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ngo-4]
마지막 편입니다.
이로부터 3년 후인 1980년에 탱고는 탄생 100주년을 맞이했고, 부흥의 리듬은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군정시대의 어두운 그림자와 포클랜드 전쟁의 후유증도 점차 사라져 가고 다시 세계를 향한 진줄이 시작됐다.
1987년 탱고의 명곡에 당시의 스텝을 가미한 ‘탱고 아르헨티노’의 성공적인 공연이 그 기세를 더했다. 탱고 아르헨티노는 탱고가 유럽, 미국, 일본에서 부활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탱고라면 잊지 못할 배우가 있다. 루돌프 발렌티노(1895~1926), 그의 이름은 미남의 대명사로 오늘날까지 쓰이고 있다. 1912년 어느 날 헐리우드 거리를 지나던 발렌티노는 스페인의 작가 블라스꼬 이바네스 원작의 영화 ‘묵시록의 네 기사’의 주인공 훌리오 역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았다. 이탈리아 출신으로 카페 웨이터로 어려운 삶을 살던 그는 바로 영화사를 찾아가 응모했다. 제법 이름난 배우들도 꽤 몰려들었지만, 그에게 행운이 돌아왔다.
여기서 그는 능숙하게 춤을 추었다. 지금까지도 화제에 오르내리는 명장면이다. 검은 머리를 단정하게 뒤로 빗어 넘긴 그가 한 번 쳐다만 봐도 가슴을 뚫을 듯한 정열적인 눈길로 상대 여성을 응시하면서 열정적으로 탱고를 추는 장면은 마지 마약과도 같은 매력으로 온 세계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이 영화 한 편으로 일약 전 세계의 우상이 되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탱고의 황홀하고도 관능적인 매력을 보여준 것이 계기가 되어 전 세계를 휩쓴 탱고의 광풍이 일어난 것이다. 일반적으로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발생한 탱고를 ‘아르헨티나 탱고’라 하며, 유럽으로 건너가거나 유럽에서 발생한 탱고를 ‘콘티넨탈 탱고’라 하여 서로 구별하고 있다.
탱고가 아르헨티나에서 세계로 퍼지게 된 것은 1906년경이었다. 정열과 향수를 품은 탱고의 매력은 파리를 기점으로 전 유럽을 풍미했다. 이런 호경기를 놓칠세라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탱고 오르께스따들은 파리나 런던으로 재빨리 옮겨 갔다. 탱고가 이처럼 갑자기 유행한 데에는 한 가지 이유가 있다.당시의 사교 무도의 대부분은 남자와 여자가 서로 떨어져서 춤을 추었고, 어쩌다가 왈츠처럼 남자가 여자의 허리에 가볍게 팔을 감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데 탱고는 종래의 어떤 춤보다 파트너의 얼굴과 몸이 밀착되어 서로의 호흡이나 체온을 강하게 느끼면서 남자가 여자를 돌리기도 하고 무릎을 굽혀 몸을 낮게 하여 포옹하기도 하면서 춤을 춘다. 이렇게 종래의 춤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관능적이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탱고에 열광했다. 아르헨티나 탱고가 파리에 소개되면서 품위 있는 댄스 음악으로 변신한 것이 콘티넨탈 탱고라고 할 수 있다. 콘티넨탈 탱고는 본 고장인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이외의 나라들의 탱고를 한데 묶어서 부르는 이름이다. 실제로 들어보면 아르헨티나 탱고와 콘티넨탈 탱고는 확실히 다르다.
아르헨티나 탱고와 콘티넨탈 탱고의 차이는, 아르헨티나 탱고는 빈민굴 같은 곳에서 수많은 애환을 갖고 발달한 것인 데 반해, 콘티넨탈 탱고는 처음부터 숙련된 음악성으로 유럽 상류 사회의 플로어에서 신사 숙녀가 춤추기 위한 무도회의 반주로 발전해 왔다는 것이다. 콘티넨탈 탱고는 일반적으로 멜로디가 가요적이며 친근하다. 리듬도 가볍고 아바네라에 가까운 형태의 음악이다. 연주 스타일도 박자가 척척 들어맞는 듯한 아르헨티나 탱고에 비해 선율적이다. 악단의 편성도 본고장 탱고가 반도네온, 피아노, 콘트라베이스, 바이올린의 4종류의 악기를 주로 하고 있는 데 비해, 콘티넨탈 탱고의 오케스트라 편성 방식은 특별히 결정되어 있지 않지만, 대체로 현악기가 중심이 된다. 무엇보다도 아르헨티나 탱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반도네온은 콘티넨탈 탱고의 연주에서는 그다지 사용되지 않고 대신 아코디언이 쓰인다.
이 반도네온과 아코디언의 차이가 각기 탱고의 음색을 상징하고 있다. 반도네온의 음색은 어둡고 무겁다. 그리고 멜로디를 연주할 뿐만 아니라 강력한 스타카토나 레가토 주법으로 아르헨티나 탱고의 독특한 리듬감을 만들어 낸다. 이에 비해 아코디언의 음색은 밝고 흘러가듯이 멜로디를 노래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가사이다. 콘티넨탈 탱고는 지금도 노래보다는 댄스를 위한 음악으로서의 성격이 짙다. 아르헨티나 탱고에는 정열적이며 거칠지만, 가려지지 않은 인간의 감정이 그대로 나타나 있다.
반면 콘티넨탈 탱고는 이러한 아르헨티나 탱고의 속악적인 면을 배제하여 품위 있으면서도 정열적이며 이국의 정취가 넘치는 댄스 음악을 만들어 내었다.
Rudolph Valenti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