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BMW 모토라드의 라인업은 멀티 퍼퍼스, 투어러, 슈퍼스포츠, 맥시 스쿠터, 로드스터 등의 다양한 세그먼트로 분류되어 있다. 하지만 BMW 모토라드가 탄생한 1923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말 그대로의 모터사이클 원형에 가까운 R 32라는 시조 모델이 존재한다.
BMW 모토라드는 R 32 탄생 이후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며, 현재의 세그먼트 분류를 갖게 되었다. 최초의 수평대향 2기통 엔진을 탑재한 R 32는 BMW 모토라드의 원류이자 로드스터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는 병렬 4기통 기반의 K시리즈 로드스터를 포함해 병렬 2기통 기반의 F 시리즈 로드스터도 존재하지만, 로드스터의 적통은 수평대향 2기통 기반의 R 시리즈이다. BMW 모토라드(이하, BMW)의 원류이자 로드스터의 적통인 수평대향 2기통 로드스터 연대기를 시작한다.
1923년에는 BMW 최초의 모터사이클인 R 32가 등장했다. 막스 프리츠(Max Friz)가 설계한 수평대향 2기통 엔진과 샤프트 드라이브, 튜블라 프레임을 적용한 R 32는 당시로는 최신 기술의 집약체였으며 스포츠 성능을 중시했다. 이후 BMW는 1924년에 R 32의 엔진을 스포츠 버전으로 변형한 R 37로 게르만 로드 챔피언십에 출전해 우승을 거머쥐었다.
R 32
1932년에는 트윈 카뷰레터를 채용해 최고출력을 끌어 올린 R 16이 등장했고, 1935년에는 모터사이클 최초로 유압식 텔레스코픽 포크를 적용한 R 17이 탄생했다. 1936년에는 왼발로 기어를 바꾸는 방식을 채용한 R 5가 등장했다. BMW는 2차 세계대전 발발 이후 1939년부터 1940년까지 R 12를, 1941년부터 1945년까지는 R 75를 독일군에 납품하기도 했다.
R 17
1945년 종전 후 모터사이클 생산을 제한당했던 BMW는 1948년에 재생산에 돌입했다. 그리고 1950년 R 51을 출시한 뒤 1952년에는 양산 모터사이클 최초로 최고속 160Km/h를 기록한 R 68을 출시했다. 1955년에는 프론트에 얼스포크(Earl’s Fork)를 적용한 R 50과 R 69이 출시되었다.
R 68
1960년, BMW는 해외 시장의 요구에 따라 R 69의 최고 출력을 20% 향상시킨 R 69 S를 출시했다. 최고속 175Km/h를 기록한 R 69 S는 당시의 최고속 모터사이클이었으며, 주 구매층은 스포츠 성능을 중시하는 라이더들이었다. 1969년에는 엔진과 프레임을 개선하고 스윙암을 적용한 R 50/5, R 60/5, R 75/5을 출시했다. R75/5는 자사 모델 최초로 압력 지속 카뷰레터를 장착해 출력과 안정성을 향상시킨 모델이다.
R 75/5
1973년에는 R 90/6과 로켓 카울을 적용한 R 90 S가 출시된다. 혼다 CB750의 대항마로 등장한 R 90 S는 새로운 방식의 크랭크샤프트와 사이드 타입의 카뷰레터를 적용해, 200Km/h에 가까운 최고속을 기록했으며, 한스 무트의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당시의 라이더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R 90 S
R 90/6도 R 90 S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크랭크샤프트의 적용과 압력 지속 카뷰레터를 채용해 주행 안정성과 스로틀 반응의 개선을 추구했다. 1976년에는 R90 S의 후속 모델인 R 100 S와 프론트 및 사이드 카울을 적용한 R 100 RS를 출시하면서, 로드스터 모델과 투어러 지향 모델을 구분하기 위한 세그먼트 구분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R 100 S
1980 – 2014년, 세그먼트 분화 속 진보
1980년대, BMW는 다카르 랠리에 출전하는 GS시리즈의 개선과 새로운 직렬 엔진 개발에 몰두했다. 1984년, 스윙암을 대체하는 모노레버(Monolever)를 적용한 R 80 출시 이후 1980년대에는 로드스터 장르의 출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R 80
1991년에는 GS 시리즈에 적용된 패러레버(Paralever)를 적용한 R 80 R과 R 100 R을 출시하면서, 로드스터를 의미하는 'R'이니셜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3년에는 R 1100 GS와 동일한 차체와 엔진을 기반으로 한 R 1100 R이 탄생했다. 당시의 R 1100 R은 기존 텔레스코픽 포크의 노즈 다운을 현격히 줄인 텔레레버의 장착으로 전 세계 라이더들에게 호평을 받기도 했다.
R 1100 R
1999년에는 R 1100 R의 디자인을 일신하고 배기량을 1130cc로 확장한 R 1150 R을 출시했다. R 1150 R은 연료 탱크를 R 1100 R보다 날카롭게 다듬고 탱크 좌우에 오일 쿨러를 배치했다. 2003년 BMW는 80주년 기념 모델로 비대칭 헤드라이트, 전용 핸들바, 전용 계기반을 적용한 R 1150 R 락스터(Rockster) 버전을 한정 발매하기도 했다.
R 1150 R 락스터
2006년에는 디자인을 개선하고 배기량을 1170cc로 업그레이드 한 R 1200 R이 출시되었다. R 1200 R은 기존의 R 1150 R보다 헤드라이트의 높이를 낮춰 보다 역동적인 디자인을 지향했다. 오일 쿨러는 연료탱크 양 옆에서 중앙으로 위치를 옮겼다. 2011년에는 DOHC 방식을 적용한 수평대향 2기통 엔진을 이식한 R 1200 R이 탄생했다.
R 1200 R
그리고 2014년 10월, 독일의 인터모트에서 2015년형 R 1200 R이 발표되었다. 2015년형 R 1200 R은 기존 모델과 전혀 다른 역동적인 디자인을 기반으로, 수랭식 수평대향 2기통 DOHC 엔진을 적용했다. 프론트 서스펜션의 경우 기존의 패러레버 대신 텔레스코픽 포크를 이식했으며, 새로운 프레임을 적용했다.
2015년식 R 1200 R
BMW를 상징하는 수평대향 2기통 엔진은 자사의 로드스터를 기반으로 발전하고 분화하면서 현재의 다양한 세그먼트로 나뉘었다. 또한 수평대향 2기통 엔진의 수랭화를 단행하면서 출력의 보강을 이뤘으며, R nine T를 통해 공랭 수평대향 2기통 이라는 유산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923년부터 시작된 수평대향 2기통 로드스터는 BMW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유일한 키워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