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정선은 생활권을 크게 두 지역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전통적인 중심이었던 정선읍이고,
또 하나는 석탄산업으로 성장한 사북·고한 지역이다.
대부분의 외지인들에겐 정선읍보다 사북·고한이 더 익숙할 것이다.
태백선과 38번 국도로 제천, 영월, 태백과 이어져 있어 교통이 더 편리하며,
석탄 산업으로 성장한 역사와 친숙한 관광자원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사북·고한은 카지노로 더 많은 유명세를 누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파란만장한 현대사를 상징하는 석탄 산업이 붕괴되고 지역 경제가 붕괴되자,
정부가 특별법을 발휘하여 2000년대 초반에 국내 최초의 내국인용 카지노가 생겼기 때문이다.
강원랜드는 여러 의미에서 엄청난 화제이기에 애증과도 같은 존재이다.
사실 강원랜드 때문에 고한·사북이 더 유명해질 수 있었고 버스터미널도 그로 인해 흥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지역의 버스터미널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지,
분위기는 어떠할지 궁금하여 발자취를 남겨보고 싶었고, 마침내 뜻을 실현하게 되었다.
고한사북시외버스터미널은 사북읍과 고한읍 사이에 있다.
석탄 산업이 절정을 맞은 시기에 건설되어 오래전부터 사북, 고한 일대의 버스 교통을 담당했다.
그러나 시설 노후화 및 38번 국도 확장 문제로 2005년 11월 1일,
두 읍의 중간 지점인 고토일에 현재의 버스터미널을 건설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사북과 고한의 인구가 서로 비등해서 어느 한쪽에 터미널을 만들면 다른 쪽의 반발이 심할 테니 중간 지점인 계곡 한복판에 터미널을 만든 것이다. 터미널은 사북읍내와 조금 더 가깝지만 고한읍 소속으로서, 위치가 고한읍이기 때문에 고한사북이라 이름을 붙였지만 실속은 사북 쪽이 더 많이 챙긴다. 읍내 사이의 계곡 지점에 지어졌기 때문에 터미널 앞은 휴게소 같은 상가 하나와 숙박시설, 전당포가 전부이다.
심지어 건물 뒤로는 조그만 산과 계곡이 있는 매우 험준한 지형이다.
터미널을 첩첩산중 오지에 툭 떨어뜨려 놓았기에 이런 곳에서 사람들이 이용할까 싶을 지경이다.
버스터미널의 정확한 이름은 '고한·사북공영버스터미널'인데,
이름이 너무 길기 때문에 현지에서는 고토일이라는 이름으로 통한다고 한다.
위의 설명처럼 이곳은 대다수가 거주하는 읍내로는 걸어가기 부담스러운 위치에 있다.
그래서 버스터미널 근처에는 항상 수많은 택시가 줄을 지어 서있다.
터미널 앞 도로는 옛 38번 국도로 가뜩이나 길이 좁은데 차가 많다 보니 교통사고의 우려가 있으며,
택시승강장과 인도의 구분이 없어서 걸어 다니기도 힘들 지경이다.
좁은 공간 속에 출입구가 있지만 택시 승강장에 가로막혀 제대로 눈에 띄지 않는다.
특이하게도 흡연실이 출입구 바로 옆에 있는데,
흡연실 바로 옆에 붙은 금연시설 간판이 아이러니함을 자극한다.
공간이 좁아서 건물을 작게 지었는지, 아니면 건물이 작아서 공간이 좁은지 모를 승차장의 모습이다.
2000년대에 지어진 현대식 건물치고는 크기가 상당히 작아 이용에 불편한 점이 많아 보인다.
특히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 더 불편해 보이는 효과가 있다.
대기 인원이 대략 열댓 명은 되어 보여, 바로 옆 태백과 비교해도 크게 꿇리지 않는 것 같다.
중앙의 출입구를 사이에 두고 오른쪽에 대기실이 있다면, 반대편 왼쪽에는 매표소와 매점이 있다.
전체적으로 2005년에 만든 터미널치고는 다소 낡은 듯한 느낌이 있다.
