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야의 장기력이 2012년 12월 21일로 끝나는 것 때문에 지구 멸망한다는 소리가 돈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구는 너무나도 평온했다. 다음날에도 지구는 멀쩡히 잘만 돌아갔다. 마야의 장기력은 달력 만드는 사람이 귀찮아서 거기서 그친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고 어쨌든 2012년은 그렇게 저물고 2013년이 찾아왔다. 또 속절없이 시간은 흘러서 벌써 1년의 마지막 달이 되었다. 그동안 한국축구는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4승 2무 2패의 성적으로 조 2위로 본선에 다소 간신히 진출한 다음 대표팀의 지휘봉이 최강희 감독에서 홍명보 감독으로 넘어갔고 FC 서울은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결승전까지 올랐으나 광저우 헝다 에버그란데(중국)의 벽을 넘지 못했다. 또 국내 대회에선 포항 스틸러스가 외국인 선수 한 명도 없이 K리그 출범 30년 사상 최초로 리그와 FA컵을 모두 우승하는 더블의 위업을 달성하며 팀 창단 40주년을 자축했다. 이 글에선 올 시즌 포항의 행보를 총정리 해보려고 한다.
결전의 날이 밝았다. 10월 19일 토요일 오후 2시 전주월드컵경기장. FA컵 우승 트로피의 주인을 가리는 마지막 승부. 포항과 전북 모두 필승을 다짐했다. 전북의 파상공세가 이어졌으나 포항은 잘 막아냈고 전반 23분 전북 진영에서 얻어낸 스로인 찬스에서 김대호가 길게 던졌고,이를 박성호가 백헤딩으로 연결했다. 뒤로 흐른 볼을 김승대가 잡아서 지체하지 않고 오른발 슛을 했고 최은성 전북 골키퍼의 방어를 피해 전북 골문 왼쪽 하단에 꽂혔다.
포항의 웃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10분 후 전북의 코너킥 상황에서 레오나르도가 올려준 볼을 윌킨슨이 헤딩으로 떨어뜨려주자 김기희가 달려들면서 슛을 날려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포항은 전반 종료 직전 혼전 상황에서 박성호가 헤딩한 것이 최은성의 선방에 막히는 아쉬움을 남겼다. 후반에는 전북의 맹공이 이어졌다. 특히 후반 15분 포항 진영 왼쪽 측면에서 전북 레오나르도가 날린 중거리슛을 신화용이 동물적인 반사신경으로 막아내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한 골을 넣은거나 다름없는 귀중한 선방이었다. 한동안 전북의 공세가 계속됐으나 이동국,이승기가 빠진 전북의 공격진은 케빈에만 의존을 하다보니 공격패턴이 다소 단순했고,그나마도 골문 위를 벗어나거나 유효슛도 신화용의 손에 걸렸다. 후반 종료 직전 포항은 빠른 역습에 나섰고 김승대가 페널티 박스 앞쪽까지 끌고 가 옆으로 슬쩍 밀어준 것을 어느새 공격까지 침투한 신광훈이 중거리슛으로 연결했으나 발에 제대로 맞지 않으면서 골문 옆으로 크게 빗나갔다.
연장 전반에도 접전은 계속되었다. 포항은 황선홍 감독이 심판에게 항의를 하다 퇴장당하는 등 위기를 맞았고 연장 후반에는 거의 전북의 공세를 막아내기 급급했다. 전북 레오나르도의 슛이 골 크로스바를 강타하고 케빈의 슛이 아슬아슬하게 골대 위로 넘어가는 등 밀렸으나 잘 넘겨내고 승부차기까지 이끌었다.
