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3 사찰순례_왓프라싱, 왓 체디루앙, 도이수텝
우리네 교회만큼이 많은 것이 사찰. 동네마다 하나씩 있으니 굳이 큰 절이 아니더라도 산책 삼아 절 구경하는 것도 괜찮겠다. 태국인의 신앙심을 엿보기에 그만이다. 내 신앙이 미지근하게 느껴진다면 참 신앙인을 보면서 자신을 반성해보면 좋겠다.
치앙마이에는 대표하는 명찰 몇 곳을 소개한다.
사자불상을 모신 왓 프라싱
한국은 법주사, 해인사 등 절 ‘사(寺)’를 이름 뒤에 붙이는데 반해 태국은 이름 앞에 접두사처럼 붙인다. 그러니까 왓은 사원, 프라는 불상, 싱은 뭘까? 크하하...힌트 싱 맥주^^ 바로 사자다.
그러니까 사자 불상이 있는 절이다. 그 불상은 황금탑 옆 라이캄 불당원에 모셔졌으니 놓치지 마라. 사자를 닮았다기 보다는 얼굴에 살이 붙은 정도다. 1345년 스리랑카에서 모셔왔다고 하니 얼굴이 스리랑카인 닮아 사자의 스토리를 집어넣은 것 같다. 그래서 입구에는 귀여운 사자를 볼 수 있다. 내부로 들어가면 3기의 프라싱을 볼수 있는데 태국에서 가장 신성시 여기는 불상 중에 하나란다.
왓프라싱은 태국 북부를 대표하는 사원이다. 정면은 차가 돌아가는 로터리다. 한가운데 우산을 쓰고 있는 발우를 들고 있는 스님이 서 있다. 바로 이곳부터 타패문까지 길이 이어지고 있다. 일요마켓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1345년 란나왕조의 7대 왕인 파유왕이 선왕인 캄푸왕의 유골을 봉안하기 위해 탑을 지으면서 산문을 열었다. 1345년, 우리 역사를 대입해보면 고려시대 목조건물이 여태 남아 있다고 보면 된다. 조그만 건물이 아니라 엄청나게 크다. 자세히 뜯어 보면 라오스 사찰양식과 무척 닮았다.
사찰정면은 하이라이트 티크나무에 새긴 절묘한 조각에 금박을 사용해 치장했다. 하늘로 치솟는 삼단 겹지붕과 처마의 유려한 선이 참 고와 타이건축의 걸작으로 손꼽힌다. 이에 반해 측면은 간결하고 깔끔해 여백의 미를 볼 수 있다. 지붕의 용마루 한 가운데 불탑을 세운 것이 독특한데 남방불교의 전래지인 영광의 불갑사 대웅전 지붕에도 이런 형식을 가지고 있다.
대불전 옆에는 호뜨라이라는 작은 도서관이 있는데 불경을 보관하는 건물로 하단 여신상 조각이 일품이며 사찰 도선관의 백미다.
뒤쪽에 황금탑은 규모에 놀란다. 맨발로 시계방향으로 3번 돌며 소원을 빌고 또 십여개 되는 종을 치면서 복을 구한다. 이것이 히말라야를 넘어 티벳의 마니차가 되고 한국에서는 윤장대로 발전하지 않았을까
황금탑이기에 낮보다는 밤에 더욱 화려하다. 입장료가 없으니 밤에 일부러라도 꼭 찾길 바란다. 특히 일요 나이트 마켓은 이곳부터 타페문까지 이어지니 그 감동을 다시금 느껴보라.
법당 내부로 들어갔다. 본존불의 광배가 전기의 힘으로 레온사인 빛을 발하고 러시아 마트로시아카 인형처럼 서서히 체감하는 불상들이 일렬로 서있다 좌우로는 입상, 좌상 등 협시불들이 본존불을 함께 있다.
90미터 탑을 조선시대에 쌓았다고? 왓 체디루앙
올드타운내 왓 프라씽과 쌍벽을 이루는 왓 체디루앙. 체디는 탑을 뜻하한다. 그러니까 ‘큰 탑이 있는 사원’이란 뜻이다.
15세기 조성된 이 탑은 한 변의 길이가 54미터, 높이 90미터 거대한 탑. 그 위용은 마치 멕시코 아즈텍 신전을 보는 듯 하다.
란나왕국의 상징적인 건축물이지만 안타깝게도 지진으로 1/3이 붕괴되었다고 한다. 그곳에 모셔진 비취불상이 라오스의 루앙프라방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온전한 것보다 이렇게 부서져서 그런가 우리네 폐사지 느낌까지 난다.
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려한 금색 탑이 아니라 돌의 질감이 그대로 드러나 한국인의 정서에도 맞는다.
