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극장에 간지가 꽤 되었다.
퇴근 후 큰 놈에게 같이 나가자고 해도 거절한다.
옷을 갈아입고 아직도 불편한 왼쪽 발을 절뚝이며
쌍촌역으로 간다.
진도식당으로 갈까, 해남식당으로 갈까 하다가
충장옥으로 들어간다.
'콩물국수 냉면 개시'에 그냥 콩물국수를 시킨다.
큰 그릇이었는데 그걸 다 먹는다.
8시 10분이 되어 표를 사니 '30분 부부의 거처입니다.'한다.
오랜만에 프랑스 영화를 본다.
부부와 그 주변 인물들의 일상을 '아무 말없이' 보여준다.
교꼬를 만나 팔찌를 돌려주는 핑계로 만나기 전까지는
생활수단으로서 바이올린을 가르치는 아내와
소설쓰기를 희망하며 거리에서 꽃염색을 하는 남편이
--- 집안에서 방을 옮기고, 밖에 나가고
다시 옆집의 부부를 닮아가는 생활을 하는 부부
각자 고유한 우리들이라고 착각하는 우리들에게
신이 다 그렇게 살다가 돌아오라고 명한 것은 아니었을까?
한 여자가 들어와 저 만큼에 앉아 영화를 보다가
끝나자 반대쪽 문으로 사라진다.
술꾼도 없는 한적한 거리를 지나 광주공원쪽으로 가자
취객들이 보인다.
몇 개의 식당을 지나 포장마차 앞의 식당에 들어가
소주 한병 주세요 한다.
선지가 큰 콩나물 국이 나오거니 너무 깨끗하게 빡빡 씻은
곱창이 나온다.
곱창맛이 안난다.
소주 한 병을 마시자, 앞에 앉은 내가 보인다.
오른손으로 왼손으로 잔에 따라 마신다.
작은 고추 하나를 씹자 매워 눈물이 나오려 한다.
반은 땀이다.
밖에서는 '아파트'가 계속 흘러 나온다.
그냥 땀과 눈물을 섞어버릴 비라도 내리면 좋으련만.
발을 끌며 4가역에 와서 기차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