11m 러시안룰렛 승부차기. 이 하나로 FA컵 2013 대회의 챔피언이 가려지게 됐다. 선축은 전북. 레오나르도가 키커로 나와 왼쪽으로 찼다. 그러나 신화용이 방향을 읽고 막아냈다. 그러나 뒤이어 포항의 첫번째 키커 이명주도 실축을 했다. 골문 오른쪽으로 찬 것이 최은성의 손에 맞은 뒤 골포스트를 때리고 나왔다. 양팀의 첫번째 키커가 모두 실패한 상황에서 두번째 키커. 골문 오른쪽으로 향한 전북 케빈의 슛을 신화용은 또 막아냈고 포항은 신광훈이 골문 왼쪽 구석으로 볼을 밀어넣으며 깔끔하게 성공했다. 이후 3,4키커가 모두 성공했고 5키커. 전북이 성공했지만,포항의 5번째 키커가 킥을 성공할 경우 경기는 끝나는 상황. 모두 숨죽이며 김태수의 발끝을 지켜보았다. 김태수는 골문 오른쪽으로 슛을 했고 최은성은 반대로 점프해 슛을 막아내지 못했다. 결국 포항이 승부차기 끝에 전북을 누르고 FA컵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우승이며, FA컵만 4번 우승해서 종전에 전북,전남,수원과 함께 보유하고 있었던 최다 우승 기록인 3회를 뛰어넘었다.
포항은 이로써 올 시즌 한국축구에서 가장 먼저 타이틀을 차지했다. 또 프로와 아마추어를 통틀어 한국축구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고 2014 AFC 챔피언스리그 본선 진출 티켓도 따냈다. 지난해와 올해 실패했던 ACL에 재도전 할 수 있게 되었다.
포항은 이 날을 위해 원정모집을 해서 수많은 팬들이 신청을 했고 무려 53대의 원정버스를 탄 팬들이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들어와 스틸러스를 연호했다. 이 날 2500여 명의 팬들이 찾아온 덕분에 포항 선수들은 마치 홈 구장에 있는 것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한편 이 날 FA컵 결승전을 중계한 MBC는 공중파에서 후반전까지만 중계한 다음 중계를 끊어버린 후 케이블 방송인 MBC 스포츠 플러스로 넘겨버렸다. 그나마도 농구 경기가 끝나지 않아서 그 중계를 다 마치고 난 다음에야 FA컵 결승전 연장 경기를 중계로 볼 수 있었다. 이미 연장 후반으로 넘어간 상황이었고 황선홍 감독의 퇴장 장면을 포함한 연장 전반에 있었던 장면은 경기장에 있었던 사람들말고는 그 누구도 볼 수 없었다. 또 승부차기가 끝나자마자 바로 중계를 끊고나서는 기껏 틀어주는게 또 MLB 하이라이트 재방송이었다. 과연 엠빠따라는 별칭이 왜 붙었는지 알만했다. 야구를 위해서라면 죽을 수도 있는 방송사, 그게 MBC다. 야구 관련 방송은 물론 스포츠뉴스에서도 메인 뉴스부터 그 뒤에 따라오는 뉴스는 온통 야구다. 그게 끝나고나서야 타종목 경기 결과만 알려주고 K리그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또 MBC는 류현진 경기 중계를 위해서 일요일 정규방송을 멋대로 끊어버리고 양해 메시지 하나 띄우지 않았다. 또 한국프로야구의 경우 포스트시즌, 끝장승부로 넘어갈 때 그걸 다 중계해주며 야구팬들의 칭찬을 받았으나 축구의 경우 멋대로 방송을 끊고 취소하기 일쑤였다. K리그에만 국한되던 것이 최근에는 유럽축구까지 확대가 되어 유럽축구 마니아들도 MBC에 대해 비난을 하고 있다. MBC는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자기 방송사의 야구 프로그램을 늘리기 바쁘고, 그러면서도 월드컵 시즌이 다가오니 중계권을 확보할 생각에 미쳐서 K리그 등에 중계를 해주는 척 하면서 표를 얻으려고 발광을 하고 있다. 월드컵 때만 월드컵은 000하는 것들 정말 역겹다. 특히 MBC는 더더욱 역겹다. 니들은 그냥 야구 전문 채널로 바꿔라. 난 원래 야구도 좋아하는데 니들의 그 추한 행태때문에 괜히 야구가 싫어진다.
