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 전공의 45% 복귀”… 일부는 근무한척 일시 ‘로그인’
[의료 공백 혼란]
정부 근무여부 현장점검에 ‘꼼수’
전공의 대표들 “업무 명령 철회를”
의대 2000명 증원 백지화 요구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이틀째인 21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한 종합병원 응급의료센터로 한 의사가 들어가고 있다. 전영한 기자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이 ‘2000명 증원 전면 백지화’와 ‘업무개시명령 철회’ 등 7가지 요구 조건을 담은 성명을 발표하며 단체행동을 시작했다. 다만 언제까지 진료 거부를 할 것인지 등 향후 행동계획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20일 임시 대의원 총회를 마친 후 이날 밤늦게 각 병원 대표 82명의 실명이 담긴 성명서를 내고 “정부는 잘못된 정책을 철회하고 비민주적인 탄압을 중단하라”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의 집단행동 금지 명령을 의식해 자신들의 사직서 제출과 근무 이탈을 ‘개별적 행동’이라고 주장해 왔던 이들이 본격적인 단체행동에 돌입한 것이다.
이들은 정부의 증원 규모인 2000명을 두고 “어처구니없는 숫자”라며 “정부가 정치적 표심을 위해 급진적인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가 이달 초 발표한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을 두고 “최선의 진료를 제한하는 내용”이라며 “의사 수를 늘려도 저수가와 의료소송 문제를 우선 해결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전협은 정부에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 설치 △전공의를 겁박하는 부당한 명령 철회 및 정식 사과 △주 80시간에 달하는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등을 요구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일 오후 10시 기준으로 주요 수련 병원 100곳의 전공의 중 63.1%에 해당하는 7813명이 병원 근무를 중단했다. 사직서를 낸 전공의는 8816명으로 71.2%에 달한다. 복지부는 병원 근무를 중단한 6228명에 대해 업무복귀명령을 내렸고 이 중 45%에 해당하는 2851명이 복귀했다.
하지만 일부 전공의들은 정부가 현장 점검을 나오면 병원에 들러 전산망에 접속하고 간단한 진료 처방만 남기는 방식으로 근무하는 것처럼 위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권의 한 대형병원은 전공의들에게 ‘복지부 현장 실사가 예정돼 있어 무작위 연락이 취해질 수 있으니 최대한 병원 인근에 있다가 연락 받으면 바로 올 수 있도록 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라’고 공지하기도 했다. 이런 ‘꼼수 이탈’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병원 이탈률이 정부 발표보다 더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업무개시명령을 받고 복귀한 이들 중 상당수도 실제로는 일을 안 하는 것으로 알려져 의료공백은 여전한 상황이다.
서울의 한 상급 종합병원 관계자는 “업무개시명령을 받고도 복귀하지 않았다는 불이행확인서에 교수가 서명하면 전공의들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에 상당수의 교수들이 서명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조유라 기자, 이지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