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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셀틱스, 시작부터 우승까지
대망의 2007-08 NBA시즌이 보스턴 셀틱스의 우승으로 그 화려한 막을 내렸다. 오랜 팬들의 가슴속에는 ‘셀틱 프라이드’라는 슬로건 아래 명문 구단으로서의 자부심을 한껏 드높였던 과거의 영화를 재현했다는데 큰 의미를 둘 것이고. 무관의 스타 선배들이 드리운 짙은 그림자에서 벗어난 3인의 성공스토리에 눈시울을 붉히는 젊은 팬들도 있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무분별한 슈퍼스타들의 영입을 위시로 한 급조 팀 우승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보스턴의 우승을 자본주의가 낳은 폐해의 온상이라 일컬으며 단순 흑백논리로 치부한다는 것은 실로 위험천만한 생각이다.
NBA의 역사를 되돌아볼 때 어느 시점으로부터 장기간 주측 멤버를 중심으로 끈끈한 ‘하나의 팀‘이 완성되고서야 비로소 우승팀으로 거듭나는 사례가 많았다. 오늘 우승을 거머쥔 보스턴도 그러했다. 명장 레드 아우어벅과 빌 러셀, 밥 쿠지도 입단 이래 오직 팀과 우승만을 위해 정진해왔고 타 구단의 유혹에도 손사레를 치며 선배들의 뜻을 이은 래리 버드와 케빈 맥헤일도 그러했다. 프로 첫걸음마 단계부터 팬과 구단과 호흡을 함께하고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우승을 달성하는 것이야말로 모든 스포츠팬이 바라는 바 일 것이다. 역설적으로 보스턴이 오늘 얻은 우승의 가치는 그래서 인정받을만하다. NBA 역사상 시즌 전에 거물급의 선수가 대거 팀을 옮기고 곧바로 우승을 차지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NBA 우승은 단 한 번도 개인의 역량과 운만으로 이루어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맹목적인 전력비대가 능사가 아니라는 전례들은 이런 전제를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 가까운 예로 지난 2003-04시즌 LA 레이커스의 전당포 라인업은 칼 말론의 부상과 게리 페이튼의 새로운 역할에 대한 혼란성과 정체성의 부재 속에 뼈아픈 실패를 경험했고, 지난 96년 결성된 휴스턴의 삼각편대 역시 오랜 세월 꾸준함을 과시한 유타 재즈에게 고배를 들었다. 케빈 가넷은 정상급 파워포워드의 바로미터인 20점-10리바운드 기록에 오랜만에 실패했고 폴 피어스 역시 데뷔 이래 경기당 20점미만으로 하락을 감수했다. 레이 알렌도 마찬가지다. 프랜차이즈 스타인 피어스와 ‘빅 티켓’이라 불리며 관중몰이의 선봉인 가넷에 비하면 선수생활 내내 받아왔던 스포트라이트가 무색할 정도였다. 빅3가 보여준 살신성인의 자세는 젊은 롤 플레이들의 역할과 자신감의 증대로 이어졌다. 시즌 초반 빅3의 가공할만한 시너지로 승수를 챙기기에 혈안이 돼있었던 보스턴은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어느덧 전혀 다른 팀으로 거듭나 있었다. 시즌이 시작 될 당시에 로포스트의 가넷과 하이포스트의 피어스에게 공을 건 내고 우두커니 서있던 젊은 선수들은 과감성과 적극성을 띠며 자신의 가치를 재창출 시켰다. 특히 주전의 한축을 맡고 있는 켄드릭 퍼킨스와 레이전 론도의 주가는 이번 플레이오프를 계기로 상종가를 칠 전망이다. 케빈 가넷과 레이 알렌의 영입으로 적지 않은 출혈을 감내한 보스턴이지만 이들은 선택받은 자로 남았다. 전도유망한 제프 그린과의 트레이드로 영입한 글렌 데이비스나 리온 포우 등 골밑자원들의 가능성도 확인했다. 내년 시즌 전망을 밝게 할 보스턴의 또 다른 자산이다. 이제 30대에 접어든 빅3의 고령화가 멀지않은 시점에서 긍정적인 대목이다. 젊은 패기의 애틀랜타 호크스와 가장 위력적인 원 맨 옵션을 보유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거쳐 끈끈한 공수 조직력의 디트로이트 피스톤스까지 다양한 포맷의 강호들을 두루 경험할 수 있었던 플레이오프 일정도 젊은 선수들에겐 좋은 보약이 될 것이다. 레이커스와의 파이널전과 우승의 경험도 선수로서 잊을 수 없는 추억과 경험이 될 것은 자명하다. 의지만으로 가질 수 없는 경험적 재산은 이번 시즌 보스턴 최대의 산물. 첫술에 배부를 순 없지만 보완해야할 문제점도 여럿 남겼다. 리그의 지역방어 도입 후 끊임없이 창출되는 다양한 형태의 협력 전술은 모든 팀의 과제요 따라야 할 대세와도 같다. 날로 견고해지는 수비 시스템을 위해 2대2와 3대3플레이를 통해 공간을 창출 시키고자하는 전술적 노력이 그 반증이다. 보스턴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기도 하다. 퍼러미터에서 존재감이 뚜렷한 가넷과 피어스, 최강의 외각 슈터 알렌을 보유한 보스턴이기에 발전의 여지는 충분하다. 올 시즌의 긴 여정은 끝이 났지만 미처 맞추지 못한 퍼즐을 오프시즌동안 완성한다면 2년 연속 대권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새로운 세대의 ‘셀틱 프라이드’와 왕조가 탄생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다음 시즌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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