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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시대를 종식시키고 진시황이 중국대륙을 통일한 후 가장 서두른 것은 도량형의 통일이었다. 진시황은, 수레바퀴 사이의 거리를 같게 하며, 문서에 쓰이는 문자를 통일하는 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아울러 도량형을 통일하는 조칙을 공포하고 표준기(標準器)를 대량으로 생산해 반포했다. 이는 통일왕조로서 중국대륙 전체를 효과적으로 통치하기 위한 최우선의 기반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고 있는 지금도, 자국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각 산업부문의 표준을 선점하려는 국가와 기업들의 경쟁은 그야말로 '표준화 전쟁'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지난 3일 2006년도 표준의 날 기념 표준화 유공자부문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한 윤준용(공학대·기계) 교수의 발걸음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표준화 경쟁 10년의 베테랑, 수상경력을 더하다 세계적인 표준화 경쟁의 중요성을 최근에야 인식한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윤 교수의 행보는 두드러진다. 윤 교수는 지난 97년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 품질인증 평가 실무위원으로 활동한 이래, 현재까지 10년동안 표준화 사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 왔다. 특히 기계 및 밸브분야, 유량기기 및 계량분야 표준화와 관련하여 ISO/TC 153/SC 1 등 5개 분야에서 국내전문위원회 위원 및 국내 위원장 등으로 활동하며 KS 규격 제·개정 작업 및 관련 위원회 참석을 통한 국가표준화 및 국제표준화 작업에 광범위하게 활동한 바 있다. 또한 2001년 이후 ISO/TC 153/SC 1 밸브 국내전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국내 밸브분야의 표준화 사업에 기여했으며, 지난해 ISO/TC 153/SC1 국제표준화 회의를 우리나라에 유치, 주관했다. 또한 밸브분야, 유량계측분야, 관 이음쇠분야의 ISO/TC 국제회의에 우리나라 대표로 선임돼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등 쉼없는 윤 교수의 행보는 우리나라 표준화 경쟁의 역사, 그 전부라 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래서 이번 표창도 표준화 활동을 통해 우리나라 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윤 교수의 공헌에 비춰볼 때 당연한 결과다. "이력서에 공란으로 남아 있었던 수상경력을 채울 수 있게 됐죠.(웃음) 또한 표준화 부문 성과에 한양의 이름을 올릴 수 있어 뿌듯합니다. 10년째, 그리고 국제적으로는 5년 넘게 활동해 온 표준화 활동의 성과를 인정받았다는 사실에도 감사하게 생각해요. 또한 국가 산업의 이익을 위해 노력해왔고, 그 노력이 작은 보탬이 됐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됐기 때문에 더욱 보람 있습니다." 특히 올해 산학 연구의 성과를 바탕으로 ISO/TC 153/SC1 국제표준화 로마 회의에서 ‘LNG용 초저온 밸브 성능시험 평가방법’에 대한 신규국제표준을 제안하는 등의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이는 정보통신 분야에 비해 표준화를 선도하지 못했던 부품?소재 분야의 획기적인 성과로서 이번 수상의 가장 큰 이유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미 LNG용 밸브 분야도 선진국의 제품이 선점하고 있어요. 하지만 영하 165도 이하의 초저온으로 액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밸브를 구성하는 금속의 성분이 변하기도 하죠. 그래서 초저온 밸브의 성능을 시험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틈새시장을 노린거죠. 성능시험 평가방법을 기업과 연계해 개발했어요. 표준화에 성공해 공포되기까지는 3년 내지 5년 정도가 걸리겠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확신합니다." 기술 선점과 피해 최소화, 표준화의 양면전술 윤 교수는 선진국들이 만들어 놓은 기준에 그저 따르기만 했던 과거의 모습은 이제 세계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 '표준화를 선점하지 못하면 망한다'라고 말한 것처럼 표준화 경쟁은 세계 시장의 가장 첨예한 전장 중 하나다. 실제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대기업이 매번 세계 최초의 반도체와 PDP를 출시하는 것도 세계 표준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것. 표준화로 인해 삼성전자가 받는 로열티만 5억불이 넘는다는 사실은 표준화의 놀라운 힘을 다시 한 입증한다. 하지만 이러한 표준화를 위한 투자는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중소기업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수억원에 달하는 금형의 모양이 조금만 바뀌어도, 우리나라에서 쓰러져야 할 중소기업은 부지기수죠. 