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을 촬영한 지 어느덧 2년이 되어 갑니다.
그동안 버섯카페 선배님들이 촬영한 털작은입술잔버섯 사진을 보고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나도 언젠가는 꼭 한번 만나 촬영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품고 있었습니다.
지리산 어느 계곡, 제주도의 어느 숲, 덕유산 계곡 등에서 만났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속 버킷리스트에 하나씩 적어 두었지만,
먼 곳까지 찾아 나설 용기는 아직 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자주 오르내리던 팔공산 계곡에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눈여겨보았지만 번번이 허탕이었습니다.
인터넷에서도 팔공산에서 털작은입술잔버섯을 만났다는 이야기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유난히 비가 내리지 않고 무덥기만 한 금년 여름 입니다.
8월 23일
대숲의 흰망태버섯과 그 위의 노랑망태버섯을 만난 뒤, 팔공산 가산산성 정상 부근의 계곡을 지나던 중, 나뭇가지에 아주 작은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처음에는 ‘새둥지버섯 유균인가?’ 싶어 살짝 집어 들었는데……
자세히 확인하는 순간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그토록 사진으로만 보아왔던 털작은입술잔버섯이었습니다!
사진으로 볼 때는 이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적어도 열 배쯤은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실제로 마주한 녀석은 정말 놀라울 만큼 작았습니다.
“팔공산에도 있구나! 있어……!”
한동안 혼자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작은 나뭇가지 하나에 무려 10여 개체가 오밀조밀 붙어 있었습니다. 너무나 귀하고 반가운 만남이라 한 개체 한 개체 정성껏 살펴보며 연사 촬영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어느덧 오후 늦은 시간.
하산할 시간이 되어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발견한 그 자리에 그대로 두고 내려왔습니다.
‘며칠 뒤 조명 장비를 챙겨 다시 오마.’
2년 동안 사진으로만 동경했던 버섯을 뜻밖에도 멀리 떠나지 않고 늘 오르내리던 팔공산에서 만났습니다.
참으로 신기하고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신령님, 고맙습니다.
오늘도 무탈하게 산을 내려올 수 있도록 보살펴 주시고,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귀한 버섯까지 제 눈앞에 보여 주셨으니……
이 작은 만남 하나가
버섯을 찾아 산을 오르는 제게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첫댓글 축하합니다.
열성을 다하니 드디어 대망의 꿈을 이루었습니다.
ㅎㅎ
축하 해주셔서 감사 합니다.
조명기구 챙겨서 오늘 또 다시 등반했습니다
근처를 샅샅이 뒤져 예쁜 다른 개체들도 새로 만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