외관만 그럴 싸할 뿐 대합실은 90년대, 매표소는 80년대 느낌이 묻어나는 모양새다.
혹시나 해서 주변을 살펴보니 시간표가 꽉 채워져 있다.
이 날 방문한 터미널 중 가장 다양한 행선지와 배차 횟수를 지니고 있었다.
심지어 군 중심지인 정선보다, 영동고속도로 선상의 터미널보다도 말이다.
또한 고한사북터미널의 노선들은 서울남부행을 제외하면 태백터미널과 공유하는 특징을 갖는다.
즉, 태백에서 출발한 상당수의 시외버스들이 처음으로 들리는 중간 경유지가 이곳이다.
삼척, 강릉, 임계쪽 노선을 제외하면, 태백터미널 출발 후 20분 뒤에 고한에서 출발한다고 보면 되겠다.
전날 방문했던 태백에서도 느낀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더 있다.
대부분 노선의 첫차를 살펴보자. 대체로 새벽 4~5시라는 매우 이른 시간이 눈에 띌 것이다.
이는 전국 노선의 본진인 서울에서조차 상상하기 힘든 첫차 시간표이다.
이처럼 태백/고한의 특이한 현상을 설명하려면 강원랜드를 빼놓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태백과 사북·고한 일대는 인구 유출이 심각한 쇠락 지역이기 때문이다.
2017년 기준으로 태백시(45,888명), 사북읍(5,189명), 고한읍(4,545명)을 합하면 55,622명으로 울진과 인구가 비슷하고, 도계읍(11,939명), 하장면(1,370명), 남면(3,463명), 석포면(2,215명) 등등 태백 생활권 지역을 박박 끌어모아도 74,609명으로 삼척시, 홍천군보다 아주 살짝 많은 정도다.
더군다나 이 지역은 지리적으로 고립되어 전통적으로 외부와의 교류가 많지 않았었고,
관광객 수가 태백/고한보다 더 많은 평창, 양양이 이곳만큼 노선이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한사북터미널 수요의 상당 부분이 강원랜드와 관련되어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러나 터미널의 생김새를 보면 카지노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
건물만 최근에 지어졌을 뿐 전형적인 시골 터미널 느낌에 가깝기 때문이다.
다만 끊임없이 오고 가는 노선과 사람들의 수를 본다면, 겉보기와 달리 입지가 매우 탄탄하다.
여러모로 고한터미널은 일반적인 터미널과는 다른 점이 많다.
기차역도 아닌 것이 두 동네의 사이 산골 한복판에 있다는 사실과,
인구 규모에 비해 노선 수가 굉장히 많은 것과 첫차 출발시간이 매우 이르다는 점,
시외버슨지 시내버슨지 모를 애매한 영암화성 노선까지 보유했다는 점까지...
계곡 사이에 좁게 지어진 곳이지만 의외로 주차장은 비교적 넓게 쭉 뻗어있다.
그 뒤로는 험난한 산세가 쭉 이어지며, 뒷산 어딘가로 새로 뚫린 38번 국도가 지나간다.
그리고 터미널과 산 사이에는 알 수 없는 빈 공간이 하나 더 있다.
알 수 없는 공간에 뭐가 있을까 보니, 좁은 계곡 사이로 냇물이 굽이쳐 흐르고 있다. 냇물의 이름은 지장천으로, 함백산에서 시작하여 고한, 사북, 증산, 문곡을 지나 가수리에서 동강으로 흘러가는 물줄기이다. 탄광에서 유출되는 오염 물질 때문에 수질이 나쁘다 했건만, 눈으로 봐서는 그렇게까지 심하게 오염된 것 같진 않아 보인다.
이렇게 수려한 경관을 끼고 있지만, 정작 이 작은 터미널은 알고 보면 사연이 많은 곳이다.
여기서 얼마나 많은 도박 중독자들이 문제를 일으켰을지는 모르겠으나,
들리는 소문이 많은 걸 보면 일반인이 모르는 꺼림칙한 사연들이 숨어있을 것만 같다.