FA컵이 끝나고 난 후 황선홍 감독은 선수단에 짧은 휴가를 줬다. 이 기간동안 신영준이 고향인 부산에 내려가 친구들과 회포를 푼 후 집으로 돌아가던 중 한 여인에게 폭행을 가하고 성폭행을 시도하려던 성폭행 미수범을 붙잡으며 큰 칭찬을 받았다. 관할 경찰서로부터는 용감한 시민상을 받았고 연맹과 구단으로부터도 각각 선행상과 상금을 받았다. 그 상은 30일 경기에 수여하기로 했다. 신영준은 원래 이 사실을 팀에 알릴 생각이 없었으나 팀 동료 중 한 명이 그 사실을 말해주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시간이 흘러 10월 30일. 수요일이었고, 공휴일도 아니었으나 포항종합운동장에 조명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탓에 오후 2시에 경기가 치러졌다. 다행히도 포스코에서 협조를 해줬고 서포터들도 시간을 짜내서 관중석을 조금 채울 수는 있었다. 경기 시작. 초반에는 슈팅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치열한 중원 다툼을 벌였으나 전반 17분 이명주의 슛을 시작으로 양팀은 공격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결정력이 부족했다. 후반으로 넘어간 승부. 2분만에 골을 내주고 말았다. 왼쪽 측면 공격을 시도한 인천은 설기현이 크로스를 올렸고 이것이 포항 수비 머리 맞고 안쪽으로 흘렀고, 김광석이 머리를 갖다댔는데 하필 더 안쪽으로 보내버렸다. 그것을 인천 문상윤이 놓치지 않고 왼발 슛으로 연결, 골망을 출렁이게 했다. 이후 인천은 추가골을 위해 몇차례 공세를 보였으나 포항 수비의 육탄 방어에 막혔다.
포항은 공격이 잘 풀리질 않자 후반 13분 조찬호를 빼고 신영준을 넣었는데 그 순간 동점골이 터졌다. 하프라인 근처에서 얻어낸 프리킥 상황에서 주심이 휘슬을 불자마자 김대호가 길게 찼고 이를 고무열이 인천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고 권정혁 골키퍼와의 1대1 상황에서 침착하게 오른발 슛으로 연결,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신영준이 교체투입되는 어수선한 상황에 인천 수비수들이 전혀 대비를 하고있지 못하던 상황에 나온 행운의 골이었다. 인천 선수들과 김봉길 인천 감독은 항의를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프리킥의 경우 어드밴티지는 공격팀에 있고, 수비 진영을 갖춘 후 주심이 휘슬을 불면 차야한다는 규정은 따로없다. 주심이 그걸 정해줄 경우 수비가 진영을 갖출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따로 말해주지 않을 경우 빨리 처리하건 느리게 처리하건 공격팀의 자유이고, 따라서 아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주심은 고무열의 동점골을 인정했다.
기세가 오른 포항은 박성호를 빼고 김태수를 투입한 후 이명주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김승대를 최전방으로 올리면서 제로톱을 가동했다. 이후 경기를 장악해나가며 역전골을 노렸다. 후반 30분 신영준이 페널티박스 좌측에서 중앙으로 치고오다가 감아때린 슛이 권정혁의 선방에 막히고 이명주의 슛이 골대를 넘는 등 분위기를 가져온 포항은 후반 42분 오른쪽 측면에서 신광훈의 던지기 공격을 고무열이 받아 중앙의 이명주에게 연결하고 이명주는 인천 수비를 넘기는 재치있는 로빙 패스를 페널티박스 안으로 보냈다. 이를 수비 사이로 파고든 신영준이 받아 왼발 슛을 날렸고 왼쪽 골포스트를 맞고 골이 들어갔다. 포항은 종합운동장에서 10년만에 승리를 거두면서 K리그 클래식 우승을 향한 시동을 걸었다.
