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영국 의학 저널 (BMJ)에 발표된 논문을 보니 칼슘제 복용이 중풍과 심근경색 같은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율을 증가시킬수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 칼슘제는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을 예방할 목적으로 많은 분들이 복용하고 있고 저 자신도 환자분들에게 칼슘제를 처방하고 있으며, 저희 어머님 같은 경우도 거의 5년 가까이 칼슘제를 복용하고 있기 때문에 정말 뒤통수를 한대 맞은 것 같은 그런 발표입니다.
■ 어느 정도로 위험한가?
이 논문에 따르면, 칼슘제 복용으로 인한 심근경색의 위험성은 25-30%, 중풍은 15-20% 정도가 증가한다고 합니다. 5년간 칼슘제를 복용하게 되면 1000명 중에 골절 예방 효과는 3명에 불과한 반면 심근경색이나 중풍은 6명이 추가적으로 발생하며 이런 면을 볼때 과연 칼슘제를 복용하는 것이, 그 위험성에 비해 얻는 이득이 많은 것인지 의문스럽다(unfavorable)는 것입니다.
■ 소량 복용하는 것은 상관없나?
< 칼디비타 : 현재 한국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칼슘제 >
보통 병원에서 처방받는 칼슘제는 칼슘과 비타민 D가 들어있는 정제로 되어있는 약이 대부분입니다. 현재 칼슘제로 가장 많이 처방되고 있는 칼디비타 츄어블정과 오스칼정을 보면 그 안에 들어있는 칼슘의 양(calcium carbonate 의 양이 아니라 elemental calcium의 양) 이 각각 600mg과 500mg 입니다. 골다공증 때문에 칼슘제를 복용하시는 분들의 대부분은 이 약을 하루에 1-2알 정도 복용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번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하루 복용량이 500mg 이하라 하더라도 500mg 이상을 복용하는 분과 중풍이나 심근경색의 위험성이 동일하다고 합니다. 즉, 섭취한 칼슘의 총량이 많을수록 이런 부작용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적은 양이라 하더라도 갑작스럽게 혈중의 칼슘 농도를 상승시킬수 있기 때문에 부작용은 동일하게 발생할수 있다는 것입니다.
■ 칼슘제가 아니더라도 영양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칼슘이 들어있나 꼭 확인해보세요!!
문제는 이 지점입니다. 현재 칼슘제를 복용하지 않는 분이라 하더라도 영양제를 복용하시는 분이라면 그 영양제 안에 칼슘 성분이 들어 있을 수 있습니다. 시중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영양제 두가지를 예를 들어 봅니다. 먼저 배우 옥주현씨가 광고하고 있는 국민 영양제 아로나민 (씨프러스) 정을 보면 그 안에 칼슘 성분 (calcium pantothenate)이 한 알에 20mg 이 들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미숙씨가 광고하는 센트륨에도 칼슘제가 162mg 이나 함유되어 있습니다. 즉 칼슘제를 먹고 있지 않다고 해서 안심할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죠. 복용하는 영양제 안에 칼슘 성분이 들어 있다면 본인도 모른 체 칼슘제를 복용하고 있는 것이며 이러한 형태의 칼슘 섭취도 중풍이나 심근경색의 위험성과 연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아침 식사 대용으로 흔히들 드시는 콘푸로스트 제품에도 칼슘제가 들어 있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아래 그림은 [포스트] 콘푸로스트의 함량 표입니다.)
■ 그렇다면 칼슘 섭취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결국, 늘 그렇듯이,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만 합니다. 음식을 통해 섭취한 칼슘은 과잉섭취되더라도 소변을 통해 자연스레 배설되게 되어 있습니다. 심장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는 얘기죠. 최소한 1주일에 두 번은 미역국과 멸치를 먹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골다공증으로 인해 골절이 생기고 그로 인해 자리에서 영영 못 일어나시는 노인분들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골다공증은 분명 무시할수 없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이를 예방하기 위해 먹는 칼슘제가 중풍이나 심근경색을 유발한다면 이는, 노무현 피하려다 이명박 만나는 꼴이 아니고 뭐겠습니까. 골절 예방에 비해 중풍과 심근경색의 위험성은, 2배가 더 높다고 하니 칼슘제 복용을 중지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당장에 부모님께 전화를 해서 칼슘제 드시지 말것을 당부드렸습니다. 최소한 추후의 연구들에서 지금의 연구들을 뒤집을 만한 증거들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복용을 중지시키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 정작 두려운 것은..
