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선 제목에서는 용병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용병이라는 것은 돈을 받고 싸우는 군인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본문에서는 외국인 선수라는 표현을 사용할 것임을 먼저 알립니다.
용병이 한국농구를 후퇴시켰나?
KBL이 출범한 지 올시즌이 벌써 10주년이다. 외국인 선수는 첫 시즌인 97-98시즌부터 뛰며 각 팀간의 격차를 줄이는 역할도 했고 또한 슬램덩크, 앨리웁같이 NBA에서나 봄직한 플레이를 펼치며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 하지만 이들이 최근 국제무대에서 점점 멀어지고 아시아 무대에서 조차 밀리고 있는 한국농구 퇴보의 원인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솔직히 현재 KBL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의 수준은 트라이아웃&드래프트제에서 자유계약으로 바뀐 2004-2005 시즌 이후 크게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그전에는 보기 드물었던 NBA 출신 선수들도 여럿이며 NBA 드래프트에 뽑힌 선수에서 세계적인 스페인 리그 MVP 출신들까지 이력만 살펴봐도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KBL도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다음 시즌부터는 다시 드래프트제로 환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우리나라 KBL은 약간의 위기를 맞고 있다. 한때 겨울 리그를 양분했던 배구가 프로화를 선언하며 라이벌로 급부상했고 SBS 스포츠가 중계를 중단했고 이미 MBC-ESPN은 프로농구중계를 2시즌째 하지 않고 있다. 또한 배구가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반면 농구는 남녀 모두 메달사냥에 실패했고 남자는 5위라는 초라한 성적에 그치고 말아 ‘우물 안 개구리’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이렇게 국제무대에서 우리나라가 부진한 이유를 많은 사람들은 외국인선수들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외국인 선수들이 출전하면서 국내 장신선수들이 설 기회를 잃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자. 외국인 선수들이 없었다면 과연 주태수, 정경호, 김태완, 정훈종같은 2m가 넘는 국내 장신 선수들이 중국대표인 야오밍(227cm), 왕즈즈(214cm), 리 지엔리엔(216cm), 모커(209cm), 탕젱동(216cm) 등 중국 인사이더들과 싸울 수 있을만한 제원으로 성장했을까? 아니면 카타르의 조셉 보겔(211cm), 카타르의 자이단 하심 자이단(211cm), 요르단의 무사 바시르(208cm), 이란의 자베르 루즈바하니(223cm)와는 맞상대할 만큼 기량이 늘었을까?
물론 김주성과 서장훈은 이들과 충분히 싸울수 있는 선수들이고 외국인 선수들과 몸싸움을 치르면서 아시아 정상급 인사이더로 성장했다. 이들이 앞서 열거한 주태수, 정경호 등과 경쟁했다면 이 정도 기량이 되었을까?
혹자들은 서장훈이 이번 아시안 게임에서 외곽을 겉도는 것이 센터의 본능을 잃어버렸다느니 외국인 선수들과 경쟁하다보니 이젠 더 이상 골밑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번 대회 전까지 서장훈은 아시아권에서는 골밑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아시아 최고의 센터 중 하나였다. 또한 서장훈이 과연 자신보다 키가 큰 왕즈즈나 자이단같은 선수들을 상대로 굳이 골밑에서 활약해서 득점을 올릴 수 있을까?
이는 현재 세계적인 추세를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지난 여름 열렸던 WBC에서 우리는 리투아니아, 터키, 이탈리아 센터들이 과감하게 3점슛을 던지고 심지어 미국 센터 브래드 밀러, 크리스 보시가 3점슛을 넣는 장면을 보았다. 물론 키가 작은 센터를 상대하면 골밑에서 활약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밀러같은 센터가 야오밍을 상대로 포스트업을 하진 않는다.
또한 지난 아시아 농구선수권 대회 준결승에서 서장훈은 1쿼터에 3점슛 두 개를 성공했다. 야오밍이 막으러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픈 상태에서 서장훈의 3점슛 성공률은 높고 다른 슈터들은 집중견제를 받는다. 그리고 서장훈 때문에 야오밍이 나온 상황에는 이상민이 파고 들 수 있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여자 대표팀이 4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정선민과 정은순이 골밑에서 포스트업을 통해 득점을 올린 것이 아니라 외곽에서 슛을 던지며 골밑 수비를 위로 끌어들이고 또한 멋진 피딩 능력을 이용한 모션 오펜스 덕이었다. 또한 모션 오펜스는 단신팀이 장신팀을 상대하기에 적합한 전술이다.