이어 11월 3일 부산 원정. 전반 22분 부산 장학영에게 선제골을 내줬으나 2분만에 부산 진영을 파고든 신광훈의 크로스를 이명주가 받아서 슈팅을 했으나 수비 몸을 맞고 뒤로 흘렀다. 이것을 김승대가 잡아서 곧바로 오른발 슛으로 연결했고, 이범영 골키퍼가 막을 수 없는 골문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이후 양팀은 한치의 양보없는 접전을 벌였다. 포항은 전반 37분 노병준의 침투패스를 김승대가 이어받았으나 각을 좁히고 나온 이범영의 선방에 골을 넣지 못했다. 부산도 양동현이 헤딩으로 떨어뜨려 준 볼을 한지호가 슛으로 연결했으나 골대를 빗나갔다. 이어 후반. 포항의 파상공세가 이어졌다. 후반 10분 이명주가 페널티박스까지 볼을 끌고가 김승대에게 볼을 건네줬고 김승대는 다시 이명주에게 패스를 보냈다. 이명주가 오른발 슛으로 연결했으나 옆그물을 때렸다. 12분에도 비슷한 위치에서 슛을 했으나 골대를 넘어갔다. 17분 포항은 지친 노병준을 빼고 조찬호를 투입해 측면에서의 공격을 강화했고, 마침내 역전골이 터졌다. 후반 24분 오른쪽에서 얻어낸 코너킥을 김승대가 차올리자 김원일이 껑충 뛰어올라 헤딩슛을 했고 이범영 골키퍼가 이를 막지 못하며 포항이 역전에 성공했다. 후반 29분에는 부산 진영에서 이명주가 볼을 끊어냈고 김태수가 고무열에게 연결했고, 고무열이 노마크 상황에 있던 이명주에게 리턴 패스했다. 이명주는 조금 더 파고들다 왼발 슛을 날려 쐐기골을 터뜨렸고, 이후 포항의 계속된 공세를 부산이 막아내기 급급하다 막판에 부산의 공세를 포항이 잘 차단하며 포항이 2경기 연속 역전승을 거두었다.
11월 10일 부진의 늪에 빠져있던 수원 원정을 떠난 포항. 전반 2분만에 산토스에게 일격을 맞고 곧바로 반격을 시도했다. 하프라인에서 황지수가 로빙패스를 올려준 것을 고무열이 골키퍼와 1대1 상황에서 재치있게 로빙슛으로 밀어넣은 것. 하지만 부심이 기를 들어올려 오프사이드가 선언되었다. 다시보니 명백한 오심이었다. 바로 전날에도 울산 vs 전북 경기에서 전북 이동국의 골이 오프사이드로 선언되는 오심때문에 취소된 후 울산의 연속골이 터지며 울산이 2-0으로 이겼는데 이번에도 오심이 나오자 팬들은 모두 심판들을 비난했다. 하지만 전반 31분 행운의 동점골로 균형을 맞췄다. 페널티박스내에서 김승대가 이명주에게 밀어주고 이명주가 칩샷을 시도했다. 이를 정성룡이 잡았으나 놓치면서 골이 들어갔다. 정성룡의 자책골이나 다름없는 장면이었다. 이명주의 슈팅 속도가 다소 애매했고 그런 상황에서는 차라리 쳐내는게 더 나았다. 정성룡은 이 어이없는 실책 후에 풀이 죽어서 실책성 플레이를 계속 보였다.
그리고 후반 29분 신광훈이 오른쪽 측면을 돌파하다 문전으로 크로스를 보냈고 이를 막기 위해 정성룡이 나오자 고무열이 크로스를 중간에서 끊어먹는 슛으로 역전골을 터뜨렸다. 또 정성룡의 실책 덕분에 역전까지 성공한 포항은 원정 경기에서 또 한 번 승점 3점을 따냈고 정성룡은 실책성 플레이로 구설수에 올랐다. 또한 수원은 이 경기 패배로 ACL 진출 티켓 마지노선인 4위(리그 3위까지 다음해 ACL 티켓이 주어지고 FA컵 우승팀이 리그 3위 이내에 들 경우 4위에게도 ACL 진출 혜택이 돌아감)와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게 됐다.
