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의미> 음반 책자
가수 이적이 중 3때 썼다는 시다. 그리고 그의 노래가 좋다.^^
엄마의 하루
습한 얼굴로
am 6:00이면
쌀을 씻고
밥을 지어
호돌이 보온 도시락통에 정성껏 싸
장대한 아들과 남편을 보내놓고
조용히 허무하다
따르릉 전화 소리에
제2의 아침이 시작되고
줄곧 바삐
책상머리에 앉아
고요의 시간을
읽고 쓰는데
또 읽고 또 쓰는 데 바쳐
오른쪽 눈이 빠져라
세라믹펜이 무거워라
지친 듯 무서운 얼굴이
돌아온 아들의 짜증과 함께
다시
싱크대 앞에 선다.
밥을 짓다
설거지를 하다
방바닥을 닦다
두부 사오라 거절하는
아들의 말에
이게 뭐냐고 무심히 말하는
남편의 말에
주저앉아 흘리는 고통의 눈물에
언 동태가 녹고
아들의 찬 손이 녹고
정작 하루가 지나면
정작 당신은
또 엄마를 잘못 만나서를 되뇌이며
슬퍼하는
슬며시 실리는
당신의 글을 부끄러워하며
따끈히 끓이는
된장찌개의 맛을 부끄러워하며
오늘 또
엄마를 잘못 만나서를
무심한 아들들에게
되뇌이는
'강철 여인'이 아닌
'사랑 여인'에게
다시 하루가 간다. 가수 이적이 중3때 엄마 생일을 기념해 쓴 시
그의 어머니는 여성학자 박혜란씨다. 그의 시는 이 책에 실렸다.
그리고 그의 '고독의 의미' 음반에 담긴 다양한 시도의 노래들.
그 중 가수 정인과 듀엣으로 부른 '비포 선라이즈'가 좋다.
그 밤 일은 자꾸 생각하지 말아요
생각하면 자꾸 그 생각이 커져요
그럴수록 쓸쓸해져요
우리 취했고
그 밤은 참 길었죠
나쁜 마음은
조금도 없었죠
실끝 하나로 커다란 외툴 풀어내듯
자연스러웠던 걸
우린 알고 있어요
우린 어렸고
무엇도 잘 몰랐죠
서로 미래를
점칠 수 없었죠
오랜 뒤에도 이렇게 간절할 거라곤
그땐 둘 중 누구도
정녕 알지 못했죠
영화 '비포 선라이즈'를 떠올리게 한다.
출처: 창원시가정어린이집 연합회(창가련) 원문보기 글쓴이: 의창구꼬망쎄서맹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