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2, 언어의 높이뛰기, 2021, 신지영 지음, 총248쪽
엄마가 울면서 말했다.
"얘들아, 난 너희들에게 아버지가 없는 불행한 환경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어. 그래서 재혼을 결심한거야."
헉!!! 이것은 참으로 놀라운 드라마 대사 한 줄이었다.
어제 다문화체널에서 방송된 어떤 드라마에서 이 대사가 내 귀에 날아들었다. 마침 '언어의 높이뛰기'라는 언어의 감수성을 높이는 책을 읽고 있던 나는 유독 그 대사가 내 머리에 각인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엉? 아버지가 없는 불행한 환경?"
"그러면 아버지가 없으면 불행한 환경인가?", "우리 주변에 아버지가나 어머니가 부재하는 아이들에 대해 근원적 불행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가?" 등등 여러 가지 질문들이 떠올랐다.
우리는 은연 중에 가족의 구성원에 대해 어떤 편견을 갖고 있다. 가족의 구성원이 반드시 어머니와 아버지 이어야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하여 조손 가정, 소년 소녀 가장 가정, 모녀 가정, 모자 가정 , 부녀 가정 등등 가족은 다양한 구성원으로 모여 있다. 요즘은 이렇게 각양각색의 사람들로 모인 가족을 결손가정이라 여기지 않고 다양한 가족의 형태로 자연스레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중매체에서 아직도 아버지가 없는 가정은 불행한 가정이라는 공식을 대사에서 사용하고 있다니 정말 유감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많은 사람이 시청하는 드라마 작가는 사회 문제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그런데 아직도 이런 구태의연함이 사라지지 않고 있으니 안타깝다. 특히 요즘과 같이 대중 매체의 영향이 큰 사회에서는 각종 SNS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의식 수준이 민감하게 작용하여 세계화 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민감성이 자신의 이익에 기초를 둔 것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에 기반을 둘 때 사회가 바람직하게 발전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대중은 우리 사회의 힘의 원동력이다. 따라서 이 대중이 올바른 결정을 하지 못할 때 사회 전반에서 균형이 깨지고 혼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대중 매체가 전하는 한 줄 한 줄의 문장은 그 영향력과 파급력이 매우 크다.
이 책에서는 "커피 나오셨습니다.", "안으로 들어오실게요." 라는 문장을 내걸고 이런 비문법적 문장들이 왜 우리 사회에 정착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출처를 밝히고 그 해법을 모색한다. 그리고 '대통령 당선자'가 왜 '대통령 당선인'이 되었는지 그 원인을 자세하게 탐색하고 헌법에 명시된 '당선자'를 근거도 없이 '당선인'으로 바꾼 것이 권력에 대한 과잉 충성심(allegiance)으로 언론이 만든 추태의 결과란다. 놈자(者)의 자(者)는 사람 자(者)의 자( 者)와 같은 한자이고, 학자(學者)의 자(者)와 기자(記者)의 者는 당선자(當選者)의 자(者)와 같은 자(者)자 인데 어찌하여 대통령 당선자(當選者)만 대통령 당선인(當選人)으로 이 명박 정권시절에 바꾸게 되었는지? 그것도 그 당선인이라는 용어를 언론의 기자들이 솔선수범해서 사용했다고 이 책에서는 속 시원하게 밝히고 있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존댓말 문화가 빚어낸 삐뚤어진 공경의 문화 탓 임이 분명하다.
이것은 존댓말 문화, 권력에 아부하는 문화, 복지부동(伏地不動)의 문화 등이 콜라보해서 만들어진 우리 문화의 한 단면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언어에 대한 민감성을 가다듬어 우리 스스로가 우리 언어의 지킴이로서 그 권리와 의무를 행사하도록 이 책 작가가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다. 언어를 민감하게 정성껏 살피는 많은 언어 학자들이 이 책 저자와 같이 길잡이가 되어 준다면 나와 같은 선량한 시민들도 적극적인 지지와 실천으로 우리말을 지키고 보호하고 다듬어 나갈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올바른 언어 사용으로 우리 사회에서 인권이 필요한 모든 분야의 사람들이 진정한 인간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할 것이다.
모든 운동(movement)과 실천의 시작은 언어에서부터 시작된다.
'시작이 반'이라고도 한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고도 한다.
혹시 내 주위에 내 말 한마디, 아니 내가 사용한 단어 하나로 인해 사회 계층의 분화가 나타나고 구별하고 차별하는 문화가 형성되는 것은 아닌지 예민하게 둘러보고 톺아보면서 올바른 언어 감수성을 강화해 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