11월 16일 전북을 홈으로 불러들인 포항은 초반부터 전북을 압박했고 전반 19분 고무열의 로빙패스를 전북 정인환이 제대로 수비하지 못하고 김승대가 이어받아서 오른발 슛을 날려 전북의 골망을 흔들거리게 했다. 3분 후 김승대의 로빙패스를 이어받은 노병준이 가슴 트래핑 후 왼발 슛으로 추가골을 넣어 2-0으로 달아났다. 전북은 전반 34분 레오나르도가 중거리슛으로 한 골을 터뜨리며 쫓아왔으나 거기까지였다. 후반 4분만에 대표팀에 간 신광훈 대신 나온 김준수가 부상으로 아웃되어 전역한 지 4일밖에 안 된 김재성을 투입했는데, 우려와는 달리 그 자리에서 훌륭하게 자기 역할을 해줬고 후반 35분 김태수가 경고누적으로 퇴장당했으나 공격을 더욱 날카롭게 했다. 종료 직전 김형일을 투입해서 수비를 강화했다. 결국 2-1 승리를 거두면서 울산을 추격했다. 전북은 사실상 우승 경쟁에서 멀어졌다.
11월 27일. 울산과 승점 5점 차이가 나는 상태에서 포항은 서울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포항종합운동장에 조명이 없는 관계로 먼저 경기를 치르게 된 포항은 전반 12분 역습 상황에서 페널티박스 바로 앞에서 이명주가 수비에 걸려넘어졌으나 공이 고무열에게 그대로 연결되어 어드밴티지가 선언되었고, 고무열은 지체하지 않고 오른발 슛을 날렸다. 이것이 서울 김용대 골키퍼를 맞고 나오자 김승대가 달려들면서 다시 슛해서 선제골을 터뜨렸다. 10분 후 윤일록이 김재성으로부터 반칙을 얻어내 서울에 PK가 주어졌고 데얀이 골문 왼쪽 하단으로 차 넣었다. 동점 상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전반 26분 김승대가 밀어준 볼을 황지수가 로빙패스로 연결했고 이를 노병준이 받아서 그대로 슛을 날려 역전골을 성공시켰다. 이후 포항은 추가골을 위해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내년 ACL 진출을 이미 확정했고 우승 경쟁과는 이미 멀어져 동기부여가 떨어져있던 서울은 포항의 공세를 막아내기 급급했다. 포항은 후반 19분 이명주의 크로스에 이은 고무열의 헤딩슛이 김용대의 손에 맞고 나오자 김승대가 재차 슈팅을 시도했다. 하지만 또 김용대를 넘지 못하며 추가골에 실패했다. 포항의 추가골은 후반 30분에야 터졌다. 아크 왼쪽 다소 먼 위치에서 얻어낸 프리킥을 김재성이 문전으로 길게 붙여줬고 이것이 노병준의 머리를 스치고 서울 골문 오른쪽으로 빨려들어갔다. 결국 포항이 3-1로 승리를 거두며 일단 울산과 승점 차를 좁혔다. 하지만 저녁에 있을 부산 vs 울산 경기에서 울산이 이기면 그대로 울산의 우승으로 끝나는 상황. 비겨도 울산에 많은 골을 넣고 이겨야 역전이 가능했다. 포항은 부산이 울산을 꼭 잡아주길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전반 21분 울산 김승규가 골킥한 것을 마스다가 헤딩으로 연결해 앞으로 보냈다. 이를 부산 수비수 이정호가 이범영 골키퍼에게 헤딩으로 준다는 것이 사인이 맞지 않아 이범영의 키를 넘겼고 뒤쪽을 파고든 하피냐가 헤딩슛을 했다. 이정호가 막으려고 발을 갖다대봤지만 결국 선제골이 들어가고 말았다. 이후 울산은 성급하게 지키기 시작했고, 그것이 독이 되었다.
후반 8분 프리킥 상황에서 박종우가 길게 붙여준 것을 이정호가 껑충 뛰어올라 헤딩으로 연결, 동점골을 터뜨리며 전반에 자신이 실수했던 것을 만회했다.
