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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추억을 싣고…
한식 大家 5인“가을이면 생각나는 내 어머니 손맛” | |
아릿한 가을 내음 때문인지 풍성한 수확 때문인지, 소중한 사람과 그들과 함께 나눈 음식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고개만 돌리면 사방에 돈 주고 사 먹을 게 천지지만 어릴 적 엄마가 해주시던 음식의 손맛을 무엇과 비교할 수 있으랴. 한식 대가들이 가을이면 생각난다는 특별한 음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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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강 선생의 가을 맛 고등어쌈장과 호박잎초밥쌈 “살이 통통하게 오른 고등어는 요즘이 한창 제 맛이죠. 그 맛있는 고등어를 겨울까지 먹기 위해 오래전부터 사용하던 저장 방법이 바로 고등어쌈장입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음식은 고등어를 푹 찐 다음 살만 발라 된장에 섞어 양념을 하면 되는 거예요. 이렇게 만든 고등어쌈장은 오래 저장할 수 있어요. 된장과 어우러져 비린 맛도 나지 않고 영양도 풍부하죠. 어릴 적에는 밥상에 언제 올라오나 목이 빠지게 기다리기도 했어요. 초가을에 제 맛 나는 호박잎에 밥 한 숟가락 올리고 고등어쌈장을 얹어 싸 먹는 쌈밥 하나면 더 바랄 게 없었죠. 그 맛을 살려 요즘에는 초밥에 고추냉이 대신 고등어쌈장을 함께 내는데, 손님 초대상에도 손색이 없는 메뉴로 인기예요. 이때 호박잎 대신 묵은지를 씻어 싸 먹거나, 더덕을 찢어 얹는 등 약간만 변화를 주면 더 맛있고 풍성한 밥상이 차려진답니다.”
recipe 생물 고등어 ½마리, 월계수잎이나 박하잎 1장, 통후추 1작은술, 생강 2톨, 물 4컵, 호박잎 5장, 묵은지 ¼포기, 쪽파 20뿌리, 밥 4공기 쌈장양념 된장 1컵, 다진 마늘 1큰술, 풋고추 2개, 대파 ½대, 맛술·참기름 1큰술씩 배합초 식초 1컵, 소금 4작은술, 맛술 1큰술, 설탕 4큰술
1_고등어는 손질해서 꼬리쪽에 칼을 넣어 포를 뜨듯이 두 쪽으로 나누고 내장을 빼낸 후 깨끗이 씻는다. 2_냄비에 물을 붓고 ①의 고등어와 월계수잎, 통후추, 생강을 넣어 국물이 ¼컵 정도 남을 때까지 중간불에서 푹 끓인다. 국물은 따로 밭아두고 고등어는 살만 발라 잘게 으깬다. 3_②의 국물에 고등어살과 된장, 맛술, 다진 마늘, 송송 썬 풋고추와 대파를 넣고 잠깐 끓인다. 여기에 참기름을 넣어 고등어쌈장을 완성한다. 4_밥을 고슬고슬하게 지어 뜨거울 때 배합초를 넣어 재빨리 고루 뒤적이며 섞어 식힌다. 5_묵은지의 잎은 잘라내고 줄기부분을 2.5×5cm로 썰어 씻은 후 물기를 뺀다. 호박잎은 무르도록 찌고 쪽파는 살짝 데친다. 6_④의 초밥을 먹기 좋게 모양을 잡고 호박잎으로 싸거나 준비한 김치줄기를 올린 뒤 쪽파로 묶는다. 고등어쌈장을 함께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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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숙자 교수의 가을 맛 개성무찜 “예로부터 개성의 가을무는 임금님 수라상에 올라갈 만큼 단단하고 맛이 좋기로 유명했어요. 그래서 그 무로 만든 개성무찜은 고려시대부터 내려오던 전통음식입니다. 개성이 고향인 저는 어릴 적 피란을 나오기 전까지 친구들과 무밭을 지날 때면 흙 묻은 가을무를 서리해서 쓱쓱 닦아 벗겨 먹기도 했죠. 저희 어머님도 고향이 생각날 때면 무찜을 자주 해주셨어요. 이 음식은 닭고기와 쇠고기, 돼지고기 등 찬 기운과 더운 기운의 재료들이 잘 어우러진 음식이라 할 수 있죠. 추석이 다가오면 어머니는 봄부터 기르던 닭을 잡아 이 음식을 만드셨어요. 푹 찐 고기를 먹는 맛도 좋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간간하게 맛이 밴 무의 맛은 입맛 없을 때 최고의 치료약이 된답니다. 손님상에 올릴 때는 무에 칼집을 내서 오색의 소를 끼우면 이만한 고급 음식이 없죠.”
