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친구랑 조조영화를 보러갔다.
삶이 고달픈 할머니들, 함께 하와이여행을 가기위해 8년동안 모은 여행경비를 은행강도에게 날리고는 이를 되찾기 위해 은행강도극을 벌이게 되는데..
각자 삶의 내용은 달라도 가난과 늙음 앞에 선 이들에게 세상은 또 하나의 감옥일 수 밖에 없다.
남편의 유골을 강에 뿌리고 돌아오는 길에서도 하와이 여행에서 써먹을 영어회화를 연습하던 그들의 세상 탈출기는 결국 실패하고..
나문희, 김수미, 김혜옥 세 배우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기존의 캐릭터에 걸맞는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을 웃기기도, 울리기도 한다.
입양보낸 자식을 보고싶어 하와이 여행을 꿈꾸던 정자(나문희), 하와이보다 훨씬 멀고 돌아오지 못할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의 마지막 말, 비온 뒤의 흙냄새가 맡고 싶어..겨울에 엄마가 타주던 유자차 향이 너무 좋았는데..이다.
문득 우리는 너무나 하찮고 아무것도 아닌듯한 것에 의지하며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느끼지 못하지만 말이지..
숨가쁘게 앞만 보고 달리는 우리들을 지탱하는 것은 어릴 적 업어주던 엄마 등의 따뜻함..방학 때 놀러갔던 시골, 저녁 지을때 아궁이에서 나던 나무타는 냄새.. 뭐 그런 것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들이 뭘까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였어.
물론 실컷 울고 웃다가 중간중간 눈에 띄는 허술한 구성에 '뭐야' 하다가 내게만 다가온 메세지일수도 있지만 말이지.
하여튼 편하게 웃다가 가슴 찡해 웃다가 나름 메세지까지 얻을 수 있는 영화, 한번 봐도 괜찮을 영화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조금 달려간 물왕저수지, 근처에 있는 담원이라는 한정식 집에서 맛난 것을 먹으며 수다 떨던 친구와의 시간과 저수지에서 불어오던 시원한 물바람도 내게 좋은 추억으로 남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