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울주군 온양읍 운화리 산기슭에서 시작된 산불로 3일 만에 402ha가 피해를 입었다. 그런데 아직도 완전히 진화되지 않았다. 진화율이 83%다. 주불은 거의 기세가 꺽인 셈이다. 잔여 불씨가 다시 살아나지 않도로 하는 일만 남았다. 운화리 인근 산기슭에서 용접 작업을 하던 사람이 불씨를 잘못 튀겨 이런 대형 산불로 번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실수 못지않게 대형 산불이 발생할 소지들이 곳곳에 늘려있다.
울산지역은 현재 대형 산불이 발생할 조건이란 조건은 다 갖추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울산지역에 대기 건조경보가 내려진 상태다. 지난겨울 울산지역 누적 강수량은 평년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 바싹 마른 야산에 물기 한 점 없다. 그야말로 산속 곳곳에 불쏘시개가 널려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강풍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3년 3월 언양 일원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도 그랬다. 야간에 발생해 소방인력이 제대로 투입되지 못한데다 불이 강풍을 타고 경주 방향으로 번지는 바람에 울주군과 경주로 이어지는 삼림지역이 불바다가 됐다. 결국 산림 50㏊가 불탔다. 2012년 한 해 동안 울산에서 발생한 산불 22건 전체 면적이 1.92㏊인 것과 비교하면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주택 23동이 불에 탔고 가축 1천350마리가 폐사했다. 이로 인한 손실액만 40억원이 넘는다.
하지만 이런 피해는 외면적인 것에 불과하다. 생활환경과 생태계에 미치는 실질적인 악영향은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산불로 피폐된 산림을 복원하는 데 30년이 걸린다. 생태계가 원상회복되기 위해서는 100년이 필요하다. 산이 불에 타 버리면 자연재해에 무방비로 노출돼 홍수로 인한 산사태는 물론 풍해 등에 대응하지 못한다. 산과 숲이 가지고 있는 물 정화 기능이나 중화작용도 없어진다.
울산시가 산불 발생을 미리 막기 위해 갖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그들이 산불 발생 요인들을 일일이 막을 순 없다. 물론 산불 감시원을 증원한다든지 감시카메라를 대폭 늘려 산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세밀히 관찰할 순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언양 산불이나 최근 전국 각 지역에서 발생하는 산불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 원인을 미리 찾아낸다는 게 말처럼 그리 쉽지 않다. 결국 산불방지는 지역민들의 몫이다. 행정력을 아무리 동원해도 사람이 주의하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는 게 산불이다. 산불방지 여부는 결국 사람 하기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