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주로 현대정치와 밀교에 대한 관심을 갖고서 그에 대한 글쓰기를 즐겼으며, 건축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현실과 상상의 괴리를 표현하는 팩션에 대한 그의 관심과 열정은 남다르다. 서울산업대 공학대학원을 중퇴하고 총회신학 연구원(M.div.equ)과 그리스도 대학교 대학원(Th.M)에서 신학을 공부했으며, 현재는 제도와 금권으로부터의 자유를 추구하는 건물 없는 교회(nomad church)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영등포역 근처 24시간 숙박용 다방에 틀어 박혀 80년대를 풍미한 홍콩 느와르 비디오를 시청하거나 극소수의 지인들과 이곳저곳을 떠돌며 성서를 강독하는 일로 소일하고 있다. 발표작으로 14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열외인종 잔혹사'(2009)와 '천하무적 불량 야구단'(2010) 등이 있다. '젊은 예술가의 초상', '무력소년생존기', '망루', '시스템' 등의 소설이 있으며 '민중도 때론 악할 수 있다'란 평론집, '황홀하거나 불량하거나', '성역과 바벨', '땅의 예수 하늘의 예수: 산상수훈 강독' 등이 있다. 오늘 우리의 삶에서조차 기회와 역전의 가능성이 주어진 각본대로 정해져 있다면, 그래서 패배가 결정된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면 과연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그 판을 아예 둘러엎고 우리들만의 새로운 판을 만들어야 할까요. 아님 그 판에 주어진 각본대로 적당히 순응하는 착한 선수가 되는 게 옳을까요? 이것도 저것도 아님 그 판에 머물러서 주어진 각본과 역할을 걷어치우고 어떻게 해서든 끝까지 버텨내는 '불량주전'으로 살아남는 게 좋을까요. - 작가의 말 중에서
제14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열외인종 잔혹사』 주원규 신작 장편!
인간이기 위해 반인간을 선언하다!
광장의 중심에 전시된 일곱 토막 난 시신,
경제권력, 종교권력, 정치권력의 부조리한 야합을 파헤친다!
『반인간선언-증오하는 인간』은 제14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이야기를 잔뜩 가진 낯선 작가’라는 평을 받은 주원규의 새 장편소설이다.
경제 · 정치 · 종교권력의 왜곡된 욕망
오늘날 기업경영에 있어서 필요 이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자본의 흐름상 피치 못하는 일이다. 그러나 따르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고 이에 대한 여러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부작용으로 한진 사태와 같은 대량해고 이외에도 노동의 질 저하, 제조업 기지 인근 경제의 공동화, 세수의 감소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결정적으로 자본과 노동 간 힘의 비대칭성과 경제의 쇠퇴가 노동자뿐 아니라 경제 자체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주원규의 소설 세계는 ‘가진 자’로 여겨지는 거대 기업의 폭력과 짐승의 먹이사슬 같은 경제 구조에서 더 큰 이윤을 위해 달려가는 기업이 수반하는 현실을 구조화한다. 선과 악, 주동 인물과 반동 인물의 대립 관계가 명확하면서도 그 경계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비애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다.
『반인간선언』을 통해 주원규는 전작 『열외인종 잔혹사』와 『망루』에서 보여주었던 사회학적 관심뿐만 아니라 기업 윤리와 경제시스템, 정치와 종교가 얽혀 있는 현실을 날카롭게 비틀며 첨예한 사회 문제를 신랄하게 파헤친다. 주제의 깊이와 구성의 치밀하고 탄탄함은 물론이고, 기독교적 사관이나 세계관에 있어서도 심도 깊은 성찰을 통해 종교 본연의 문제를 진지하게 파고든다.
또한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기성 종교가 정치와 경제에 사세를 확장하고 싶어하는 욕망과 그들의 횡포 등이 드러나며 거대 기업과 종교 집단의 부패를 신랄하게 보여주며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완벽한 인간은 존재할 수가 없다. 그것이 행위의 측면에서든 욕망의 측면에서든 인간은 타인에게 자신의 욕망을 투영시키고 그 모순을 통해 진리를 깨닫는다. 작가는 『반인간선언』을 통해 모든 명분은 결국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을 포장하기 위한 정치적, 경제적 표출의 발로임을 폭로한다.
누가, 왜, 그들을 죽였는가?
광화문 광장에서 발견된 잘린 손, 난자당한 시신 옆에 놓인 의문의 발, 현직 국회의원 앞으로 배달된 전남편의 귀와 입, 호텔에서 발견된 훼손된 시신의 사라진 머리…… 도심 한복판에서 신체의 일부가 발견되는 끔찍한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한다.
