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래다/바라다, 바치다/받치다/받히다, 부딪치다/부딪히다 맞춤법
이걸로 마지막이다. 점역교정 노트는 10회에서 마침표 찍기로 했다. 일단 기억과 경험을 뒤적여도 더 나올 만한 게 없을 것 같아서 말이다.
뭐, 나중에 더 생기면 다시 시작하면 되겠지.
마지막 10회에서는 쉬운 거 1개와 어려운 거 2개를 다루기로 했다. ‘바래다/바라다’, 그리고 ‘바치다/받치다/받히다’와 ‘부딪치다/부딪히다’가 그 주인공들이다.
첫 번째, ‘바래다/바라다’로 쉬운 것부터 가자.
‘바래다’는 벽이나 물건 등의 색이나 빛깔이 옅어지거나 낡아 퇴색하거나 했을 때, 또 누군가를 일정한 곳까지 배웅할 때 쓴다. 반면 ‘바라다’는 어떤 것을 원하거나 희망한다는 의미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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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 핏이 딱이다. 원래 짙은 청색이었는데 약품 처리로 색을 바래게 했어. 근데 너 햇빛을 너무 많이 본 모양이야. 일사병에 걸린 나뭇잎처럼 얼굴이 누렇게 바랬다. 양산 같이 쓰고 가자, 집까지 바래다 줄게.
올해 바라는 소망은 월급이 인상되는 것이다. 부디 이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하지만 솔직히 그건 부차적인 거고, 어머니가 건강하게 한 해를 넘기길 바랄 뿐이다.
다음으로 ‘바치다’와 ‘받치다’와 ‘받히다’를 보자.
‘바치다’는 무엇인가를 위해 아낌없이 다하거나 누군가에게 어떤 것을 정성스럽게 준다는 뜻이다. 즉, ‘헌신’과 ‘진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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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제는 신에게 헌신적으로 삶을 받쳐왔다. 매주 일요일마다 있는 형식적인 미사에서 제단에 향을 바칠 때마저도 그는 몸과 마음을 다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나라에 세금을 바치지 않는다며 종교 단체를 좋지 않은 눈으로 본다.
‘받치다’는 어떤 물체 밑이나 안에 다른 것을 대거나, 우산 등을 펴 든다는 뜻이다. 요컨대 ‘무엇 아래 다른 것을 괴거나 세우는 것’과 ‘’, ‘막다’의 의미를 내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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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이 붕괴되지 않게 천장에 기둥을 받쳤다. 공사 현장을 나오니 비가 내리고 있어 우산을 받쳤다.
‘받히다’는 어떤 것에 부딪히는 것을 의미한다. ‘충돌’의 뜻을 내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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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지팡이로 보행을 하다가 규정에 어긋나게 설치된 불법 볼라드에 무릎을 받혔다. 아픔에 비틀거리다가 뒤에서 달려오는 차를 피하지 못해 등을 받히고 말았다.
끝으로 ‘부딪치다/부딪히다’를 살펴보자.
‘부딪치다’와 ‘부딪히다’는 둘 모두 ‘부딪다’를 어근으로 하는 파생어인데, 무언가와 충돌하다는 의미가 있다. 앞에 것은 부딪다의 강세 표현 내지는 부딪는 주체가 자신에게 있다는 뜻이고, 뒤의 것은 충돌의 주체가 아닌 당하다는 뜻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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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툰 친구와 눈빛이 부딪쳤다. 슬쩍 고개를 돌리고 그릇에 달걀을 부딪쳐 깼다.
길을 걷다가 전신주에 부딪혔다. 한 술 더 떠서 버스를 타려다가 자동문에 손등을 부딪혔다.
개인적으로 ‘부딪치다’와 ‘부딪히다’는 아직까지도 좀 아리송한 느낌이 강하다. 영어도 아닌데 왜 ‘움직임의 주체가 나’인 능동태, ‘내가 당하는 것’인 수동태가 나오냐!
좌우간 점역교정 노트 정리는 이걸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