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mp for the Lord 주님을 위한 나그네
야고보서 1:2-3
"내 형제들아, 너희가 여러 가지 시험을 당하거든 온전히 기쁘게 여기라. 이는 너희 믿음의 시련이 인내를 만들어 내는 줄 너희가 앎이라."
1장 – 희망을 품기 어려운 곳
1944년 9월 어느 더운 아침, 우리는 철도 측선에 늘어선 채 서 있었다. 천 명이 넘는 여성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설마 독일은 아니겠지!"
내 옆에서 언니 벳시는 휘청거렸다. 나는 쉰두 살, 벳시는 쉰아홉 살이었다. 유대인들을 우리 집에 숨겨 주다가 잡힌 후 감옥과 강제 수용소에서 보낸 지난 7개월은 벳시에게 더욱 가혹했다. 하지만 우리가 비록 죄수 신분이긴 해도, 지금까지는 적어도 네덜란드에 머물러 있었다. 해방이 곧 올 것 같은 이 시점에서, 도대체 우리는 어디로 끌려가는 걸까?
뒤에서는 경비병들이 소리를 지르며 총으로 우리를 찌르듯이 밀어붙였다. 나는 본능적으로 목에 걸린 끈으로 손을 가져갔다. 그 끈 끝에는 내 등 뒤 어깨뼈 사이로 내려오는 작은 천 주머니가 매달려 있었다. 그 안에는 성경이 들어 있었다. 금지된 책이었지만, 그것은 지난 몇 달 동안 벳시와 나를 지탱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동료 죄수들과도 힘을 나눌 수 있게 해 준 소중한 책이었다. 지금까지 우리는 그것을 잘 숨겨 왔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독일로 간다면... 우리는 그곳의 감옥 검문이 얼마나 철저한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었다.
비어 있는 화물차들이 길게 줄지어 천천히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멈춰 서더니, 커다란 화물칸 문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 나는 베치가 가파른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어두운 화물칸은 금세 사람들로 가득 찼다. 우리는 벽에 밀착된 채 서 있었다. 그것은 작은 유럽식 화물칸으로, 서른 명에서 마흔 명 정도가 겨우 들어갈 수 있는 크기였다. 그런데도 경비병들은 계속해서 여성들을 밀어 넣었다. 총으로 찌르며 더 많은 사람들을 강제로 밀어 넣었다. 결국 여든 명이 꽉 찬 순간, 무거운 문이 닫혔고, 우리는 바깥에서 철제 빗장이 단단히 채워지는 소리를 들었다.
여성들은 흐느껴 울었고, 많은 이들이 기절했다. 그러나 너무 빽빽하게 갇혀 있어서 그대로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태양이 멈춰 선 기차 위로 내리쬐었고, 답답한 화물칸 안의 온도는 점점 올라갔다. 몇 시간이 지난 후, 기차가 갑자기 흔들리더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곧 멈추었고, 다시 천천히 앞으로 기어가듯 움직였다. 그날 하루 종일, 그리고 밤새도록 똑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멈추고, 출발하고, 덜컹거리고, 요동치는 것이 계속되었다. 화물칸 옆 벽 틈으로 밖을 내다보니 철로가 뒤틀린 것을 정비공들이 수리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어쩌면 철도가 파괴된 것인지도 몰랐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가 네덜란드에 있는 동안 해방될 수도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새벽녘, 우리는 네덜란드 국경 도시인 에머리히를 지나갔다. 이제 우리는 독일에 들어온 것이었다.
그 후 믿을 수 없는 이틀 낮과 이틀 밤 동안, 우리는 두려움의 땅 속으로 점점 더 깊이 끌려 들어갔다. 답답한 공간과 더러움보다 더 끔찍했던 것은 갈증이었다. 기차가 멈출 때 두세 번 정도 문이 조금 열리더니, 물통 하나가 던져졌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짐승이 되어버려서 질서 있게 행동할 수 없었다. 문 가까이에 있던 사람들만 물을 차지했다.
마침내, 셋째 날 아침, 문이 활짝 열렸다. 아주 어린 군인 몇 명만이 우리에게 내려서 행군하라고 명령하기 위해 서 있었다. 더 많은 군인은 필요하지 않았다. 우리는 거의 걷지도 못할 지경이었고, 저항은커녕 일어설 힘조차 없었다.