후반 44분에는 부산 진영에서 수비가 길게 로빙패스를 보낸 것을 양동현이 이어받아 돌파하다 김치곤의 수비에 걸려 득점에 실패하는 듯 했으나 김치곤이 걷어낸 것이 파그너에게 걸렸고 파그너가 오른발 슛을 한 것이 울산의 골망을 출렁였다. 이후 울산의 공세를 잘 막아낸 부산은 시즌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고 울산은 우승을 확정짓지 못하며 김신욱과 하피냐가 불필요한 파울로 경고를 받으며 경고누적에 걸리는 불상사까지 겪게 되었다.
12월 1일 운명의 날. 포항은 반드시 이겨야만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상황. 부산이 만들어 준 기회를 발로 차버리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경기에 나섰다. 역시나 김신욱과 하피냐가 빠진 울산의 공격은 무뎠다. 전반엔 그래도 조금 위협적인 슛도 하긴 했으나 후반에는 울산은 잠그기 모드로 들어갔다. 비기기만 해도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수비수를 계속해서 넣었고, 포항은 반드시 이겨야만 했기 때문에 공격수를 계속해서 투입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울산에 유리하게 돌아갔다. 포항의 슈팅은 번번이 김승규 골키퍼에게 막히거나 골문을 외면했다. 후반 47분 골문 바로 앞에서 얻어낸 프리킥 상황에서 신영준이 찬 것이 골문 위로 떴고 울산팬들과 선수들은 모두 우승을 확신했다. 울산 김신욱은 유니폼을 입고 관중석에서 내려오기 시작했고 울산팬들은 잘가세요,포항은 포항은 울산 승점자판기를 부르면서 벌써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흥분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울산 선수들은 어떻게서든 우승하기 위해서 골킥까지 지연하면서 시간을 끌려고 했다. 김승규가 골킥하려고 하자 최보경이 와서 일부러 시간을 끌어 경고를 받았고, 다음에는 이용이 시간을 끌다 경고를 받았다. 이 상황에서 원정 응원석 2층에서 일부 포항 원정팬들이 물병을 던지는 일까지 벌어졌다.
물병이 계속 날아들자 포항 서포터즈도 2층을 향해 손으로 X자를 만들며 던지지 말라고 말했고 장내 아나운서도 물병을 던지지 말아달라는 방송을 했다. 1,2분간 계속 물병이 날아들고 이를 포항 선수들이 직접 밖으로 차내고 하면서 시간이 지연되다 경기가 속개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류희선 주심은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하고 무조건 경기를 속개하려고만 해 나중에 빈축을 샀다. 후반 49분 다소 먼거리에서 얻어낸 프리킥 상황. 프리킥을 차려는 순간 울산 강민수와 포항 김광석이 충돌했다. 김광석이 강민수의 다리를 걷어차는 비신사적인 행위를 했고 이에 강민수가 화나 김광석과 충돌을 한 것. 하지만 직관한 포항팬이 찍은 영상을 보면 원인 제공은 강민수가 했다. 강민수가 먼저 멱살을 잡으면서 과도한 도발을 했고 김광석이 역시 쓸데없이 다리를 걷어차면서 일을 크게 만들었다. 김광석은 추후 사후징계를 받아도 할말은 없지만 강민수 역시 그따위 플레이를 보여선 안된다.아무리 그라운드 내에서 선후배가 없다고 하지만 상대의 멱살까지 잡아가면서 몸싸움 하는게 정당하다고는 그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이미 시간까지 잔뜩 끌어서 선수들이 흥분한 상황에서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해야했는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그리고 김광석도 강민수의 도발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었다. 아무리 상황이 급박해도 냉정하게 대처해야했다. 강민수의 과한 도발은 무시하고, 그 상황에선 어떻게서든 골을 넣을 생각만 했어야 했다. 결승전에서 나와서는 안 될 볼썽사나운 장면이었다.
