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장마비
여름 내내 내리던 비
무서운 폭우로 변하고
김은 냇물되어 흐르고 넘친다
잠시 나타났던 파란 하늘
피어 오른 하얀 뭉개구름
따가운 햇빛이 반가웠다
반가움도 잠시 또 내리는 비
해 사이로 비가 내린다
멈췄다가 내리고 반복하는 변덕쟁이
42 빈등지
백일된 우리 아기 빵긋빵긋 웃으며
엄마를 바라보는 초롱초롱한 눈동자
사랑스러워 사랑스러워
하늘을 날 듯한 엄마의 기쁜 마음
삼년이 지나 아장아장 걸음을 뗄 때
너무 너무 귀여워 손뼉치며 기뻐할 때
또 하늘을 날 듯한 엄마의 기쁜 마음
세월 지나 학교 가는 첫 모습
엄마의 가슴엔 행복이 가득
부푼 풍선처럼 엄맘는 하늘을 난다
빠르게 지나간 세월 속에서
곁에서 하나씩 하나씩 떠나
나 혼자 둥지만 지키게 된다
떠난 자식들의 빈자리 메꾸어 준
난과 꽃을 정성들여 키웠다
꽃망울 망울망울 올라와
내 둥지를 환하게 비춰준다
아장아장 걷는 우리 아기를 보는 것처럼
그 기쁨솟아 난다
너희들은 내 곁을 떠나지 않겠지
43 가난한 시절
죽순 껍질 부 채를 쓰던
가난한 어린 시절
그 바람으로 여름을 지냈다
그 후 죽순 껍질 대신
대나무 날리는 시원한 바람이
더위를 몰아내는 바람이 불었다
세월이 많이 흘러온 요즘
선풍기에 에어컨으로 받은 시원함
선물 받아도 덥다고 한숨 짓는다
여름을 잊고 더위도 잊었지만
대나무 부채로 더위를 날렸던
가난한 그 때가 더욱 그립다
44 인생 고목에도
팔십이 훌쩍 넘어
15 년만에 오른 광주 공원
세월의 흐름만큼 많이 변했다
청단풍과 관음중은 이리저리 흔들어
반갑다고 인사하고
배룡나무 몇 그루 빨갛게 꽃피웠다
밑동은 고목으로 변했지만
위에는 퍼런 청춘으로
듬뿍 젊음을 머금고 있다
비바람 자꾸만 싫다고 하여도
비집고 몰려 와 꽃들은 다 떨어지고
알몸으로 떠는 나무들이 안스러웠다
내 인생의 고목에도 파란 잎이 필까
45 풍성한 식탁
딸이 소일거리로
농사 짓는다고 해서
고생할까 반대했는데
농사지어 가져온
옥수수 고구마순 호박 가지
식탁이 풍성해졌다
세 딸과 함께 한 밥상
가지가지 반찬으로
식탁은 즐겁고 반갑기만 하다
풍성한 식탁
딸들의 웃음소리
오늘은 짧기만 하다
46 물난리
광주천이 넘칠 듯 퍼붓는 장마
양동시장 부근이 넘친다는 소식통
선진강 둑이 터져 곡성 구례가 물에 잠긴단다
어릴 때 할머니 손을 잡고
마을 앞 냇가에 큰물이 날 때
물 구경 간 기억이 떠 오른다
황토 빛물이 세차게 흘러가며
그 물살을 타고 돼지와 가구들이
떠나려가던 모습이 떠 오른다
이제는 내가 할머니가 되어
이번 큰비에 광주천을 나가보니
다리가 넘칠 것 같이 세차게 흘러간다
천변 나무에 걸쳐진 온갖 쓰레기
그 무게를 못 이겨 쓸어져 가는 나무
조금나 더 오면 광죽자 물에 덮칠 것 같다
아무리 세상이 변하고 발달해도
하늘의 재앙은 두렵기는 마찬가지
사람은 하늘을 이길 수 없는구나
47 코로나 때문에
모처럼 외출하고자 했지만
수영장은 휴관되고
갈 곳이 없다
코로나 때문에
코로나로 묶인 시간
걸려온 아우의 전화
한달은 쉬자고 한다
안심할 수 없으니
외출은 포기하고
책을 손에 쥐어
지루함을 달래었다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지루함을 잊은 체
독서에 빠져 있으면서
떠 오르는 시 한 조각
내 하루를 체워준 한 편의 시
코로나 때문에 탄생된 귀한 노래
코로나가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이제 그만 물려가라 코로나야
48 인생과 낙엽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들
파랑 빨강 색색이 가을들이
소복이 쌓이는 길 위
신발이 닳도록 걸어간다
부서지는 낙엽의 신음 소리
부시럭 부시럭 울고
내 마음도 낙엽처럼 부서진다
세월이 흐르면
몸도 옷도 낡아지지만
잎새 다 떨군 나무는
겨울 눈비 온몸으로 ㄹ받아 들인다
내년 봄 연초록 새싹
피울 준비를 하는데
만물의 영장인 인생은
다시 피우지 못해 서럽다
49 엄마 마음
코로나 때문에
미루고 미루었던
서울 병원 가는 날
서울에서 내려오는 아들
송정역까지 데려다 준 막내딸
광명역까지 나온 서울 딸
온통 자식들의 대거 움직임
고맙고 고맙지만
엄마는 미안하기만 하다
엄마 위한 마음
사랑들을 베풀었지만
엄마는 좋기만 한 것이 아니고
외롭고 쓸쓸하지만
텅빈 내 집이 그립단다
편안하지만 않는 자식집
손님되어 미안하고 불편하여
빨리 검사 받고
약을 타 가지고
전라도 내 집으로 가고 싶다
50 동백
찬서리도
코로나도
굿굿이 이겨내고
가을이 되면
꽃을 피우는 너
난 너를 좋아한다
추위가 시작되면
우아하게 피웠던
모든 꽃들은
잎도 꽃도 시들어
줄기만 남아
앙상한 모습인데
넌 찬바람 찬 이슬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름다움을 피우기 때문이다
유독 너를 좋아하는 이유는
한평생 인고의 세월을 보낸
내 삶과 같아
난 너를 좋아한다
카페 게시글
Q&A 게시판
3/27일자
심성
추천 0
조회 47
22.03.27 12:56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