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신 한·일어업협정’은 내년 1월이면 만기가 되는데,
이후 다행히 파기된다고 가정하더라도(본 조약에 따르면 3년 만기 후에는 일방
이 언제든지 상대국의 동의없이 파기가 가능하다고 명기되어 있지만, 일본은
이 조약을 지속시키려고 할 것이며 한국정부는 쉽사리 파기를 통고하려 하지 않
을 것임) 일본은 이 조약 시행을 선례로 앞으로의 새로운 어업협정에서도 이와
같은 ‘기왕의 권리’를 보장받으려고 시도할 것이다. 혹은 이를 근거로 이보
다 더한 요구, 즉 독도지역의 지하자원 공동개발과 같은 안을 들이밀 가능성이
농후하다.
러시아과학원의 추정에 따르면, 독도 인근 대륙붕에는 천연가스·석유 매장의 징
후로 대체연료로도 이용되는 하이드레이트(Hydrates)가 대량 분포되어 있다고
한다.일본은 이 지역의 매장량을 일본인구 전체 1년 소비량의 100년치로 추산하
면서 이미 1994년부터 발빠르게 도쿄(東京)대학 외 14개 기업이 참여한 팀을
구성해 조사연구에 착수한 상태다.
이 사실을 공표한 경상대 화학과 백우현 교수는 “일본이 신한·일어업협정에서
왜 그토록 독도주변을 ‘잠정조치수역’으로 하려 했는지” 그 이유와 목적이 단
순히 어획량 증대 정도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독도와 그 수역을 어자원의 보고 정도로 인식하
는 안이한 자세로 어업협상에 임했다. 지형상 독도가 모도인 울릉도에 딸려 있
음이 확인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도 기점을 포기함으로써 이른바 ‘속도이
론’을 주장할 근거를 스스로 말랑하게 만든 사실이 이를 입증하고도 남는다.
그리하여 정부는 기껏해야 “독도문제는 영토에 관한 문제로, 경제문제인 한·일
어업협정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아전인수격 홍보만 해대고 있다.
우리로서는 유감천만이지만 신 한·일어업협정에서 한·일 양국은 우선 독도 영유
권문제와 어업문제를 서로 분리한다고 합의한 바 없다. 뿐만 아니라 설사 합의
하여 분리 의사를 명기해 놓았다 하더라도 공동관리수역에서는 어업권이 환경보
전이나 해운문제 등과는 분리될 수 있어도 궁극적으로는 영토의 주권적 영유권에
서 연유하기 때문에 두 사안은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국 정부, 적극적 자세 전환 요구 시점
요컨대 일본으로서는 이 협정으로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한층 더 강력하게 주장
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한 셈이다. 독도 영유권문제가 한·일 간에 최초로 외교
문제화된 1950년대 이래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심정으로 툭툭 건드려
본 것이 의외로‘횡재’가 된 꼴이다.
그렇다면 향후 한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제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 대응책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보편적인 일본인의 집단적 극우화에 저항할 이성적이고 양심적인 시민들
을 일본사회의 다수 주류로 착근시키기 위해 한·일 민간교류 확대를 통한 침략
의 과거사 알리기에 지속적, 국가적 차원의 대응이 시급하다.
우리는 대일 콤플렉스 노정과 냄비뚜껑식 감정만 발산하는 데 그치고 마는 감성
적인 대일 자세를 극복해야 하고, 작금의 일본 역사 교과서 왜곡에 대한 이해
의 시각 역시 임기응변적이고 단선적인 대응 차원을 넘어 일본의 정치동향과 국
제정세와의 교호작용의 이음새를 파악하고자 하는 거시적 시각으로 확대해야 한
다. 그런 관점에서 과거사 왜곡에 대한 제지와 그 시정의 실패를 독도의 미래
와 관련 지어 교훈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둘째, 국방부·외교통상부·해양수산부 등 독도 관련 부서 및 국회 합동 전담기구
를 발족시켜 일본의 정치동향을 주도면밀하게 주시하면서 관련 법리에 대한 연구
개발뿐만 아니라 여론수렴, 관련 시민단체의 지원 등을 확대해야 한다. 이를 통
해 독도에 관한 국가정책적 원칙이 한시바삐 정립되어야 한다. 그래야 정권이
바뀌어도 정책의 일관성과 근간이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일본이 독도에 관한 영유권을 요구할 빌미로 작용될 소지를 안고 있는
1999년의 ‘신 한·일 어업협정’ 파기를 전제로 독도기점을 관철시킬 새로운 어
업협정을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듯 한국 정부의 일방적 홍보나 강변과 달리 이 어업
협정은 어업권과 영토권의 분리를 명기하지 않은 치명적 오류를 범한 상태에 있
으므로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 이 협정의 폐기는 동시에 현재 독도와 울릉도 사
이를 순시하는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군함의 초계활동을 근절하고 그 근거를 없
애는 조치이기도 하다.
넷째, ‘신한·일 어업협정’을 파기하기 전에 먼저 현재 주둔중인 경찰을 해
군, 혹은 해병대와 같은 정규군으로 교체해야 한다. ‘신 한·일 어업협정’의
파기는 일정 수준 분명히 일본의 여론과 극우파들을 자극할 터이므로 그 후의 군
대 교체는 바로 분쟁으로 변전될 소지가 높기 때문이다.
