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지는 날들의 알레그로/ 정황수 시인

[김수환]

뜬눈으로 지새우는 도래솔 새 한마리 

황도대 지레 걷는 허수한 저 발소리에 

긴긴밤 허허탄식에 멍멍하니 어둠 뚫고 

하염없이 웅크리다 고개 쳐든 기울기가

선잠 깬 강물 따라 물안개로 번져갈 때 

목청 튼 철새 소리가 새벽빛에 흩어지나 

자존감만 앞세웠던 회한마저 다 떨쳐서

몸부림에 뒤척이는 쟁인 소름 갈앉혀도 

이젠 더 버틸 수 없는 페르소나, 부'질'없'다

-《나래시조》 2024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