문득 버스 노선이 많다고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 채,
카지노 월드, 고한사북터미널과의 짧은 만남은 산 너머 해가 넘어가는 시점에서 이렇게 끝이 났다.
첫댓글 국내에서 내국인이 유일하게 카지노를 할 수 있는 데가 강원랜드인데 실제 강원랜드가 스몰카지노호텔 건물 착공이 1999년, 본 건물 개관은 2000년이고 카지노 건물의 개관은 2003년이라네요...
터미널 개통일과 혼선이 있었네요. 내용 수정했습니다 ^^
사진 잘봤습니다
고맙습니다 :)
수도권에서오는 노선중에 고한까지와서 태백에는 들어가지 못하는 노선이 서울남부발 노선입니다.
처음 개통을 타지역 업체인 경일여객에서 4회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지역업체도 참여해서 경일 3회, 영암화성 2회로 총 5회 운행되고 있는데,
태백까지 연결이되어서 손님이 늘어났으면 좋겠네요.
맞습니다. 태백에는 서울남부 노선이 없죠. 더 큰 동네인 태백이 지척인데 왜 고한까지만 운행할까요.
처음엔 정선카지노라고 해서 정선시내 생각했었는데 막상 가보니 태백과 가까운곳이더군요.
서너번 카지노를 갔었는데 게임은
한번도 안하다가 3년전쯤
같이간 형님이 30만원 바꿔서 저보고
10만원만 해보라고 했던게 전부입니다.
(기계를 사람이 이길수 없다라는게 제
생각이거든요).
2000년대 초에 갔을때는 굴삭기 근처에
폴리스라인이 쳐있더라구요.
알고보니 공군대위가 4천만원인가 잃고는
굴삭기에 목을메는 ...ㅠㅠ.
술,담배도 끊기 힘든데 도박/마약은 오죽하겠습니까?
터미널에 노선,운행횟수가 많아서 좋다고만은 하기 애매한지역이네요.!!
잘보고 갑니다^^
바카라, 블랙잭 같은 것들은 돈을 안 걸고도 충분히 재밌게 할 수 있는데, 돈에 집착을 해서 왜 삶의 모든 것을 망칠까요... 말씀대로 기계를 사람이 이기기 힘들죠. 도박은 마약과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하이원리조트를 갈 때 가봤는데 여기가 신고한터미널이라고 하더군요.
예매할 때도 신고한터미널로 예약해야하고 고한.사북터미널이라고 부르기보다는 그냥 신고한터미널이라고 하는게 더 편한 것 같아요
근데 고한.사북터미널을 신고한터미널이라고 하는지 궁금합니다.
신고한이라는 이름은 예매 사이트에서 고한읍내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구분하는 것으로 압니다. 현지에서는 얼마나 많이 사용되는지 모르겠으나, 고토일이라는 지명이 터미널을 부를 때 더 익숙한 이름이라고 합니다.
먼길 고생 많으셨습니다. 카지노 손님들이 주로 자차 이용객들이 많을 것 같았는데 의외로 대중교통으로 오는 분들이 꽤 되는 것 같습니다. 터미널 사진 속에 전당포가 바로 나타나는 것이 지역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는듯 하여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합니다.
나름 자차를 잃지는 않겠다는 양심의 의지일수도 있겠네요 ㅎㅎ
정선~고한을 운행하는 영암고속 노선은 왠지 시외면허일 것 같습니다.
제 생각도 동일합니다.
아닙니다. 정선군 농어촌버스 100번이란 정식 계통번호를 가지고 있는 농어촌버스입니다..
다만 요금이 저렇게 비싼 이유는 아직 정선군이 관내 단일화 요금을 시행하고 있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이번에 군수로 당선된 최승준 군수가 버스공영제 무조건 한다고 했으니 만약에 하게된다면 저 노선도 1000원에 정선-고한,태백을 오갈수 있지않을까 싶네요..
고한사북터미널, 노선망이 아주 좋군요. 지장천의 주변풍경도 멋지고 괜찮네요.
여행기 잘 봤습니다.
풍경은 정말 좋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