다섯째, 대통령과 정부의 관련 부처 장관은 지금까지 일본 총리를 비롯한 각료
들이 독도의 일본 영유권을 주장할 때 침묵해온 ‘무대응 정책’에서 벗어나 이
제부터라도 독도 관련 망언에 즉각 반박하는 적극적 자세 전환이 필요하다. 아
직까지는 반박성명을 낸다 해서 바로 극단적 외교 마찰이나 분쟁으로 비화되지
는 않는다. 국가 통수권자는 언제든지 영토와 주권 수호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내외에 천명할 수 있어야 하며, 또한 이에 대한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여섯째, 독도의 한국령을 인정하는 일본내 양심적인 학자들의 연구성과를 포함
하여 일본 정부의 주장을 논박할 수 있는 이론들을 중심으로 유엔 및 산하 국제
기구, 그리고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한 홍보를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벌여 나간
다.
일곱째, 현재 일반국민의 독도 입도를 제한하는 정책을 바꾸어 헌법이 거주 이
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듯 원하는 이는 언제든지 자유롭게 방문이 가능하도록
조치해야 한다. 즉, 입도 제한 근거인 ‘천연기념물 제336호 독도관리지침’규
정을 폐기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국민들의 독도에 대한 관심과 수호 의지를 높
이고 ‘실효적 점유’의 객관성을 드러낼 필요가 있다. 정부가 입도 제한
의 이유로 내세우는 자연보호 및 생태계 파괴에 대한 우려는 이에 합당한 조치
를 가하면 된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천연’ 독도의 보존 논리는 백번 강조해
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렇더라도 그것은 먼저 독도 귀속을 ‘온전히’하는 문제가 전제되어야 한다.
‘타케시마 탈환’이 1995년 일본 집권당의 총선공약이었고, 97년부터는 일본
외교의 10대 지침으로 ‘타케시마 탈환외교’가 설정된 상황(1998년 독도를 겨
냥한 일본 육·해·공 자위대의 합동 ‘탈환’작전은 그 일환임)에서 우리가 독도
를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다면 아무리 중요한 자연보호 구호도 공염불이 되고 만
다. 생태계 보존은 그것대로 필요한 만큼 시행해 나가야 하지만, 그 때문에 입
도를 제한하는 등 일본에 대해 ‘실효적 점유’에 관한 객관성을 높일 수 있는
여러 조치들이 제한되어서는 안된다.‘독도보존 논리’는 적어도 현 상황에서
는 부차적인 문제가 아니겠는가.
여덟째, 독도와 그 영해에 대한 인문·사회학적, 자연과학적인 조사 연구 및 탐
사를 총체적이고 또한 지속적으로 실시하여 한국 정부의 ‘실효적 지배’를 국제
사회에 현시할 수 있는 근거를 축적해간다.
이러한 조사 연구 및 탐사에 기초한 독도와 울릉도의 동시개발을 추진할 종합개
발안을 수립, 시행토록 한다.
이와 관련해 국회 윤한도(현 국회독도사랑모임회장) 의원 등이 주축이 되어
1999년과 2000년 두차례에 걸쳐 ‘독도개발특별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정부
는 “우리가 먼저 일본과 공공연한 마찰을 야기하는 조치를 하는 것은” 독도 영
유권 공고화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구태의연한 ‘변명’을 더 이상 법안 통과 반
대 이유로 대지 말고, 이 법안을 조속히 가결하여 내외에 독도 영유권에 대한
확고한 의지 유무를 의심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홉째, 독도 및 울릉도 종합개발안이 어떤 형태로 수정되든 독도는 유인도화하
는 것이 바람직하며,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최소한 독도의 접안시설 확장및
부대시설 추가설비를 확충해 줌으로써 독도를 어업전진기지로 개발해 나가야 한
다.
독도 문제는 정면대응이 유일한 길
마지막으로 김대중 대통령은 일본 방문시 내비친 바 있는 일본 왕의 방한을 일본
이 과거사에 대해 겸허한 자기성찰에 바탕을 둔 청산작업을 끝내지 않는 한 자의
적으로 허용해서는 안되고, 일본 극우세력들의 준동이 그칠 때까지 국민적 합의
에 따라 무기한 연기해야 한다.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지도자는 일본이 주변상황을 이용, 혹은 편승할 틈을 최소
화하도록 한반도 긴장완화를 포함한 한반도문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독자적
목소리와 공간을 넓혀갈 필요가 있다. 동시에 주변 강대국과의 긴밀한 ‘협조유
지’라는 모순된 정치외교적 과제를 풀어나갈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우리에게는 흔히 국제관계는 뭐니뭐니 해도 경제력·군사력을 요소로 하는 “총체
적 국력이 말해준다”고 하면서, 독도 문제 또한 우리의 국력이 신장되고 볼 일
이라고, 그래서 위와 같은 제안은 우리가 힘을 가지게 되면 쉽게 해결될 것이라
는 다분히 패배주의적 색채를 띤 사고가 떠돌아다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부분적으로만 진실이다. 우리는 국력이 신장되기 전이라도 우리가 마땅
히 해야 할 과제는 정면으로 맞부닥쳐야 한다는 의지와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능히 할 수 있는 과제에 대한 실천은 ‘국력신장’과는 별개의 사안임을 유념해
야 할 것이다. 독도는 말이 없다. 그 주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