recipe 무 600g, 소금 ½작은술, 돼지갈비·닭고기 150g씩, 쇠고기(사태)·돼지고기(홍두깨살) 100g씩, 은행 10알, 밤 10톨, 대추 10개, 잣 1큰술, 달걀 1개, 물 2컵 양념장 간장 5큰술, 설탕 2큰술, 다진 대파·다진 마늘 1½큰술씩, 생강즙·깨소금·참기름 1큰술씩, 후춧가루·소금 1작은술씩
1_무는 깨끗이 씻어 껍질을 벗겨 2.5×3×1.5cm 정도의 크기로 썰어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살짝 데친다. 2_분량의 재료를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3_돼지갈비는 4cm 정도의 길이로 자르고 쇠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는 4×3×1.5㎝ 정도의 크기로 썰어 ②의 양념장을 ⅔정도 넣고 30분간 잰다. 4_은행은 마른 팬에 볶아 껍질을 벗기고 밤도 껍질을 벗긴다. 대추는 씨를 발라내고 잣은 고깔을 뗀다. 달걀로 황백지단을 부쳐 마름모로 썬다. 5_냄비에 무와 재어둔 고기를 담고 재료가 잠길 정도로 물을 부은 뒤 처음에는 센 불에서 끓이다 불을 줄여 40분 정도 더 끓인다. 6_국물이 반쯤 줄어들면 나머지 양념장과 은행, 밤, 대추, 잣을 넣고 중간불에서 양념장을 끼얹으며 20분 정도 더 윤기 나게 조린 후 황백지단을 올려 상에 낸다.
▶심영순 선생의 가을 맛 해산물토란탕 “10월이면 땀 흘려 농사지은 보람을 제대로 느끼며 감사드릴 수 있는 추석이 있어 그 즐거움이 더하지요. 특히 토란은 이때가 가장 맛있어 추석이면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재료입니다. 예전에는 대가족이 모이면 특별한 음식을 한 가지 정도 준비했는데 맛있는 음식은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매개체가 되어주곤 했죠. 이때 가장 많이 준비하는 것이 바로 탕이에요. 국물 반 재료 반으로 끓여 맛있는 재료를 건져 먹는 것이 바로 탕의 매력이죠. 일반적으로 토란은 들깨국물로 탕을 많이 끓이는데 이것은 아주 간단한 별미이고 반가에서는 토란에 각종 제철 해산물과 밤, 대추 등을 넣고 끓여 가족들을 위한 건강 보양식으로 준비했답니다. 토란의 점액질은 몸의 나쁜 성분을 흡착하여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하지만 손질할 때는 깨끗이 씻어야 해요. 영양 가득한 토란탕으로 그동안 소홀하던 가족 간의 정을 챙겨보세요.”
recipe 토란 300g(청주·향신장 1작은술씩, 육수 ½컵, 참기름 ¼작은술), 대하 3마리, 불린 해삼·전복 1개씩(향신유 1큰술, 향신즙 2큰술, 향신장 1작은술, 소금 약간), 죽순 ¼개, 대추 5개, 밤 5톨, 표고버섯 2장, 풋고추 2개(향신유·향신즙 1큰술씩), 육수 3컵, 향신장 ½큰술, 청주·소금 약간씩
1_토란은 삶아 차가운 물에 씻은 뒤 청주, 향신장, 육수, 참기름을 넣어 조린다. 2_대하는 껍질째 살짝 데친 뒤 껍질을 벗겨 큼직하게 썰고, 불린 해삼도 먹기 좋게 썬다. 전복은 도톰하게 저며 팬에 담아 향신유, 향신즙, 향신장, 소금을 넣고 볶는다. 3_죽순은 사방 4cm 크기로 썰고, 풋고추는 4등분한다. 표고버섯은 도톰하게 저며 팬에 담아 향신유와 향신즙을 넣고 살짝 볶는다. 4_밤은 삶아 껍질을 벗기고 대추는 씨를 빼서 반으로 썬다. 5_냄비에 육수를 담고 ①, ②, ③, ④의 재료를 모두 넣어 끓이다가 향신장과 청주, 소금을 넣어 간을 맞춘다. ※ 향신즙과 향신장, 향신유는 심영순 선생이 직접 만든 천연 양념의 일종. 서로 어울리는 재료와 양념을 우려내 만든 양념장으로 음식 맛을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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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숙년 선생의 가을 맛 곤대곰탕 “토란은 뿌리부터 줄기까지 버릴 것 없이 모두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귀한 식재료 중 하나죠. 완전히 다 자라는 것이 추석 즈음으로 그때는 토란과 토란 줄기를 먹을 수 있어요. 하지만 9월 중순에는 토란이 여물기 전에 줄기에서 자라는 곁가지, 즉 곁순을 잘라 음식에 사용하죠. 곁순을 잘라주는 것은 토란이 잘 자라도록 하는 지혜일 뿐만 아니라 부드러운 곁순을 먹을 수 있어 일석이조랍니다. 토란 곁순은 요즘에는 구하기 힘들지만 우리 어릴 적에는 맛있는 국거리였지요. 서울과 경기도 지방은 예로부터 국을 끓이는 방법이 달랐어요. 국에 양지머리 등의 고기만 넣어 끓이면 제대로 끓인 것이 아니었지요. 그래서 저도 어머니로부터 배워 국을 끓일 때는 곤자소니나 곱창, 허파 등을 함께 넣고 푹 고아 국물을 냅니다. 이렇게 내장을 넣어 끓인 국물에는 특히 된장을 푸는 것이 딱 맞는 음식 궁합이죠. 이렇게 끓인 토장국은 그야말로 서민의 별미음식으로, 가을의 보양식으로 이만한 것이 없답니다.”
