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아침편지】
월간 《샘터》 휴간 소식에 ‘금반지’를 다시 꺼내본 이유
― ‘샘터’와 맺은 잊을 수 없는 사연과 감동 어린 추억
윤승원 수필가.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호응이 정말 컸습니다. 조금 과장하면 ‘샘터’에 자기 글이 실리면 가문의 영광이라고들 했습니다.”
조선일보 주말 섹션 인터뷰 기사(2026.1.3.일자) 중 한 대목이다. ‘잠시 휴간’한다는 김성구 ‘샘터’ 발행인의 말이다.
▲ 조선일보 '샘터' 발행인과의 인터뷰 기사(2026.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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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의 영광’이라는 대목에서 나 역시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샘터’와의 남다른 인연이 떠올랐다. 그 말은 ‘과장’이 아니라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내 글이 ‘샘터’에 처음 실린 해가 1975년이다. 필자 나이 20대 초반 농촌 청년 시절이었다.
▲ 월간 《샘터》에 처음 실린 필자의 글(1975.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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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국어 선생님이었던 장형이 내게 말했다.
“샘터에 실린 동생의 글을 보았어. 가문의 영광이네. 샘터에 글이 실린다는 것은 그만큼 잘 된 글이라 할 수 있지. 축하하네.”
충북 옥천에서 교편을 잡고 계셨던 장형은 그 당시 월간 ‘샘터’를 정기구독하고 있었고, 나는 고향인 충남 청양에서 농사짓는 ‘시골 청년’이었다.
그 후 ‘농촌 청년’은 병역의 의무도 마쳤고, 국가공무원이 되어 결혼도 했고, 한 가정의 아버지가 됐다.
월간 ‘샘터’에 또 한 번 글이 실렸다. 이번엔 샘터사에서 펴내는 단행본에 내 글이 실렸다.
1995년 출간한 《엄마에게 쓴 짧은 편지》다. 100자 이내의 ‘세상에서 가장 짧은 편지글’. 공모전을 통해 편지글을 책으로 펴낸 것이다.
열 손가락 모두 갈라져 반창고 붙이고 다니신 어머니,
돈도 세지 못하셨지요. 제가 휴가 오면 농협 아가씨 상냥하다고 침이 마르게 칭찬하셨는데,
그 아가씨와 이렇게 사는 것도 다 어머니 덕이 아니겠어요?
― 윤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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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 《샘터》 발행 단행본에 실린 '필자의 편지'(199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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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샘터사에서는 입상자에게 상품으로 금반지를 보내주었다. “평생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끼고 다니라”는 쪽지도 들어 있었다.
▲ 《샘터》사에서 보내준 선물 - 금반지(199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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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 기사와 광고(199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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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사는 또 한 번 ‘폐간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독자의 응원이 뜨거웠다.
나 역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샘터와의 남다른 인연으로 응원의 글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그러자 ‘샘터’사에서 전화가 왔다.
“염려해 주시는 선생님의 글과 샘터와의 남다른 인연이 담긴 옛 사진 자료들도 잘 보았습니다. 따뜻한 격려와 성원의 글 감사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선생님의 글을 편집하여 『샘터』 내년 2월호 600호 기념 특집에 싣고자 하는데, 허락해 주실지 여쭤보고자 전화 드렸습니다.”
나의 응원의 글은 2020년 2월호에 실렸다. 《샘터 50년, 지령 600호 기념 특집》에 의미 있는 발자국을 남기게 되어 기쁘고, 글을 쓴 보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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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지령 600호 특집
샘터와의 남다른 인연
윤승원
나는 샘터와 각별한 인연이 있다. 1994년에 샘터에서 실시한 ‘어머니에게 드리는 편지’ 공모전에서 내 편지글이 뽑혀 단행본 《엄마에게 쓴 짧은 편지》에까지 실인 일을 떠올리면 아직도 감동이 밀려온다.
단행본이 발간된 이후 샘터사로부터 받은 메모가 평생 삶의 지표가 돼주었으니 어찌 샘터와의 인연이 얄팍하다고 하겠는가.
‘자식의 편지글 받고 저세상에서 기쁨의 눈물 글썽이실 어머니의 모습을 상상하니 저희 코끝이 찡해 옵니다. 편지에 실은 어머니를 향한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품고 사시길 빌겠습니다.’