한편 한 조선소에서는 열 명의 직원들이 한날한시 한꺼번에 사망한 사고가 일어난다. 이 아무 연관성이 없어서 보이는 두 사건의 연결고리를 감지한 형사와 현직 국회의원이 갖게 된 의문을 시작으로 이야기는 펼쳐진다.
최초의 희생자가 발견 되고 범인을 찾지 못해 사건이 미궁으로 빠지게 되지만 이후 차례대로 벌어지는 유사 사건과 희생자들이 하나의 거대 기업과 연관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 연결 지점들을 찾아가며 예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반전의 결말이 펼쳐진다.
형사와 국회의원이 사건들을 추적해가는 과정이 짤막짤막한 챕터 구성과 스피디한 문체, 긴박한 장면 전환으로 전개되면서 가독성을 높이며 읽을수록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추리 기법 등을 통해 진행되기 때문에 경제, 기업, 종교의 윤리를 비판하고자 하는 다소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독자와 소통하는 데 있어서 큰 어려움이 없다. 대중과 소통하고자 노력하는 면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줄거리
갑자기 유명을 달리한 아버지 김승철 의원을 대신해 해능 시 지역구 보궐선거에 당선된 서희는 선거 당일 광역수사대 강력계 팀장 민서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전남편 상훈의 훼손된 시신일지도 모르는 잘려나간 손목이 발견됐다는 것.
남편은 대한민국 거대기업인 CS 그룹 산하 계열사인 CS 화학의 선임 연구원으로 있었으며, 독자적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었다. 민서는 남편 상훈의 죽음이 최근 자신의 팀이 조사하고 있는 서울시에서 벌어진 일련의 연쇄 살인사건과 연관성을 강하게 확신하고 탐문 수사를 시작하는데……
한편 서희는 아버지를 대신해 시작한 국정업무에서 가장 핵심되는 이슈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다. 해능시에 들어서게 될 민, 관 합동사업으로 주도하게 될 신재생에너지발전소 사업에 CS 그룹이 민(民)의 역할을 맡게 되는데, 그 와중 부지선정 문제로 해능시에 오래전부터 활동하고 있던 우성조선이란 회사의 의도적인 직장폐쇄 의혹이 발견된 것, 하지만 아버지 김 의원의 정치적 동지였던 여당의 실력가 홍남호 의원과 상훈의 양부이자 종교인의 사회실천을 강조하는 사제출신 사회통합위원장으로 있는 정영문은 다가오는 임시국회에서의 법안통과 동의를 서희에게 당부한다.
상훈의 심상치 않은 죽음의 배후에 무언가 설명하기 어려운 어둠의 연결고리가 있음을 직감한 서희와 사건의 진실에 대한 동물적 감각으로 사건을 추적하는 민서의 추적이 진행되면서 상훈의 죽음에 대한 실체가 서서히 그 윤곽을 드러낸다.
정확히 네 명이 죽었다. 서울 시내 곳곳, 강남과 강북을 가리지 않고, 살해 수법도 각양각색이다. 추락사를 가장한 사고, 뺑소니 교통사고로 위장되어 사체 수습조차 어려운 피해자도 있었다. 사건의 단선적 나열만으로 볼 때 공통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25쪽)
“의원이 파업 현장에 들어가는 게 불법인가요?”
서희의 물음에 자신을 현장 책임자라고 소개한 해능 시 경찰서 계장이 난처한 표정으로 답했다.
“물론 아닙니다. 하지만 의원님의 안전을 생각하면 저희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저 안에 있는 사람들은 농성 중인 근로자들입니다. 폭도가 아니에요.” (55쪽)
참된 인권을 실현하는 데 가장 중요하고 현실적인 두 가지 방법만이 존재한다. 밑으로부터의 혁명은 이 두 가지 방법의 선택 여부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나는 소수의 각자(覺者)에 의한 혁명이고, 다른 하나는 다수의 공멸에 의한 혁명이다. 그러나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소수는 누구이고 다수는 누구인가. (129쪽)
“지난번에 장국현이란 사람이 피살되었습니다. 그 옆에 누군가의 잘린 발이 놓여 있었죠.”
더는 피해 가지 않는, 돌려 말하지 않는 민서의 단언과도 같은 한마디가 서희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
“전 그 발이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이번엔 뭐죠?”
“귀, 잘린 귀입니다.” (138~139쪽)
두 손이 묶인 채 매달려 있는 사체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상태였다. 오른 손목이 잘려 나갔으며, 오른 발목 역시 마찬가지였다. 심장과 장기들이 정교한 솜씨로 파헤쳐진 채였는데, 도려낸 배 속에 검붉은 핏방울이 응고된 채로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희를 경악하게 만든 건 사체의 목이었다. 머리가 보이지 않았다. 잘려 나간 것이다. (183쪽)
첫댓글 주원규 지음 / 출판사 자음과모음 | 2012.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