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후(邂逅)10
‘그래도 그럴 리야 없지. 장부는 십여 년 간 같이 살아 보았지마는
성교는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는 것 같은 찰외인인데
이 손님은 성교를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 하지 않나?
그뿐 아니라 장부는 어제 저녁에 내가 친정으로 간다고 할 때,
자기는 오늘 새벽에 장에 간다 하였으니
무어 지금쯤은 장판에 쏘다니고 있을 터이니 여기 올 리가 만무하고..‘
그는 이렇게 이유를 붙여 자기 스스로 울렁거리는 가슴을 진정하면서
‘그러니까 저이는 분명히 내 남편이 아니다.
세상에는 참 신기하게 꼭 같은 사람도 있구나!‘
이렇게 결론을 맺으려 하나 윗방에서 주교와 손님 사이의 이야기는
안 들을래야 안 들을 수 없이 마치 화살처럼 귀에 들어와 박힌다.
“응! 그래, 성명은 무엇인가?”
하는 주교의 점잖은 목소리.
“예, 이성칠이라 하옵니다.”
손님의 목소리.
‘아차, 어쩌면 저렇게 이름까지 또 목소리까지 같은 법이 있나!’
여자의 가슴은 심히 불안하다.
“그럼 본명은 무엇인가?”
하는 주교의 물으심에 손님이 대답한다.
“예, 본명은 비리버올시다.”
‘옳지, 이것은 틀린다. 찰외인이 무슨 본명이 있어.
남편은 분명히 외인인데,
그러기에 십여 년을 살아 보아도 그런 눈치도 없지.‘
그러나 여자의 뛰는 가슴은 가라앉을 줄을 모른다.
“그럼, 살기는 어디 살며, 식구는?”
“예, 살기는 이 너머 정삼이골 살고
식구는 칠십 세의 양친과 저희 내외올시다.”
여자는 그만 무릎에 닿도록 머리를 떨어뜨린다.
대체 얼굴과 몸매가 꼭 같고, 성명과 목소리까지 꼭 같고,
또 사는 동네와 집안 식구까지 그렇다는 것을 듣고 나니
지금까지 억지로 버티려 하는 그 ‘아니라’는 이유가
근본부터 무너짐을 느끼는 까닭이다.
“그 동리서 어제 호환간 젊은 여교우가 여기 있는데
그 누군지 아는가?”
하시는 물음에 이성칠은 눈이 휘둥그래 가지고
방안을 한 번 둘러보더니 의외라는 듯, 그러나 자신 있는 얼굴로
“그런 일은 없습니다.”
하고 여쭈었다.
‘정삼이골이라야 몇 집 되지도 않으니 뻔한 일,
그리고 더구나 젊은 여교우가 있을 수 있나!‘
주교께서는 이상하다는 듯 좌우를 한 번 쳐다보시더니 아랫방을 향하여
“그럼, 그 여자를 이 앞으로 나오라 해라.”
하며 두 남녀를 대면시키기를 명하셨다.
주교의 명령에 못 이겨,
사람들이 터주는 방 가운데로 나오는 데레사의 다리는
와들와들 떨리고 얼굴은 모닥불을 끼얹은 듯 화끈거린다.
장지문께 와서 가만히 앉아서는 고개를 숙여버린다.
저편을 바라볼 용기도 없고, 또 알아볼 필요도 없음이다.
비리버는 그를 한 번 쳐다보고는 눈을 내리뜬다.
‘원, 이렇게 같은 사람도 있담!
그러나, 내 아내는 어제 친정에 갔는데, 어디 또 한 번...’
하고 다시 쳐다보니 분명한 자기 아내가 아닌가!
비리버는 드디어 외면을 한다.
‘대체 이 일이 어떻게 된 셈인가. 내 아내는 분명히 외인인데,
어떻게 여기 와 있나?
십여 년 감춘 비밀이 폭로되고 말았구나!
사람은 묵직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자의 입이라, 원.
이 일을 처갓집에서 또 알게 되면...‘
입맛이 소태처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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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니! 십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서로 감추느라 얼마나들 마음 고생이 심하셨을까나? 그 심한 핍박속에서도 신앙을 잃지않고 살으셨던 조상님들 정말 존경스럽네요.제 자신이 한없이 작아짐을 다시금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