽나무 당산목 만큼이나 크고 감동적이었다.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라서 종교 활동이 제한적이지만 불교 문화권 국가의 전통이 있어 곳곳에 사찰이 있고, 사찰에는 인도보리수나무가 한 그루쯤은 심어져 있다.
인도보리수나무의 학명은 Ficus religiosa L. 이며, religiosa는 '종교적'이라는 말이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인도보리수나무 아래에서 6년간 명상을 계속 하였기 때문에 이 나무는 성수로서 불교 문화의 상징이 되어있다. 원산지는 인도로서, 인도에서는 보오나무(Bo tree)라 하고, 실론 말레이지아 등에서는 피팔(Pipal)나무라 하며, 태국에서는 포오나무(Po tree)라 한다.
인도보리수나무를 보면, 잎끝이 꼬리처럼 가늘고 긴 것을 제외하고는, 그 잎이 미류나무 잎을 아주 닮았다. 또한 줄기에 공기뿌리(기근)가 많이 생겨 아래로 뻗고 그것이 땅속으로 들어가 뿌리가 되는 것은 인도고무나무와 비슷하며, 줄기는 세로골이 지고, 옆으로 뻗은 가지에서도 공기뿌리가 아래로 내려와서 박히므로 뿌리줄기가 형성되어, 나무 높이 10~20m, 나무줄기 2m, 주위 6m에 이르는 큰 나무로 성장하게 된다. 더운 열대지방에서는 그 그늘 아래에서 쉬기도 하고 낮잠도 자는데, 한 나무가 100평 정도의 면적을 차지하기도 한다.
인도보리수나무는 인도고무나무와 같은 뽕나무과의 Ficus속이다. 같은 Ficus속의 무화과나무처럼 꽃이 열매 안에 숨어있고, 열매는 지름이 1.5cm 정도로 익으며 암자색이고 식용한다. 종자는 아주 작아서 자연 비산하며, 자연 자생한다.
2014년 1월 박근혜 대통령이 인도를 국빈 방문했을 때 싱 인도 총리로부터 양국간 우호의 상징으로 인도보리수나무를 선물 받았는데, 이 나무는 BC6세기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인도보리수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은 곳인 인도 부다가야 마하보디 사원 구역에 있는 인도보리수나무의 후손이라고 한다. 3월에 경기도 파주시 소홀읍 광릉에 있는 국립 수목원에서 묘목 증정식이 있었는데, 묘목은 높이 30cm로 수목원내 열대 온실에서 관리를 하게된다고 한다.
그런데 현재 인도 가야에 있는 인도보리수나무는 최초의 나무가 아니고, 1885년 쿠닝검(Cuningham)씨가 옛날 위치를 감정하여, 북위 약26°30', 동경 약85° 즉 인도 갠지즈강 상류 켈커타로부터 서부 약 292mile, 가야역의 남 7mile 지점에 다시 심은 것이다.
실론섬에는 수령 2000년 이상된 인도보리수나무가 있는데, 1887년 폭풍에 원대가 꺽어졌으나 생육에는 변함이 없다고 한다. 또 실론섬 베라데니아 식물원에는 1875년에 영국의 에드워드7세가 심은 인도보리수나무가 있다고 한다.
내가 우리나라에서 인도보리수나무를 본 것은 근 년에 경주 보문단지 입구에 세워진 열대식물원인 동궁원에서이다. 동궁원은 버드파크(Bird Park)와 더불어 경주에 수학여행 오는 학생들과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여기에는 바오밥나무를 비롯한 우리가 보기 어려운 많은 종류의 열대식물과 열대 과일나무들을 심어 놓았다.
나는 동궁원에 자주 간다. 거기에서 열대식물을 구경하고 있노라면, 내 젊은 날의 남산 식물원 시절이 생각나서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그들과의 대화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인도보리수나무는 1°c~4°c 에서 월동하며 16°c~30°c 에서 잘 생육하는데, 10°c 이하 온실에서는 완전히 낙엽이 진다.