어쨌든 프리킥은 다시 속개되었고 김재성이 문전으로 길게 붙여준 것을 박성호가 힐킥으로 연결했다. 이것이 김승규의 손을 맞고 튀어올랐고 앤드라인 쪽으로 흐르자 김태수가 오버헤드킥으로 살려냈고, 박성호가 넘어지면서 슛했으나 제대로 맞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이 김원일에게 연결되었고 김원일이 오른발 슛을 날려 골을 성공시켰다. 정말 극적인 골이었다. 혼전 상황에서 나온 이 한 골로 포항과 울산의 분위기는 완전히 정반대가 되었다. 경기가 재개되자마자 끝났고 포항은 K리그 클래식 2013 대회에서 극적으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승점 74점, 단 1점 차이로 역전 우승을 한 것이다. 외국인 선수 단 한 명도 없이 장기 레이스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앞서 FA컵 우승을 차지한 포항은 K리그 출범 30년 사상 최초로 리그와 FA컵을 한 해에 모두 우승하는 더블의 위업을 달성했다.
6년만에 정상에 오른 포항은 팀 창단 40주년에 중요한 타이틀을 두 개나 가져가는 기쁨을 누렸다. 20년동안 다져온 유스 시스템의 힘을 볼 수 있었던 장면이기도 했다.
황선홍 감독은 2008년 부산 아이파크에서 감독 데뷔해서 2010년 시즌 종료 후 포항 스틸러스 감독에 부임했다. 부산에 있을 때 2009년 리그컵, 2010년 FA컵에서 모두 결승까지 올라갔으나 준우승에 머물렀고 포항 감독에 부임한 첫 해에도 2위로 정규리그를 마치며 플레이오프에 자동진출 했으나 PO에서 울산에 일격을 당하며 우승에 실패했다. 그래서 준우승 감독, 스타 출신 감독은 성공할 수 없다는 오명을 달고 다녔다. 하지만 지난해 보란듯이 FA컵에서 우승했고 올해는 같은 대회를 또 우승하고 선수 시절에도 이루지 못했던 리그 우승을 감독이 되어서 이루었다. 그것도 정말 드라마틱하게. 전력의 3분의 1을 차지한다는 외국인 선수 없이 이룬 우승이라 더욱 값졌다. 황선홍의 지도력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또 그동안 투자해 온 유스 시스템이 드디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신화용, 황진성, 이명주, 고무열, 김승대, 김대호, 신광훈 등 베스트 11의 절반이 유스 출신 선수들이다.
물론 유스로만 축구를 할 수는 없다. 어느정도 투자가 있어야 한다. 자체적으로 선수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는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그 시간동안 외부에서 선수 수급을 전혀 안 한다는 거는 말도 안 된다. 맨땅에다가 헤딩하는 짓이다. 얼마나 무모한가. 포항의 우승으로 지갑을 닫으려는 구단들에게 고한다. 포항의 우승은 유스 시스템에 더 투자하라는 뜻도 맞지만 그와 동시에 역설적이겠지만 외부에서 선수 수급 등 제대로 된 투자를 해야한다는 뜻도 된다. 포항은 우승을 했으나 상당히 힘들게 했다. 어쩌면 운도 많이 따라줬던 우승이었다. 포항도 몇차례나 울산에 크게 앞서나갈 기회가 있었으나 결정적인 상황에서 마무리를 지어주질 못하며 마지막까지 오히려 울산에 밀려있었다. 결국 우승은 했지만 한방이 부족한 게 아쉬웠다.
ACL에서도 2년 연속 16강 진출 실패를 맛봐야했다. 한방 있는 공격수를 유스에서 길러내면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 아무래도 외국인 공격수는 우리나라 공격수와 달리 골 넣는 유전자가 따로 있는건지 똑같은 상황에서 더 마무리를 잘 짓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외국인 공격수가 필요하다는거다. 전혀 투자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연암 박지원 선생도 "재물이라는 것은 샘과 같아서 퍼내면 자꾸 차고 쓰지 않으면 말라버린다"고 하셨다.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망할 수도 있다. 우리가 올해는 성공했지만 내년까지도 성공하란 보장이 없다. 그리고 황선홍 감독님이 내년에는 꼭 ACL 우승을 하고싶다고 하셨는데 투자없이 어떻게 우승을 한단말인가. 지금 중국, 중동의 막강한 머니파워에 조금씩 밀리고 있는 형국인데. 유스만 믿고 투자 안 한다는 건 축구를 포기하겠다는 뜻이다.