recipe 곤대 300g, 애호박 1½개, 양지머리 100g, 곤자소니·곱창·허파 200g씩, 대파 1대, 붉은고추·청양고추 2개씩, 밀가루 ·소금 적당량씩, 된장 3큰술, 쌀뜨물 8컵, 다진 마늘 1큰술
1_곤대는 겉의 얇은 껍질을 벗기고 주물러 씻는다. 애호박은 길이로 2등분해 손으로 뚝뚝 자르고 대파는 어슷 썬다. 고추는 다진다. 2_곤자소니, 곱창, 허파는 볼에 담아 밀가루를 뿌려 주물러 씻은 뒤 소금을 넣고 꼬들꼬들해질 때까지 다시 주물러 씻는다. 양지머리는 찬물에 담가 핏물을 뺀다. 3_냄비에 쌀뜨물을 붓고 된장을 푼 뒤 손질한 ②의 고기를 모두 넣고 1시간 정도 푹 끓인다. 곤자소니, 곱창, 허파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썰고 양지머리는 손으로 잘게 찢어 다시 넣는다. 4_③에 곤대와 애호박, 대파를 넣고 30분 정도 뭉근히 끓인 다음 마늘과 고추를 넣어 간을 맞춘다.
▶박종숙 선생의 가을 맛 돼지갈비풋콩비지찌개 “밭에 탐스럽게 자란 풋콩을 보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구수한 콩밥이 생각나죠. 제 맛이 든 가을 풋콩은 콩비린내가 나지 않고 구수해요. 갈아서 비지찌개를 끓이면 가을 식탁에 딱 어울리는 밥상을 차릴 수 있죠. 비지찌개를 끓일 때는 송송 썬 돼지고기와 묵은 김치를 넣는 것이 떠오르시죠? 하지만 가을배추와 무에 돼지갈비를 넣어 푹 끓이는 것도 정말 별미랍니다. 어디에서도 먹어보지 못한 구수한 어머니의 손맛을 느끼게 될 거예요. 음식은 어떤 재료를 쓰느냐에 따라 그 느낌이 참 달라집니다. 사태 등의 찌개용 고기 대신 돼지갈비를 쓰면 푸짐함이 더하고 갈비를 뜯는 즐거움까지 주어 일반적인 찌개와 다른 고급스러움이 있죠. 가을에는 싱싱한 배추를 데쳐 넣으면 깔끔한 맛이 좋지만 겨울에는 배추 대신 시래기를 넣어 끓이는 것도 별미예요. 재료가 풍성한 가을에 장을 보다 보면 어릴 적 먹던 음식이 생각나서 한 번씩 해 먹고 싶어져요.”
recipe 풋콩 1컵, 물 2컵, 멸치국물 4컵, 돼지갈비 600g(생강즙 ½큰술, 액젓·다진 마늘·참기름·매실청 1큰술씩, 다진 대파 2큰술, 후춧가루 약간), 데친 배추 500g, 무채 150g (다진 마늘·참기름·새우젓 1큰술씩, 다진 대파 2큰술, 후춧가루 약간, 생강즙 ½작은술) 간장양념장 간장 3큰술, 다진 실파 2큰술, 다진 마늘·참기름·고춧가루·깨소금·매실청 1큰술씩 새우젓양념장 새우젓·다진 실파 2큰술씩, 고춧가루·다진 마늘·참기름·깨소금·매실청 1큰술씩
1_데친 배추는 무채와 함께 분량의 양념에 무친다. 2_돼지갈비는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뒤 갈빗대 하나를 기준으로 썰어 분량의 양념을 넣어 쟀다가 냄비에 볶는다. 3_볶은 돼지갈비에 양념한 배추와 무채를 넣어 다시 볶다가 멸치국물을 붓고 푹 끓인다. 4_풋콩은 물을 붓고 곱게 간다. 5_③이 푹 끓으면 ④의 콩물을 살짝 부어 은근히 끓인다. 너무 저으면 콩물이 삭으므로 뭉근히 익힌다. 6_간장양념장과 새우젓양념장을 곁들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