입구 계단에는 거대한 뱀신인 나가상이 조각되어 있다. 비늘과 이빨 등의 조각이 섬세하다. 기단에는 실물 크기의 코끼리상이 반쯤 튀어나왔다. 나머진 반은 탑속에서 불법을 수호하고 있겠다. 마치 터미너이터의 변신을 보는 듯하다. 안타깝게도 본당은 수리중이어서 들어갈 수 없다. 거대한 입상과 금박 기둥이 멋지다는데~다음을 기약
참 매표를 하고 나면 엄청나게 큰 나무가 보인다. 사찰을 지키는 수호나무로 곧게 뻗은 줄기가 인상적이다. 어찌나 나무가 큰지 나무아래에서 사진을 찍으면 난장이처럼 나온다.
그 옆에 하얀 사찰은 치앙마이를 지켜주는 수호 돌기둥인 사오인타킨이 모신 별전이다. 매년 5월에 이 탑을 중심으로 사오 인타킨 축제가 열리는데 이는 태국 북부에서 가장 큰 축제란다. 그러나 부정탈까봐 그런가 여성들은 출입금지다. 란나왕국의 오랜 전통이니 이해하지 않을까 싶다. 참 사리를 모신 불당에는 스님 밀랍인형이 너무 똑같아서 놀람. 입장료 40바트.
우리 친하게 지내자. 삼왕상
삼왕상은 치앙마이를 건설한 란나 왕국의 멩라이 왕(가운데)을 비롯, 그의 친구이자 이웃 국가의 수장이었던 수코타이 왕국의 람캄행 왕과 파야오 왕국의 응암무앙 왕이 사이좋게 서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우리 잘 지내자.”
3국의 화합과 발전이라는 의미에서 치앙마이가 오랜 왕국이 될 수 있었다. 그래서 밤낮이고 이곳에 향을 피우고 기도하는 치앙마이 사람을 볼 수 있다. 너른 광장이 펼쳐져 있으며 밤에는 스케이트 보드 타는 젊은이로 가득하다.
산정사찰, 도이수텝
이왕 사찰순례에 나선 김에 도이수텝까지 가본다. 빨간색 썽태우를 탔다.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 절에 가려고 한다 했더니 올라가는 입구까지 30바트. 치앙마이 대학을 지나 치앙마이 동물원 입구에 내려준다.
여기서 다시 썽태우를 달아 타고 산꼭대기 도이수텝에 올라야 하는데 10명이 되어야 출발한다. 왕복 100바트, 도이수텝 주차장에서 1시간 기다려준다. 상해에서 온 중국여인 2명, 미국여인 1명, 독일인, 프랑스인 등 조그만 짐칸에 지구인들로 한가득이다.
꼬불꼬불한 산길로 30분 달리면 해발 1천미터가 넘는 정상주차장에 도착했다. 여기서 다시 309계단을 따라 올라가야 황금빛 도이스텝을 만나게 된다.
왓체디루앙이 경주의 불국사라면 도이수텝은 토함산의 석굴암쯤 된다. 전설에 따르면 부처의 사리를 운반하던 하얀색 코끼리가 이 산을 오르다가 3번 울고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나같이 신앙심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이렇게 높은 곳에 오르니 힘들어서 죽지.’ 생각하겠지만 치앙마이 사람들은 부처님의 깊은 뜻이라 생각하고 이곳에 성전을 짓는다.
도이는 태국어로 산. 수텝은 이름. 입구는 엄청나게 큰 나가상(뱀신) 4마리. 뱀이 나가의 꼬리글 물고 있는 모습이 독특하며 긴 꼬리가 계단을 따로 올라간다. 악어 그림이 새겨진 것도 이채롭다. 도자기로 만든 비늘이 볼만하다. 뱀 꼬리가 끝나는 곳에 사찰매표소가 있다.
산이라는 지형때문인가. 나무가 많고 작은 법당들이 탑을 감싸고 있었다. 잭프룻이 어떤 과일이며 어떻게 열매를 맺는가 궁금했는데 가지가 아니라 몸통 줄기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불당은 우리네 누각역할을 하며 계단을 따라 오르면 24미터 황금탑이 서서히 보인다. 가뜩이나 높은 산에 치솟은 탑은 하늘과 손을 잡고 있는 느낌이다. 코너마다 황금 파라솔이 있는데 이는 왕실을 상징한다고 한다.
작은 법당들이 탑을 둥글게 감싸고 있으며 독특한 란나양식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법당안에서 스님과 불자들은 허심탄회한 만남을 가진다. 두분 모두 겸양의 모습에 무척이나 감동적이다. 진실된 표정으로 탑돌이 하는 모습도 숭고하게 보인다.
사원 옆으로 화분모양의 기둥 4개가 있는 전망대가 보인다. 이곳이 해발 1503미터인데 여기에 서면 치앙마이 시내 일대가 한눈에 보인다. 바로 아래에 치앙마이 공항 비행장도 보인다. 안타깝게도 스모그 때문에 전체가 보이지 않아 좀 아쉬웠다.
다시 썽태우를 타고 하산. 치앙마이 대학 근처 야시장에서 볶음밥으로 한끼를 때운다. 상상 이하의 가격으로 맛난 것을 실컷 먹는다. 부처님의 선물인가보다.
첫댓글 의미있는 곳으로 여행 다니시면서 멋진 여행기를 담은 서적이 나올것 같습니다
기대됩니다
반갑습니다 대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