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항로를 빠져 나와 이키섬을 향해 가는데 달이 진 캄캄한 새벽에 갑자기 어선이 우현에서 좌현으로 약 10미터 앞으로 확 지나가는데 요트 속도를 늦추지도 못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설상가상으로 마스트등도 들어오지도 않고 섬미등만 켜져 있었다.다른 크루가 "선장님"하고 호출하자 이미 늦었지만 깜짝 놀라 윤선장이 선실에서 나올때는 빠른 속도로 우리 앞을 지나가는 순간이였다. 사실 어두운 밤에 하는 견시는 주로 전방견시를 하는데 거의 우현90도 각도에서 빠른 속도로 접근하는 어선이나 낚시선을 견시하기란 쉽지 않다. 아찔한 전방을 보는 순간 윤선장이 선수 항해등이 꺼졌다고 하면서 왜 보고를 하지 않았느냐고 말한다. 문제는 전방우현쪽에서 너무 가까이 앞을 가로질러 지나가려고 하는 어선을 뒤늦게 발견하고 속도를 늦추고 선수를 좌현으로 돌릴려고 했으나 너무 긴박하여 그렇게 하지 못했다. 캄캄하여 앤진RPM 레버와 수동스위치가 보이지 않았고 헫드렌턴을 켜고 레버와 수동스위치조절 할 수 없을 정도로 긴박한 상황이였다. 분명히 켜져 있었는데 계속 선수가 파도에 부딪치며 튀어 오르는 바닷물이 항해등에 흡입되어 어느 순간 합선되서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 어선은 요트우현의 청등이 없으니 당연히 요트가 접근하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거나 레이다로 확인하고서 충분히 앞으로 지나갈 수 있다고 판단하여 속도도 줄이지 않고 경보음도 없이 위협적으로 확 지나간 것 같다. 엔진을 중립하고 표류한 채 선수에 있는 항해등을 분해하고 분리하여 젖은 바닷물을 닦아내고 나서 항해등이 들어와 윤선장이 바닷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감겨진 짚세일에 임시로 고정하여 항해하였다. 조금 있으니 날이 밝아지기 시작하는데 다시 항해등의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날이 밝아 그대로 오다 풍향이 좋아 짚세일을 올리고 날씨도 좋아져서 피곤하지만 기분이 좋아지고 재미있게 항해하여 오후1시경에 이즈하라항에 도착하였다. 도착하여 출국수속을 마치고 어젯밤 10시에 깨어 뜬눈으로 밤새워 너무 피곤하여 선실로 돌아와 잠을 청하고 윤선장과 나머지 크루들은 시내에 가서 시장을 보러 갔다. 깊은 잠에 빠져 있는데 엔진음이 들리고 해서 선실에서 나와 보니 4시경에 출항하여 아소만에 가서 앙카링하여 새벽2시에 출발한다고 한다. 약 3시간 후 아소만에 도착하여 리아스식 해안의 깊숙이 들어간 수심이 깊지 않은 곳에 앙카링하여 저녁 겸 식사하며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하다 약 두 시간 이상 잠을 자고 2시경에 출발하여 아소만을 빠져 나왔다. 현해탄을 요트로 횡단하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 있어서 인지 전날 한밤중에 한숨도 자지 못했지만 계속 자지 않고 견시 하였다. 좌현 멀리 희미하게 갈치 낚시 어선들의 불빛이 보이고 지나다니는 배들이 보이지 않다가 거제도 남쪽 해상이 가까워지니 거제도 동쪽으로 향하는 화물선들이 가로 질러 지나간다. 새벽에 둥근달이 넘어가자 어두움이 내리다가 약 한 시간이 지나니 동쪽 해안 멀리서 희미한 하늘이 수평선 위로 보이기 시작한다. 쏟아지는 잠을 물리치기 위해 빵조각을 씹어 먹으며 이 시간까지 버티어 왔으니 조금만 있으면 해가 솟아오를 것이고 거제도 남단 홍도를 지나면 드디어 대한해협 요트 횡단의 꿈이 이루어진다. 홍도를 지나고 나서 날이 훤히 밝아지자 새벽에 일어난 팀원과 교대하고 선실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약 1시간 정도 깊이 수면을 취하고 나니 거제도 남서쪽 끝을 지나고 있었다. 약11시경에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는 검역소 직원과 새관직원이 미리 준비한 서류에 서명하고 요트를 깔끔히 정리하고 택시타고 출입국 관리소로 향했다. 출입국 관리소에서 입국심사 도장 받고 근처 시장에서 술 한잔 하면서 이번 딜리버리 안전 항해를 자축하고 헤어졌다. 장시간 윤선장과 여러 가지 이야기도 하고 궁금한 것 있으면 물어보고 요트 데크 후미에서 안전하게 소변보는 것도 눈여겨보았다. 오랜만에 일본의 시내버스와 기차를 혼자서 이용하며 한산한 북규슈 농촌 풍경을 감상하는 것이 오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좀 아쉽지만 시간이 촉박하여 후쿠오카 시내 일본 선술집에도 가보지 못하고 관광도 못한 채 대마도에 도착했으나 여기서도 피곤하여 잠만 자다 돌아왔다. 처음 해보는 개인별 출입국 신사는 약간 불편하고 시간이 좀 걸리는 일 이였지만 흥미로웠다. 이번 일본영해를 야간항해하면서 느낀 점은 항로주변 가까이에는 어장이 없어서 지나가는 상선이나 어선만 잘 견시한다면 야간항해도 안전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요즘처럼 기온이 떨어질때는 추위와 졸음과의 싸움이지만 탐원들이 시간을 엄수하여 제시간에 일어나 견시만 잘 한다면 극복할 수 있다.
늦은 댓글이지만 양해 해주세요. 왜냐면 전 신입이니까요~ 재미있는 항해기 잘 봤습니다. 2016년 윤선장님과 하타카에서 들어 왔었습니다. 바다에서 뜨는 태양을 잊을 수가 없네요. 그래서 요코하마 코스 도전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알았죠. 난 요트다. 올여름에도 한번 도전해 볼까 합니다.
첫댓글 야간에는 별도의 등화가 있어야겠군요. 건전지쓰는 경광등같은것 말이죠.
우리카페 "태양광 다기능 선박등" 검색해 보세요. 요트에 예비로 하나 비치해 두면 좋을 것 같아요! 리모트콘트롤 되서 편해요.^^
늦은 댓글이지만 양해 해주세요. 왜냐면 전 신입이니까요~
재미있는 항해기 잘 봤습니다.
2016년 윤선장님과 하타카에서 들어 왔었습니다. 바다에서 뜨는 태양을 잊을 수가 없네요.
그래서 요코하마 코스 도전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알았죠. 난 요트다.
올여름에도 한번 도전해 볼까 합니다.
주말에 일상에서 나만의 탈출구가
있어야 주중에 처자식을 위해 열심히
일할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