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들어 장묘문화가 급격하게 바뀌면서 매장에 의한 장묘 방식보다는 화장에 의한 가족묘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가장 큰 이유는 묘지관리의 수월함 때문이다.
하지만 부유층이나 혹은 선산이 있는 경우는 매장을 선호하기도 한다. 그들은 동기감응 측면에서 매장이 화장보다 유리하다고 믿고 있다.
단, 매장할 경우 작업을 엄격하고 정성스럽게 해야 빗물이나 나무뿌리 등이 침투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즈음 행해지는 매장은 거의 모두가 대형장비에 의해 속전속결로 조성되기 때문에 묘지 속 상태가 불량할 수밖에 없다. 마치 폐기물을 묻듯 무성의한 장사방법으로 인해 망자가 물속에 잠겨있거나 혹은 나무뿌리에 휘감겨 고통스럽게 지내는 것이 대부분이다.
혹자는 묘지 속에 물이 차는 것은 수맥 탓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즉, 처음 묘를 쓸 당시에는 물이 전혀 없었으나 그 후 수맥의 영향으로 묘지 속에 물이 들고 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주장인데, 묘지 속에 물이 차는 것은 거의 모두 빗물이 스며들어서 생기는 현상이다. 땅은 한 번 파게 되면 생토와 밀도가 틀리기 때문에 빗물이나 나무뿌리 혹은 벌레가 침투하기 쉽게 된다. 그런 까닭에 최근에 조성한 묘지는 10기 중 8기가 묘지 속 상태가 불량한 것이다.
한편 풍수고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땅속에서 물이 나는 것은 패가절손이요. 묘지 속에 물이 들면 질병이 많다.”
그러므로 묘지 속에는 빗물이 스며들지 않아야 하며, 나무뿌리나 벌레 등의 침투를 방지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작업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묘지 속에 물이 차는 이유를 살펴보겠다.
첫째,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매장의 깊이가 얕아지는 경향이 있다. 특히 호남지방에서 심한 편이다.
물이 나거나 돌이 나올 것을 우려한 까닭인데, 대개 60cm를 넘지 못한다. 이런 경우 겨울에는 시신이 추위에 얼고 여름에는 물이 들었다 빠지기를 반복하게 된다.
또는 유골이 숯처럼 새까맣게 되기도 하는데, 바람의 영향으로 그런 것이니 매장의 깊이가 얕으면 빗물과 바람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둘째, 좌우 능선이 감싸주는 오목한 장소는 바람을 막아주는 곳이라 하여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계곡은 빗물과 바람의 통로인 까닭에많은 비가 오면 묘지 자체가 쓸려갈 위험이 있고 항시 골바람이 불기 때문에 추운 곳이라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그것을 방지하려면 능선 위에 묘를 조성하거나 혹은 주변보다 높은 지형에 묘를 쓰는 것이 유리하다.
셋째, 작업의 편리함 때문에 장비를 이용하여 땅을 넓게 파고 상대적으로 묘 봉분의 크기는 작아서 빗물이 쉽게 스며들게 된다.
따라서 관을 안치하는 광중은 정교한 수작업으로 좁게 파는 것이 좋으며, 묘의 봉분은 높게 하는 것보다 넓게 하는 것이 빗물의 침투를 방지하는데 좋다.
넷째, 공원묘지 혹은 가족 묘지를 계단식으로 만들면서 묘를 쓰는 부분이 생토가 아니고 매립한 땅인 경우, 땅의 밀도가 틀리기 때문에 빗물의 침투가 쉽게 된다.
다섯째, 광중 속에 관을 내린 후 급하게 흙을 채우기 때문에 빗물뿐 아니라 벌레와 나무뿌리가 파고들기 쉽게 된다. 따라서 광중 속에 흙을 채울 때는 고전적인 방법으로 달구질을 함으로써 매립토를 견고하게 다져 주어야 한다. 하지만 요즘은 그마저도 힘들다고 굴착기로 내리찧고 만다.
여섯째, 회를 쓰는 경우 회와 고운 흙을 6 : 4 비율로 혼합하여 반드시 물과 함께 사용해야 하지만, 귀찮고 힘들다는 이유로 물을 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경우는 석회성분이 빗물과 반응하여 시신을 딱딱하게 굳게 해서 육탈을 방해하게 된다.
일곱째, 토질이 진흙으로 이루어진 곳은 배수가 안 된다. 그러므로 토질이 그렇다면 근본적으로 빗물이 스며들지 못하도록 생석회 등으로 더욱 철저하게 해야 한다. 참고로 배수가 가장 잘 되는 땅은 마사토로 이루어진 곳이다.
여덟째, 애초부터 땅을 팔 때 가느다란 물줄기가 마치 샘 솟듯 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 그러나 이것이 여유를 갖고 하는 작업이라면 다른 곳을 취할 수 있겠으나 장사 날 당일의 상황이라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이런 경우 여유 공간이나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대로 장사를 치르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면서 지금은 임시방편일 뿐, 조만간 다른 곳으로 옮겨드리겠다고 다짐을 하지만,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 어차피 정해진 자리였다면 미리 준비했다면 다른 대책을 마련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상의 경우는 모두 묘지를 조성할 때 자식들의 무책임과 무관심, 무성의가 빚은 결과로 망자의 체백이 땅속에서 고통받는 경우다. 조금만 신경 쓰면 예방할 수 있는 것을 마치 기다렸다는 듯 일사천리로 매장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망자에 대한 배려는 없고 오직 산 자들의 편리함만 있을 뿐이니 과연 누구를 위한 장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묘지는 돌아가신 부모님의 영원한 유택을 지어드림이다. 비록 땅의 지리적 조건이 미흡했다 할지라도 위와 같은 점을 참고해 정성껏 장사지낸다면 망자의 체백을 온전히 보존할 수 있게 된다.
망자가 편안하면 후손과 가족 모두 편안하게 된다.
https://youtu.be/cipshTUBr0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