작은 언덕 정상에서, 우리는 마침내 목적지를 보았다. 회색의 거대한 막사 도시가 높은 콘크리트 이중 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라벤스브뤼크!"
저주처럼 속삭이는 그 단어가 줄지어 선 사람들 사이로 퍼져 나갔다.
이곳은 여성들의 사망 수용소로 악명 높은 곳이었으며, 모든 악의 상징과도 같았다. 우리는 언덕을 비틀거리며 내려가고 있었고 내 등에 부딪히는 작은 성경의 존재를 느꼈다. 우리가 그것을 가지고 있는 한, 설령 지옥 그 자체를 마주한다 해도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앞으로 있을 검문을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
한밤중, 베치와 나는 신입 수용자들을 처리하는 막사에 도착했다. 그리고 거기서, 강한 천장 조명 아래에서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했다. 줄 앞쪽에 다다른 여성들은 모든 옷을 벗어 병사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벗은 몸으로 걸어가야 했으며, 십여 명의 경비병의 눈초리를 지나 샤워실로 들어가야 했다. 샤워실에서 나오면, 오직 얇은 규격 수용소용 원피스와 신발 한 켤레만 주어졌다.
우리 성경! 그렇게 많은 감시의 눈을 뚫고 그것을 지킬 수 있을까?
“오, 베치!” 나는 말을 꺼내다가,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말을 멈췄다. 경비병 하나가 지나가자, 나는 그에게 독일어로 화장실을 알려달라고 간청했다. 그는 샤워실을 가리키며 거칠게 말했다. “배수구를 사용해!”
우리는 조심스럽게 줄에서 빠져나와 넓은 방 안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수도꼭지가 줄지어 있었고, 다음 50명의 벌거벗고 떨고 있는 여성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몇 분 후, 우리는 모든 것을 빼앗긴 채 다시 그곳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리고 우리는 구석에 쌓여 있는 낡은 나무 벤치들을 보았다. 바퀴벌레들이 기어 다녔지만, 우리에게는 그것이 마치 하늘의 가구처럼 보였다.
나는 즉시 작은 가방을 머리 위로 미끄러뜨려 쓰고, 내 울 속옷과 함께 그것을 벤치 뒤에 숨겼다.
그리고 불과 10분 후, 우리가 그 방으로 몰려갔을 때, 우리는 가난한 자가 아니라 부유한 자였다. 라벤스브뤼크에서도 하나님이신 그분의 돌봄 속에서 부유한 자였다.
물론 내가 얇은 수용소 원피스를 입었을 때, 성경은 안에서 불룩하게 튀어나왔다. 그러나 그것은 내 일이 아니라, 하나님의 일이었다. 출구에서 경비병들은 모든 죄수들의 앞뒤와 옆을 샅샅이 더듬으며 검문하고 있었다. 나는 기도했다.
"오, 주님, 당신의 천사들을 보내 우리를 둘러싸 주소서."
나는 천사들이 영적인 존재이며, 그들을 투명하게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러나 내가 필요했던 것은 나를 가려서 경비병들이 나를 보지 못하게 해 줄 천사였다.
나는 다시 기도했다.
“주님, 당신의 천사들을 불투명하게 만들어 주세요.”
절박한 순간에는 이렇게 비정상적인 기도도 할 수 있는 법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개의치 않으셨다. 그리고 응답하셨다.
내 앞에 있던 여성은 몸수색을 받았다. 내 뒤에 있던 베치 역시 몸수색을 받았다. 하지만 경비병들은 나를 만지지도 않았고, 심지어 쳐다보지도 않았다. 마치 내가 그들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건물 밖에서는 두 번째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또 다른 줄을 선 경비병들이 모든 죄수를 다시 한 번 검사하고 있었다. 나는 줄 끝에 다다랐을 때 일부러 속도를 늦췄다. 하지만 경비대장은 내 어깨를 거칠게 밀치며 말했다.
“어서 가! 줄을 지체시키지 마라.”
그렇게 해서, 베치와 나는 라벤스브뤼크 수용소의 우리 막사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몰래 성경 공부 모임을 열기 시작했다. 믿는 이들의 모임은 점점 커졌고, 결국 막사 28번은 수용소 전체에서 “미친 곳, 그러나 희망이 있는 곳” 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되었다.
그렇다, 우리는 희망을 가졌다. 인간의 광기가 아무리 극심해도, 우리는 더 강한 권능이 최후의 말씀을 가지신다는 것을 배웠다. 바로 이곳에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