덕분에 나는 살면서 지칠 때마다 어머니가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계신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부끄럽지 않은 아들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편지와 함께 받은 반지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보내드리는 반지는 어머니를 통해 독자님과 샘터가 맺은 사랑의 증표입니다.’라며 선물해준 반지를 꺼내보며 샘터가 세대를 막론하고 사랑받는 명품 잡지로 오래 존재하길 바란다. - 《샘터》 지령 600호 특집 2020년 2월호(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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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우여곡절을 겪었는데, 재정상의 이유로 ‘잠시 휴간’한다고 한다. ‘샘터’ 발행인의 조선일보 인터뷰 기사를 읽으면서 오랜 독자이자 필자였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어머니 액자 사진과 함께 거실 장식장에 소중히 보관하고 있는 금반지를 꺼내보았다. 샘터사에서 보내준 이 귀중한 작은 금반지라도 재정에 보태쓰라고 보내고 싶은 심정이다.
‘가문의 영광’이었던 ‘샘터’ 책에 실린 나의 글과 ‘엄마에게 쓴 나의 편지’가 실린 소중한 단행본은 대대손손 가족사의 한 페이지로 남을 일인데, 샘터는 발행을 중단한다.
하지만 발행인의 말에는 한 줄기 빛 같은 여운을 준다.
“‘사실상 폐간’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바람직하지 않은 표현이죠. 회생의 여지를 남기는 것과 목숨을 딱 끊어버리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잖아요?”
기자는 『울적한 얘기만 오갈 것이라 예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라고 하면서 이렇게 발행인의 말을 이어갔다.
“샘터는 55년 동안 이어온 역사도 있고, 추억도 있고, 삶의 지혜와 진리가 담긴 잡지입니다. 지금도 그 자존감만큼은 여전하죠. 솔직히 말하면, 설레기도 합니다. 당분간은 단행본 출판에 집중하면서 실력과 힘을 모을 생각이에요. 전혀 훼손되지 않은 샘터의 정신을 맑은 물 그대로 냉동창고에 넣어뒀다가, 때가 되면 다시 꺼내려는 겁니다.”
‘샘터’라는 우물은 내 고향 칠갑산에서 발원한 옥수(玉水)처럼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은 샘물’이다.
그 청정 옥수 이름처럼, 정겨운 시골 아낙네들이 물동이에 조석으로 퍼가던 샘물처럼, 중단 없이 독자의 사랑을 받기를 기원한다. ♧
2026.01.03.
윤승원, 조선일보 ‘샘터 발행인 인터뷰 기사’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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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 네이버 ‘청촌수필’ 블로그 댓글
◆ 박경순 작가(전 경찰서장, 해경 총경) 2026.1.3. 12:25
저도 ‘샘터’ 잡지가 휴간된다는
사실을 접하고 매우 안타까웠어요.
선배님의 주옥같은 글이 실렸고
금반지까지 받은 사연을
읽으니 더욱 감동이네요.
귀중한 자료도 그렇게
고스란히 간직하고 계신 것도
놀랍습니다.
곧 다시 잡지가 발행되기를
바라는 새해 아침입니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길 기원드립니다.^^
▲ 답글 / 필자 윤승원 2026.1.3. 12:38
박 작가님의 댓글은 참으로 따뜻합니다.
소한 추위가 연인 계속되는데
박 작가님 따뜻한 인정이 담긴 소감에
몸과 마음이 저절로 녹습니다.
샘터와의 인연은 참 오래됐습니다.
소중한 자료라서 보관하고 있습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변함없이 따뜻한
사랑 베풀어 주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네이버 카페 독자
♧‘올바른역사를사랑하는모임(올사모)’ 카페 댓글
◆ 낙암 정구복(역사학자,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2026.01.04. 07:59
윤 선생의 이 글을 읽으니 책을 읽지 않는 세태가 나에게 슬픔을 줍니다. 이런 유사한 예가 이기백 교수님이 펴낸 한국사 시민강좌가 있습니다. 샘터는 우선 몸이 작고 다양한 내용을 쉽게 다루었기에 오래 지속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터미널, 휴게소에서도 살 수 있었으니까요. 이런 책의 연속은 다른 방향으로 계승되기를 유언처럼 하고 싶습니다. 윤 선생의 마음을 위로하고 싶습니다.
▲ 답글 / 필자 윤승원
발행인의 말에 따르면 누적된 적자가 크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독자 수가 줄어드니 재정적인 어려움이 크겠지요.
하지만 '잠시 휴간'이지 폐간은 아니라고 합니다.
다시 샘터를 반갑게 보게 될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교수님 따뜻한 위로의 말씀, 발행인에게도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