연 매출이 수억원도 되지 않는 중소기업이 어떻게 살아남고, 어떻게 표준화 경쟁에 뛰어들겠어요. 당장 먹고 사는 일에 바쁜 기업에게는 불가능하죠. 그래서 학자들이 부문에서는 나서고 있는 거죠. 나도 정부 관계자들이 계속 도와달라고 하는데 거절을 못 해서 시작했죠.(웃음)" 윤 교수는 자신의 활동이 더 이상의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삼성전자와 같이 기술과 자본을 이용해 모든 분야를 선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기준을 세계적인 표준으로 선정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산업의 현황을 파악하고, 우리나라의 손해를 최소화시켜 산업의 피해를 막는 것이 바로 부품?소재 분야의 성패를 가로짓는 가장 중요한 표준화 전술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수도관의 지름이 얼마인 줄 알아요? 13 mm, 그리고 25.4 mm 입니다. 바로 0.5 inch, 그리고 1 inch 죠. mile 과 inch 는 미국이 주도하는 표준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거센 저항도 많아요. 세계적인 표준화 경쟁은 미국과 유럽의 경쟁으로 압축되고 있어요. 그 중에서 우리나라 산업은 성장과정에서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현재 미국의 규격과 많이 일치돼 있기 때문에 표준화 경쟁 과정에서 많은 부분을 미국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우리 산업이 안 힘들거든요." "표준화 분야의 최고로서 한양의 이름을 높일 것" 10년째 표준화를 위한 활동에 매진한 윤 교수는 이제 밸브 부문이 아닌 자동차 안전부문으로 그 활동 범위를 넓히려 하고 있다. 세계 6위의 자동차 생산 국가인 우리나라가 기계적인 부문의 표준화는 이룬 반면 안전에 대한 규정은 미흡하기 때문이다. 안전벨트 위치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아 수만대의 수출 차량을 리콜 당하는 것과 같은 상황을 방지하는 것이 구체적인 활동상이다. 또한 세계 표준화를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고, 손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면, 어떤 산업이라도 윤 교수의 활동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때문에 윤 교수는 표준화 활동의 전문성을 이어나가는 것이 한양의 이름을 높이는 길이라고 믿는다. "이제 산업뿐만이 아니라 매사를 국제적인 마인드로 대할 때입니다. 그저 외국의 원안대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보다 우리의 이익을 위해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죠. 잘 모르니까, 막연히 '좋은 거겠지'라며 'OK' 하던 시절은 지났어요.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가치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모든 일을 다 잘 할 수는 없죠. 자기가 맡은 곳에서 최대의 역량을 발휘해야 합니다. 우리학교에도 각각의 분야를 빛내는 분들이 참 많아요. 모든 사람이 똑같은 길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표준분야에서는 국내 교수님들 중 제가 앞서 나가고 있으니 그 부분에서 한양의 이름을 높이고 싶습니다." 창의와 혁신은 새로운 표준을 위한 노력 윤 교수는 대학에서부터 세계화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그 일환으로 우리나라 대학의 전공 명칭도 표준화돼야 한다고 강변한다. 한반도를 넘어 세계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인재를 기르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학문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특성화와 차별화를 이유로 수많은 세부학문이 난립하고 있는 대학의 전공명칭은 세계 시장에서는 누구도 신뢰할 수 없는 전공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공학과, 핸드폰공학과는 세계에 우리나라밖에 없어요. 특성화도 좋지만 이러한 전공들은 국제사회에서는 인정받지 못하는 우물 안 개구리죠. 우리나라에서는 알겠지만 외국에서는 처음 듣는 전공이니까요. 우리나라에서만 써먹을 수 있는 그런 명칭을 특화라는 이름으로 만드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생각해요. 세계화와 함께 인력시장 역시 국제적인 기준을 갖춰야 하는데 과연 그 졸업생들이 세계에서 폭넓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이처럼 세계의 표준화를 위한 경쟁은 물론 국제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세계화 시대에 맞는 인재로 스스로를 단련하는 것이 그 목표인 것이다. 또한 자주성이나 창의성의 요구가 마치 표준화의 원리와 일견 모순되는 것 같지만 양자를 반드시 배타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창의와 혁신은 곧, 새로운 표준의 발견을 위한 노력이기 때문이다. | |
글 : 변 휘 취재팀장 hynews69@hanyang.ac.kr 사진 : 한소라 사진기자 kubj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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