반대로 이번 아시안 게임에서 우리가 골밑이 밀려 졌는가? 우리에겐 이번 대회 최장신인 하승진이 있었고 중국전에서 하승진은 16리바운드를 걷어냈고 우리가 리바운드에서 45-41로 앞섰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추격하던 4쿼터 초반 8연속 득점을 올리며 추격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왕즈즈의 외곽포였다. 하승진은 체력적인 부담 그리고 리바운드를 위해 골밑을 지켰고 오픈된 왕즈즈는 외곽포를 날렸다. 왕즈즈는 이날 3점슛을 두 개나 성공했고 이후 우리나라의 추격은 멈추고 말았다. 왕즈즈의 외곽포와 서장훈의 외곽포가 다른 것은 무엇일까?
또한 외국인 선수들이 없었다면 이규섭 등이 지금 같은 정교한 외곽포를 갖췄을까? 아마 지금까지 파워포워드로 뛰며 3점을 던진다면 감독에게 질타를 당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KBL은 아니 KBL의 감독들과 코치들은 외국인 선수들이 활개 치는 현 상황에서 책임이 없을까? 처음 KBL은 202cm 이상 외국인 선수를 선발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는 205cm에서 208cm로 점차 늘어났다. 왜냐? 서장훈을 막기엔 202cm, 205cm로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외국인 선수들이 없었다면 서장훈, 김주성이 버티는 팀들을 무슨 수로 상대했을까? 위에 열거했던 국내 선수들로? 이런 상황이라면 만약 하승진이 KBL에 들어온다면 신장제한은 230cm로 늘어날지도 모른다.
KBL은 과열된 우수 외국인 선수영입 경쟁 열기를 식히기 위해 드래프트제로 회귀를 선언했지만 드래프트제도 문제가 있어서 변경했지 않은가...
또한 외국인 선수들이 도입된 이유가 무엇인가? 현재 KBL에 소속되어 있는 구단은 10개다. 대학 1부에 속한 팀의 수는 9개다. 어떻게 보면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다. 이번 2007 드래프트에도 모두 33명이 참가하는데 이중 2라운드까지만 뽑혀도 거의 3분의2가 뽑히는 셈이다. 정말 대단한 취업률 아닌가?
물론 농구인들은 뽑히지 않은 선수들을 걱정하는데 4년제 대학을 나오고 취직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요즘 시대에 일반인들에게는 말도 안 되는 걱정거리다.
따라서 외국인 선수들은 이런 부족한 선수수급상황을 해결해 주는 역할을 하며 팀간 균형이 깨지는 것을 막는 역할도 한다. 기량이 떨어지면 교체하면 그뿐이니 말이다.
외국인 선수 제도는 물론 허점도 많다. 그리고 그 허점을 이용하는 것은 우리나라 구단 관계자들이다. 그런 상황에서 KBL은 그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나도 땜질식 막기로 더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우리나라 농구가 살아야 KBL이 사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중국, 카타르, 요르단, 일본 등도 외국인 선수제도를 사용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모든 문제를 외국인 선수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다.
최연길(MBC-ESPN NBA 해설위원)
첫댓글 뭐..맞는글이라고 볼수도있는데 최연길기자님 글을좀 읽기불편하게 쓰시는듯하네요
어떠한 일이든 원인은 한가지가 아니죠..최연길기자님말이 틀린건 아니지만.
음..지금보다는 외국인 선수 수준이 떨어졌으면 하는 군요..김주성 정도 말고는 국내 빅맨들이 너무 상대가 안되니...물론 국내 선수들도 더 노력해야 되고...
노력해서 따라잡을 만한 수준이 아닌 용병들이니;;
역시 최연길 기자님..글 잘쓰시네요..좀 속이 시원해지는 글입니다.ㅎㅎ 용병탓만 하지 말았으면 하네요..감독직도 문제는 있지않은지..
문제는 우리 나라 선수들 수준에 전혀맞지 않는 선수들이라는 것이죠. 현재 뛰고 있는 선수들은 애초에 우리 선수들이 아무리 연습을 해 봐야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의 선수들입니다. 이런 선수들과 뛰어서는 절대로 기량 향상은 없다고 봅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공격 1옵션은 외국인 선수가 맞아서 하다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스스로 공격을 창출할 수 있는 선수가 전멸해 버렸습니다. 포인트 가드 제외하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