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삶던 날 /정선
처형(妻兄)의 시댁인 강릉에서 옥수수를 보내왔다면서 가져다 먹으
라는 기별이 왔다.
처형은 물론 처제까지 한 동네에 살기에 특별한 먹거리가 생기면
풋고추 한개씩이라도 나누어 먹는 전통에 따라 아내와 함께 처형네
집으로 갔는데 제법 많은 양의 옥수수가 눈에 띠었다.
나와 처제네 각각 스무 통씩 얻어왔는데 껍질을 벗기고 보니 아직
완전히 여물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먹을만한 상태는 되었다.
옥수수 수염은 고혈압과 기타 성인병에 효험이 있다고 하여 한방에서도
약재로 쓰인다고 하는데 평생 혈압약을 달고 사는 아내는 꿩도 먹고
알도 먹는 호재를 만난 셈이다.
옥수수 하면 강원도를 빼놓을 수 없고 강원도 하면 고향을 빼놓을 수
없으며 고향 하면 유년시절의 추억을 빼놓을 수 없다.
지역마다 옥수수의 호칭은 조금씩 다르지만 내 고향에서는 옥수수를
"강냉이"라고 부르는 관계로 그 이름을 강냉이로 부르고 싶다.
예전의 고향에서는 유난히 강냉이 농사를 많이 지었다.
강냉이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비교적 손이 덜 가는 작물이기에
산비탈이든 자갈밭이든 씨만 뿌리면 무성히 자라서 풍성한 수확을 안겨
주는 고마운 곡식이었다. 그러나 경제적인 이해득실을 알 턱이 없는 나는
다만 강냉이가 빨리 자라서 맛있는 간식이 되었으면 하는 일념 뿐이었다.
여름이 시작되면 강냉이 자루에선 볼그족족한 수염이 돋아나는데 나는
그 수염이 빨리 자라서 꾸덕꾸덕 마르기를 학수고대하였다.
수염이 말라야 강냉이도 여문다는 사실을 이미 터득하고 있던터라 밭에
가면 익었나 안익었나를 확인하기 위하여 껍질을 살짝 벗겨서 만져보곤
하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김유정의 소설 "봄봄"에서 봉필이가 점순이
크기만을 기다리는 그런 심정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예나 지금이나 기다리는 일이 지루하기는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중복이 지나면 수염도 생기를 잃어가는데
그것은 곧 강냉이가 여물었다는 신호이기에 기대는 더욱 부풀고 오로지
강냉이 먹을 날짜만 손꼽아 기다렸다.
드디어 어느 날 오후. 한 식구인 이서방 아저씨의 지게에는 보기에도
싱싱한 강냉이 섶이 수북히 실려왔고 아직도 푸른 기운이 그대로인
껍질을 벗기는 일은 일도 아니었다. 껍질을 벗기운 강냉이의 알몸은
눈이 부실 정도로 탐스럽다.
어린 것이 무었을 알까마는 어른이 된 뒤에야 느껴 본 감정이니 달리
생각하지는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첫 강냉이를 삶는 날은 감자를 찌는 날과는 달리 온 집안에 구수한 냄새가
진동하고 생기가 돌았는데, 솥에서 갓 꺼낸 강냉이가 얼마나 뜨거운지
맨손으로는 잡을 수 없어서 껍질로 싼다음 들고 다니며 먹기도 했다.
강냉이를 먹는 모습은 하모니카를 부는 모습과 흡사하다고 하여 강냉이를
하모니카에 비유하기도 하였는데 음악적 재능과는 별개로 나는 어려서
부터 하모니카를 잘 불었다.
외지에서 학교를 다니던 형님이 하모니카를 가져오면 몰래 들고나가 장님
코끼리 만지는 감각으로 음계를 익혀 불기 시작하였는데 악보도 모르면서
단기간에 큰 진전을 보여 밤이면 마을 앞 냇가에 나가 구성진 가락을
연주(?)하곤 하였다.
보이는 것이라곤 까만 허공에 줄을 긋고 다니는 반딧불과 쏟아질듯 하늘을
뒤덮은 별과 물소리와 풀벌레 소리...
적막 속에서 들리는 하모니카 소리는 독특하게 애수를 자아낸다.
옛날 총각들이 맘에드는 처녀의 환심을 사기 위하여 하모니카를 이용했다는
말은 거짓말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하모니카 소리는 사람의 애간장을
녹이는 묘한 매력을 갖고 있는데 얼마 전 하모니카가 보이기에 한자락
연주를 하였더니 아내가 감탄스런 눈으로 바라보기에 왜 이것을 진작
사용하지 못했을까, 그랬더라면 작업이 훨씬 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다고 프로급의 연주실력은 절대 아님을 고백합니다.
강냉이는 혼자 먹는 음식이 아니다.
먹다가 누구라도 만나면 반을 툭 잘라 건네주며 함께 인정을 나누는
구수하고 감칠맛 나는 그런 곡식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내 고향에서는
강냉이 농사를 많이 짓지 않는다. 문제는 일손이 없다는 것과 노력에 비하여
소득이 낮다는 것이 그 주된 이유겠지만 지어도 먹을 사람이 없다는 것도
이유중의 하나가 될성싶다.
어쩌다 고향에 갈 때면 혼자 사시는 형수님은 강냉이를 가져가라며 망태기를
들고 텃밭으로 향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처형네 집에서 얻어 온 강냉이를 삶았다며 먹으라고 권해도 나는 아직 강냉이를
입에 대지 않았다.
근래에 소화력이 좋지않은 이유도 있지만 별로 먹고싶은 생각이 없어서
본체만체하고 있는데 그것이 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예전에 고향에서 먹던
그 맛은 이미 아니라는 생각때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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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시우..흐흐
페이지 3까지 넘어간것을 보니 울 고니방님들의 강냉이 사랑이 엄청나요잉..
아무리 강원도 평창 촌것들이기로서니..ㅋㅋㅋㅋ
모두가 좋아하는 맛난 강냉이 이야기를 맛나게 써준 정선님께 이영광을~!!
향님아~이 안개꽃도 105번째의 댓글을 지가 달았쑤다~ㅋㅋㅋ
영광이지요. 이런 영광을 지가 어디가서 누려보겠습니까. 으메
징한거 


끝모르게 이어지는 정담. 화롯가에서 손을 펴고 나누는 이야기에 밤은 깊어가고, 발그레 홍조 띤 얼굴들 곱기만 하여라...
모두가 숨가쁘게 살아내는 시간들이기에...맴이 고픈거지요~~
정선님 강냉이 삶은 솥에 다 빠져네요. 지먹을거 남았나 모르겠네요.
워디갔다가 꼭 상치우고 나면 ..ㅋㅋ
망초님 것두 습관됩디다.. ㅋㅋ
상치운 뒤라도 그 꼬리에 얹쳐가는 맛도 괜찮으요
이때쯤 정선님이 강냉이 삶을거 같았는데..
정선님 강냉이 삶은거 빨리 안식으면 젓가락에 뀌어서 먹으면 되는데 껍질에 싸는거보다 헐 나요.
찰옥수수 먹고 싶단 말이시
속사리 가라니까..왜 안가고..ㅉㅉ
여그서 아무리 지꺼려 싸도 안되야~ 부쳐주고 시퍼도 우체국 갈 시간이 읎다는거 몰러? 시방이 젤루 바쁜단 말이여..
농사꾼의 생활이 어떤건지 ..쥐뿔도 모름서..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