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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던 나무 아래 잠들다
법정 스님의 산골(散骨)의식이 28일 전남 순천시 송광사 불일암에서 거행된 가운데 스님의 유골이 후박나무 아래에 산골되고 있다. 법정 스님은 30여년전 불일암을 찾아 후박나무를 직접 심고 평소에도 매우 아껴 스님의 유언에 따라 유골을 산골하게 됐다. |
직접 심은 후박나무 아래 산골(散骨)
부디 극락왕생하소서!"
평생 무소유를 실천하다 지난 달 11일 세수 79세, 법랍 56세로 입적한 법정(法頂) 대종사의 49재 막재(終齋)가 28일 법정 스님의 출가 본사인 전남 순천 송광사에서 봉행됐다.
송광사 승보전 앞에서 이날 오전 11시부터 낮 1시께까지 진행된 이날 막재에는 전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과 자승 총무원장 스님, 혜총 포교원장 스님, 중앙종회의장 보선 스님, 송광사 주지 영조스님 등을 비롯,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박주선 민주당 최고위원, 정동영.서갑원 의원, 한화갑 평민당 대표 등 정치인과 등 불자 등 1만2천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49재는 당초 오전 10시에 시작하기로 했으나 많은 비가 내리면서 주요 인사들의 행사장 도착이 늦어져 1시간 늦게 열렸다.
5번의 범종을 울리는 것으로 시작된 막재는 개식, 삼귀의, 법요, 헌향, 헌다, 대중삼배, 법정스님 영상 법문, 지관스님 법문, 길상사 합창단의 조가 합창, 헌화, 영조스님 인사말씀, 사홍서원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법정 스님 생전의 모습이 행사장 영상을 통해 나타나자 일제히 합장을 하고 "나무아미타불"을 염불하면서 스님을 추모했다
"법정 스님 무소유의 산실 불일암에 깃들다"
28일 법정 스님의 49재 막재(終齋)가 봉행된 전남 순천시 송광사에는 이른 아침부터 비바람이 몰아쳤다.
하늘도 스님과 마지막 이별이 아쉬운 듯 온 몸을 떨며 울었다.
법정 스님의 유언에 따라 오후 1시부터 불일암에서 산골(散骨)의식이 거행되자 매섭던 비바람도 잠시 멈췄다. 불일암을 향하는 조그만 오솔길도 어느덧 파릇파릇한 신록으로 갈아입고 다시 찾은 스님을 맞이했다.
산골 의식은 간단한 예불에 이어 법정 스님을 곁에서 모셨던 상좌 스님들이 작은 나무상자에 담긴 스님의 유골을 후박나무 아래에 흩뿌리는 것으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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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 49재
28일 법정 스님의 49재 막재(終齋)가 전남 순천시 송광사에서 봉행돼 신도들이 빗속에서 헌화를 하며 극락왕생을 기원하고 있다. 법정 스님의 유골은 유언에 따라 `무소유' 등 명작을 집필했던 불일암 후박나무 아래 산골됐다. |
이어 유골 위에 고운 모래를 뿌리고 흙을 묻는 것으로 10여분만에 끝났다.
몇 줌의 유골로 `정신적 고향'을 찾은 법정 스님은 제자들에 의해 생전 아끼고 보살피던 후박나무의
품에 안겼다. 30여년전 빈손으로 와서 불일암을 직접 짓고, 밭을 일궜던 스님은 입적 이후에도 역시 빈손
으로 돌아와 가장 사랑했던 자연에 묻히게 됐다.
산골 의식에 참여한 덕진 스님은 "후박나무는 스님이 항상 쓰다듬고 아끼셨던 나무지만 불일암에 있는
모든 것에 스님의 손때와 자취가 남아 있다"며 "후박나무가 상징적인 장소일 수 있지만, 모든 생명체에
스님의 사상이 깃들어 있다"고 말했다.
불일암을 찾은 배영옥(55.여.서울 강남구)씨는 "스님이 말씀하신대로 검소한 삶 그 자체를 느낄 수 있었
다"면서 "후박나무를 보니 스님이 더욱 그리워진다"며 자연의 품속으로 돌아가신 법정 스님을 추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