또 투자는 단순히 선수 수급만 해당하는게 아니다. 기존의 선수들 중 팀을 위해 헌신했고 앞으로도 얼마든지 팀에 도움이 될 선수를 우대해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먼저 해야할 투자다. 신화용, 박성호, 노병준, 김태수 등 주축 선수들과 재계약을 서둘러 마쳐야 한다. 그들이 팀에 해준 공로를 생각하면 당연히 대우도 그만큼 해줘야 한다. 주축 선수들에 대한 대우가 너무나도 허접하다. 이러니까 선수들이 의리때문에 남았다가도 다음에는 못 견디고 떠나버리는 거 아닌가.
고무열 영플레이어상, 베스트 11 MF 부문(왼쪽) 수상
김원일 베스트 11 DF 부문(중앙) 수상
이명주 베스트 11 부문 MF 부문(중앙) 수상
황선홍 감독 올해의 감독상 수상
포항제철고 축구부 올해의 유소년클럽상 수상
12월 3일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포항 고무열은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했다. 황선홍 감독은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고 베스트 11에는 김원일, 고무열, 이명주가 올랐다. 또 포항 U-18 팀은 올해 고교축구리그와 전국고교축구선수권대회를 모두 우승하는 더블을 달성한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의 유소년클럽상을 받았다.
12월 9일 포항은 울산과 함께 1일 경기때 있었던 관중의 물병 투척 일에 대해 연맹으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포항은 500만원의 벌금을, 울산은 경기장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으로 300만원의 벌금을 물게 되었다. 또 울산 선수들이 골킥을 지연하면서 시간을 끈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 경고를 받았다.
12월 1일 경기 종료 후 시상식 때 경기장 난입해서 포항 원정 응원석 앞에서 도발하다 보안 요원들에게 잡혀서 쫓겨나가고 있는 울산 현대 서포터즈 의장
12월 10일 드래프트에서 포항은 건국대 소속 김진영 골키퍼를 자유계약으로 영입했고 1순위에서 건국대 미드필더 박준희를 지명했다. 3순위에선 관동대 출신 길영태를 지명했다.
김진영은 195cm의 장신에 반사신경도 뛰어나 과거 U-17 월드컵, U-20 월드컵 멤버에 포함되기도 했었다. 신화용과 경쟁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나길 기대한다. 박준희는 184cm, 77kg의 건장한 체격을 자랑하고 있으며, 2011년 대학축구대회에서 도움왕(5개)이 됐을 정도로 패스 플레이에 능하다. 패스 축구가 기본이 되는 ‘스틸타카’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이어 3순위로 선발된 길영태는 185cm, 79kg로 체격이 좋은 수비수다. 2012년 U-21 대표팀에 1차 선발된 경험이 있다. 기존의 김형일, 김원일, 김광석으로 구성된 수비층을 더욱 두텁게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포항은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 산동 루넝(중국), J리그 3위팀과 E조에 묶였다. J리그 3위팀은 가와사키 프론탈레이나 일본의 FA컵이라고 볼 수 있는 일왕배 우승팀이 J리그 1,2,3위 중 한 팀에서 나올 경우 4위인 세레소 오사카가 행운의 출전권을 얻어 포항과 한 조가 된다. 현재 올해 J리그 우승팀 산프레체 히로시마와 J리그 준우승팀 요코하마 F.마리노스가 4강에 살아남아 각각 FC 도쿄, 사간 도스를 상대로 결승행 티켓을 놓고 싸우게 됐다. 만약 히로시마와 요코하마가 둘 다 결승에 진출할 경우 포항과 한 조가 될 J리그 팀을 세레소 오사카로 확정된다.
이상으로 총정리를 마친다. 3편에 이르는 기나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다. 더 좋은 글을 쓰겠다.
드디어 다 썼네요 아 정말 길었습니다 허접한 글솜씨로 총정리 완료.. 허전하네요 벌써 시즌 끝이라니 하는 생각도 들고.. 내년엔 제발 좀 선수 내보내지 말고 주축 선수들하고 다 재계약하고 여유있으면 선수 영입 좀 해오면 좋겠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