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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550> 통영 봉화산
멀리 미륵도까지 잘 보였다.
낮은 산이라고 얕봤다간 큰코다친다. 산길이 힘들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1천m급 명산 저리 가라 할 만큼 빼어난 풍광을 지녔기 때문이다. 통영 봉화산(326.7m)은 산행 내내 볼 수 있는 바다 풍광과 야생화가 흐드러진 산길 때문에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산행 뒤 이맘때 통영 별미인 도다리회 한 점을 먹을 수 있는 것도 봉화산으로 달려가고 싶은 이유다.
산행 내내 바다 조망터 곳곳에
도로 건너편 넓은 터에는 양식장을 만드느라 한창 공사 중이어서 어수선했다. 산악회 리본 몇 개가 붙어 있는 산길로 냉큼 접어들었다.
통영 봉화산 산행은 통영시 도산면 법송리 진주 핵 시술장 입구에서 출발하여 큰산~전망바위~송계마을 갈림길~장막산(260m)~삼거리 갈림길~범골 고개~도로~봉화산 등산로 입구~산불 초소~매봉산 표석~매봉산(309m)~전망 덱~봉화산 정상~봉수대~268봉~유촌 마을 도로의 10.9㎞를 5시간 50분 걷는 제법 긴 코스다. 도산면의 중심 산줄기를 제대로 걷는 길이었다.
진달래가 활짝 피어 산꾼을 반겨준다. 앙증맞은 고사리도 머리를 쑥 내밀었다. '큰산'은 높이가 고작 251m인데 오름길이 예사롭지 않았다. 이번 산행에 동행한 김규태 한국산악회 부산지부장은 "해발은 낮아도 결코 작은 산은 아니다. 비탈도 있고, 오름길도 있고, 조망도 좋다"고 '큰산' 등정 소감을 밝혔다.
김 지부장은 평생 산과 동고동락한 천생 산꾼으로 지난해 국세청에서 정년퇴직했지만 올해 '감투'를 맡아 더 바쁘게 되었다고 말했다.
■ 장막산에 안긴 마을
송계마을로 가는 이정표가 서 있다. 깔끔한 것이 새로 세운 것이다. 예전에는 송계마을에서 올라오는 산길이 제대로 없었다는데 이번에 산길을 정비한 모양이다. 장막산은 지형도상에는 탄막산으로 되어 있다. 장막산이 제 이름인 것은 아래 바닷가 마을을 장막처럼 둘러싸고 있는 형상이기 때문이다.
장막산 정상은 머리를 짧게 깎은 듯 훤하다. 조망을 위해 나무를 희생했다. 또 그 자리엔 작은 단풍 묘목을 심었다. 나무 자른 곳에 나무를 심은 조화를 모르겠으나 이발기기로 민 듯 훤하게 바다 조망이 펼쳐진다. 작은 정자도 있어 쉬어가기에 좋다.
범골 고개로 내려선다. 종일 걸어도 지치지 않을 만큼 좋은 길이다. 멧돼지도 애용하는 길인지 길옆 소나무 껍질에 진흙이 잔뜩 묻어 있다. 등 긁어줄 동무 없는 외로운 멧돼지가 소나무를 친구 삼은 것이다.
범골고개에서 수월리로 가는 도로를 따라 5분 정도 걸어야 한다. 섣불리 산길을 찾으려고 들어섰다가 가시덤불에 봉변만 당했다. 백찬농원 입구 표지를 지나 포장도로를 계속 따라 걸으면 오른쪽에 봉화산 등산로 이정표가 있다.
멀리 산불초소가 보인다. 산불초소 근무자는 통영이 고향으로 50년을 서울에서 살다가 10년 전 귀향을 했다고 했다. 좋은 고향을 둬서 그런지 얼굴이 제 나이로 보이지 않고 젊어 보였다. 매봉산 표석이 있다. 아래로 수월리가 제대로 보인다. 방풍림이 바다로부터 마을을 감싸고 있다. 편안해 보인다.
하지만 매봉산 정상은 이곳이 아니라 제법 더 가야 한다. 매봉산 정상으로 추정되는 곳은 거저 하나의 봉우리. 봉화산으로 계속 진행한다. 능선 곳곳에 제법 큰 바윗돌들이 놓여 있다. 절벽이 위험한 곳은 나무 펜스를 설치해 놓았다.
봉화산은 우리가 야산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야생화들이 많았다. 산자고가 바짝 엎드려 수려한 얼굴을 드러내고 해사하게 웃는다. 개별꽃도 더미째 피었다. 노란 양지꽃이 발길을 잡았고, 고개 숙인 얼레지꽃은 산꾼을 기어이 무릎 꿇게 하였다. 보라색 현호색은 뽐내듯이 종처럼 생긴 꽃을 딸랑딸랑 흔들고 있다. 이것만 보더라도 봉화산은 예사 산이 아니다. 낮다고 무시하는 마음을 품었다가 아예 저 숲 속에 그 못된 마음을 던져버렸다.
수월고개로 내려갈 수 있다는 이정표가 있었지만 다시 봉화산 정상으로 돌아 나와 유촌 쪽으로 하산한다. 바다 너머 고성군 삼산면까지 조망이 시원하다. 도산면에서 고성까지 다리 건설이 예정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언제 시작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도로가 아니어도 눈으로는 금방 바다를 건널 수 있으니 산에 오른 재미가 좋다.
꿈결 같은 하산로에 소나무가 울창하다. 솔숲을 지나온 바람에 땀과 마음을 씻는다. 도산면에서 저산마을로 이어지는 도로에 내려서면 산행은 마무리된다. 주차공간이 좋은 도산예술촌까지는 5분이면 걸어간다. 버스 정류장도 여기에 있다.
문의:황계복 산행대장 010-3887-4155. 라이프부 051-461-4094.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통영 봉화산 산행지도
통영 봉화산 길잡이
통영시외버스터미널에서 산행 출발지인 진주 핵 시술장 인근 잠포마을까지는 674번 버스를 타고 가다가 도산면 구촌마을에서 675번 시내버스로 한 번 갈아타야 한다. 소요시간은 40~50분. 택시는 도산면택시를 호출하는 것이 아무래도 유리하다. 도산면개인택시(055-643-9776)는 터미널에서 잠포마을까지 1만 3천 원 정도의 요금을 받는다.
봉화산 산행을 마친 후 하산하는 곳은 도산면 유촌. 도산예술촌 입구 정류장까지 걸어가서 부산교통(055-645-2080)의 674번이나 672번 시내버스를 타면 통영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간다. 소요시간은 40분. 요금은 1천300원. 이곳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하루 11대(06:40 07:40 09:00 10:20 12:50 14:15 15:25 16:50 18:10 20:10 21:10)가 다닌다. 출발은 수월리나 저산리에서 한다.
통영시외터미널(1688-0017)에서 부산행 버스는 오전 6시 5분부터 오후 7시 45분까지 20~30분 간격으로 다닌다. 심야버스는 오후 10시와 10시 40분 두 차례 있다.
통영은 해산물의 고장. 명품 자연산 해물을 맛보지 않을 수 없다. 통영시 안정면의 안정횟집(055-649-4616)은 어부인 외사촌이 잡아오는 자연산만 내놓는다. 우럭탕(1만 원)과 막된장에 찍어 먹는 제철 도다리회(사진·시가)는 감칠맛이 돌았다. 모둠회(3만~9만 원)도 인기다. 이재희 기자 jae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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