포항 오어사의 피나무
유럽피나무 (린덴바움)
보리똥나무
열대식물인 인도보리수나무와는 달리 우리나라 사찰에 심어져 있는 보리수나무는 온대 수종이다. 이것은 우리나라 불교가 중국을 통해서 들어오는 과정에서 인도보리수나무와 잎이 닮은 피나무 종류를 보리수나무라고 부른데서 기인한다. 또한 피나무는 피나무과의 식물로 그 열매가 염주를 만드는데 사용되고, 목재로서의 재질이 좋아 사찰을 짓는데 많이 사용되는 것과 연관이 있다. 내가 신라 천년 고찰인 경주 기림사나 포항의 오어사에서 본 자태가 아름다운 보리수나무는 우리나라와 중국 원산인 찰피나무(Tilia mandshurica)인 것으로 생각된다.
보리(Bodhi, 보우디)는 고대 인도말로, 반야심경에도 나오는 '모지'와 같이 읽히는 말이며 모든 법을 깨우쳐 득도 했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식물도감에 나오는 보리수나무는 학명이 Elaeagnus umbellata Thunb.인 보리수나무과의 낙엽 활엽 관목으로서 보리똥나무라고 흔히 불리며, 한자어로도 불교와 관련이 없는 식물이다. 은백색의 잎이 우아하고 높이 3~4m까지 자라며 꽃은 밀원이 좋고, 가을의 적색 열매는 아름다우며 맛이 감미로와 식용으로 좋다. 대학 시절 서울농대 수원 켐퍼스에 보리수나무가 군데군데 있었는데 열매를 따먹은 추억과 관상식물학 연습 시간에 나뭇가지를 작게 꺽어 이름 알아내기 시험을 본 추억이 일찍 돌아가신 염도의 교수님과 함께 새롭다. 또한 교수님은 우리에게 캠퍼스의 피나무와 보리수나무를 보여 주시면서 보리수나무에 관해 열을 올리시곤 했다.
나는 슈베르트의 가곡 '보리수'(겨울 나그네 중 제5곡)를 부르기 좋아한다.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로 독일어를 배웠는데, 선생님은 독일어 시간에 이 노래를 열심히 가르치셨다. 독일어로 린덴바움(Lindenbaum)이라하는 이 나무를 우리는 보리수라 부르지만, 이 나무는 유럽에서 많이 가꾸는 유럽 피나무(Tilia europaea)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열매로 염주를 만들 수 있는 나무를 보리수나무라고 하는 경향이 있다. 열매로 염주를 만드는 나무로는 피나무 이외에도 모감주나무, 무환자나무가 있는데, 염주는 108 번뇌와 관련해서 실에 108개를 꿰어 쓰지만, 그 반인 54개, 또 그 반인 27개의 것도 쓴다.
사라나무
아쇼카나무 (Saraca indica)
석가모니 부처님과 관련해서 우리는 신령스러운 3가지 나무를 얘기 하는데, 석가의 탄생과 결혼에 관련되는 아쇼카(Ashoka)나무와 득도에 관련되는 인도보리수나무, 그리고 열반에 관련되는 사라쌍수이다. 아쇼카나무는 콩과의 키낮은 교목으로 잎이 우리나라 등나무 잎과 닮았고, 향기를 가진 꽃이 4~6월에 많이 핀다. 또한 열반의 나무 사라나무는 학명이 Shorea robusta 이고 상록성 교목으로 나무 높이 30~50m 에 이른다. 사라나무는 수입 목재인 나왕나무와 함께 Shorea속에 속하는 유용한 경제 수종으로 티크에 다음가는 유용재 생산 수종이다.
사라나무의 꽃은 담황색으로 3월경에 꽃이 피고 향기가 있다. 석가가 입멸할 때 꽃색이 모조리 잿빛으로 변했다고 하며, 시상(죽음의 자리) 동서남북 쪽에 각각 한 쌍의 사라나무가 서있었기에 쌍수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사라나무는 잎이 말귀와 닮았다고 해서 마이수라고도 부른다. 또한 사라나무는 열대 수종으로 온대지방인 일본이나 우리나라에서 심을 수 없기 때문에, 잎이 많이 닮은 노각나무를 사라나무 대용으로 심는다.
출처: http://tpkisuk.tistory.com/entry/인도보리수나무-이야기?category=553337 [열대식물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