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표 영화'라는 선입견을 버릴 것~ ^^
탈북자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식 영화일 거라는 오해를 버릴 것~~
결국 북한 실상을 알리는 반공 영화류가 아닐까 하는 소견을 버릴 것~~~
그럼, 이 영화를 보게 되지 않을까...^^
'불편한 진실'인 건 사실이었지만....
그래도 알고 있어야 할..
가슴 먹먹해도 두 눈 뜨고 보아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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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싱>
감독: 김태균
출연: 차인표
가슴속에 고인 눈물이 ‘주르르’
김세윤 (영화 에세이스트)
21세기가 시작된 이후, 김태균 감독은 줄곧 ‘꽃미남’ 영화를 만들었다.
<화산고>(2001)에서 <늑대의 유혹>(2004)으로, 다시 <백만장자의 첫사랑>(2006)으로.
장혁과 권상우, 조한선과 강동원, 그리고 현빈을 앞세워 청춘의 뒷골목을 신나게 내달리는
그의 영화는 매번 막대사탕처럼 달짝지근한 뒷맛을 남겼다. 그런 사람이 탈북자 영화를
만들었다고 들었을 때(이 영화는 다 완성할 때까지 제작 과정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솔직히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었다. 마땅히 솔잎을 먹어야 할 송충이가 괜히 갈잎을
욕심내는 건 아닌지, 지금까지 잘해온 것을 앞으로 계속 잘해가는 것만도 쉽지 않은 판국에
왜 굳이 ‘안 하던 짓’을 하려는 건지, 솔직히 이해할 수 없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알았다.
아, 이 영화, 꼭 만들어야 했겠구나. 그냥 섣부른 욕심으로 덤벼든 게 아니로구나.
<크로싱>은 가족을 살리기 위해 국경을 넘은 탈북자 용수(차인표)가 주인공이다.
아내의 결핵약을 구하기 위해 중국으로 넘어왔지만, 브로커의 말에 속아 그만
남한행 비행기를 타게 된다. 그 사이 아내는 외롭게 세상을 뜨고 홀로 남은
열한 살배기 아들 준이는 아버지를 찾아 무작정 국경을 넘으려 든다.
과연 세상은 이들에게 극적인 재회를 허락할 것인가. 북한의 가슴 아픈 실상을
차곡차곡 눈에 담으며 힘겹게 결말까지 따라온 관객을, 영화는 몽골의 고비사막에서 맞이한다.
이 영화를 소개하는 많은 글이 ‘사실적’이라는 수식어를 쓴다. ‘탈북자의 현실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
‘북한 마을의 사실적인 재현’ 등등. 북한 주민 300만 명이 굶어 죽었다는 지난 10년 동안 다들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았을 텐데, 영화에서 묘사한 살풍경이 ‘사실적’이라고 판단한 근거는 무엇일까.
짐작건대, 한두 번은 텔레비전에서 보았을 자료 화면에 비추어볼 때 영화가 재현하는 비참함의 강도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판단이 그런 표현을 쓰게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
‘사실적’이라는 표현을 쓰기가 망설여진다. ‘사실적’이라는 무미건조한 세 글자로 부르기에는
그들이 처한 현실이 너무나 고통스러워 보였기 때문이다. 이것이 엄연한 사실이라는 걸 알면서도
애써 모른 척해온 지난날이 통째로 미안해지기 때문이다.
'신파'라고? '감동'이야!
김태균 감독은 몇 해 전, 대한민국의 다른 많은 사람이 그랬듯이 TV 다큐멘터리를 통해
북한의 실상을 접했다. 남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끔찍한 장면을 쉽게 잊지 않았다는 사실뿐이다.
당시 ‘꽃미남’의 근사한 매력을 전하느라 바쁜 감독에게 ‘꽃제비’의 참혹한 현실이 꽤 깊은 인상을
남긴 모양이다. 4년을 매달려 이야기를 다듬었고 중국과 몽골을 넘나들며 두 달 반 동안 촬영했다.
보통 자기 삶이 짊어진 무거운 짐을 슬그머니 덜어놓으려 극장에 간다. 그런 걸 기분전환이라고 부른다.
<크로싱>을 보면 가뜩이나 무거운 내 어깨 위해 탈북자의 고달픈 인생까지 짊어지고 나와야 한다.
당연히 선뜻 보러 들어가기가 망설여진다. 하지만 그들의 짐을 떠안는 대신 가슴속에 어혈처럼 고인
눈물을 덜어놓고 나올 수 있다. 그런 걸 누구는 ‘신파’라고 부르더만, 난 그런 걸 ‘감동’이라고 부르겠다.
관객의 기대를 배반하는 이 영화의 결말을 보면서 혹여 “그래서 뭐?” “어쩌라고?” 따져 묻는다면
그건 참 염치없는 짓이다. 그래서 뭘 어쩌는 건 이제 우리 몫이기 때문이다.
- <시사IN>(제41호)에서
첫댓글 언니~ 금재랑 그날 재밌게 보셨나봐요^^
재밌게..라기보다 빠져들었다고 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