이 글을 쓰면서 제약회사에서 칼슘제에 대한 약제상담을 담당하는 연구원분과 통화를 해봤습니다. 그 직원분도 문제의 그 논문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고 했지만, 얘기를 해보니 자세히 읽어보시지 않았다는 것을 금방 알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수많은 병원에서 수많은 의사들에 의해, 약국에서는 영양제라는 미명하에 수많은 약사분들에 의해, 또 아침 영양간식이라며 콘푸레이크로 수많은 사람들이, 칼슘제를 복용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 칼슘제가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위험할수도 있다는 논문이 발표되었는데도 우리 사회는, 왜 이리 조용한 것일까요? 메가비타민 요법이네 뭐네 떠들면서 우리사회에 비타민 돌풍을 불러일으켰던 그 방송들, 사 먹으라는 것은 죽어라고 떠들어댔던 그들이, 먹어서는 안된다는 것에는 왜 이리 침묵하는 걸까요? 결국엔 제약회사만 좋은 일 시켰을 뿐 그말 믿고 사먹은 사람들은 마루타가 되버린 이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할까요? 피로는 간 때문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말을 사람들이 정말인줄 알고 믿고 그래서 그저 한 알의 밀가루만도 못한 간장약이 연매출 250억원이 넘어가는 이 놀라운 세상에서 지금도 야근에 지친 몸을 이끌고 다음날 출근할때마다, 그래도 자신의 몸에게 미안해서 우루사 한알씩 먹는다는 환자분에게 저는 무슨 말을 해줘야할까요? 가난한 사람들의 주머니를 털어서 부를 축적하는 제약회사와 그 광고를 만든 광고회사는 자신의 성공에 아무런 부끄러움이 없는 듯 일간지에 연매출이 급성장하는 것을 자랑하고 있고 의료인들은 침묵으로 방조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아내가 고열과 심한 몸살이 난 적이 있습니다. 밤새 고열에 시달리는 아내를 보면서 해열제라도 먹어보기를 권했으나 아내는 끝내 해열제를 먹지 않고 버텼습니다. 아내 말로는, 몸의 통증이나 열을 한순간에 떨어트리는 해열제를 보면 도대체 인체에 어떤 영향을 주기에 그럴수 있을까 싶어 너무 두렵다는 겁니다. (아마도, 거기에는 현대의학에 대한 불신뿐만아니라 저에 대한 불만도 함께 있었을거라 추측합니다^^;;) 그리고, 다음날 오전 아내의 열은 거짓말처럼 떨어졌습니다. 사실 임상 연구에서도 감기로 인해 열이 있을 때 해열제를 계속 복용하면 해열제를 복용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감기 증상이 2-3일정도 더 오래가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열이라고 하는 것이 우리 인체가 외부에서 들어온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대해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위한 면역반응의 일환으로 생기는 것인데 그것을 자꾸 억제시킴으로서 면역반응 자체도 억제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일것입니다.
칼슘이 부족한 것도, 콜레스테롤이 높은 것도 결국 우리들의 삶의 방식의 문제점을 가르키고 있음에도 현대의학은 그저 부족하면 채우고, 높으면 낮추는 약을 먹이면 된다는 식으로 접근합니다. 정작, 그러한 변화를 초래한 우리들의 삶의 방식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의학은 오히려 그러한 삶의 방식을 고착화시키는 면도 있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수천년을 진화해온 인간의 몸에 과학의 잣대를 들이대며 수정해 나갈때는 훨씬 더 조심스러워야함에도 우린, 그 신중함을 잃었고 그 최후가 어쩌면 후쿠시마 원전의 재앙이 아닐까 하는 그런 두려운 마음마저 듭니다. 병 자체 보다, 그 병에 접근하는 우리들의 태도가 더욱 병적이라면 정말 치료받아야 할 것은, 병이 아니라 우리들 자신, 그리고 현대의학 그 자체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 ddaim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