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가위 강론 :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루카 12,15-21) > (9.17.화.06:30)
*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자기 자신만 알고, 이웃들에게 나눌 줄 몰랐던 어리석은 부자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그 부자와는 달리, 하느님과 이웃에게 잘 나누며 살겠다고 결심하면서, 오늘 한가위 미사를 봉헌합시다!
1. 2024년 한가위를 맞았습니다. 한가위는 우리나라 전통 명절 중 하나로, 보름달이 뜨는 시기에 가족과 친지들이 모여 함께 음식을 나누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 뜻깊은 시간입니다. 한가위가 되면 평소 고마웠던 분들에게 어떤 선물을 하면 좋을지, 또 어떤 인사말을 보낼지 고민합니다. 인사말에 보탬이 될 만한 내용을 소개해보겠습니다.
“한가위 보름달처럼 풍성한 행복과 기쁨이 가득한 명절 되시길 바랍니다.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이번 한가위도 함께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길 기원합니다. 풍요롭고 행복한 명절 보내세요!”
“즐거운 한가위 맞이하세요! 건강과 행복이 늘 함께 하시길 바라며,
이번 명절도 행복한 시간 되시길 기원합니다.”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대화가 가득한 한가위가 되길 기원하며, 늘 건강과 행복이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가족과 함께 따뜻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시길 바라며, 풍성한 한가위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달콤한 송편과 함께 즐거운 명절 보내시고, 소중한 분들과 따뜻한 만남이 가득한 시간이 되시길 소망합니다.”
저야 부모님이 다 돌아가셨고, 동생들 가족들은 과천과 안양에 있고, 다른 친척은 다른 지역에 있어서 명절 미사 마치자마자 갈 수가 없으니까 계속 사제관에 있지만, 소중한 분들에게 따뜻한 인사말과 함께 한가위에 대한 마음을 전달하면 좋겠습니다.
2. 우리 속담에 “사람의 욕심은 땅보다 두텁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처럼 욕심은 우리의 영적인 눈을 어둡게 하고 판단력을 흐리게 합니다. 그래서 성경에서는 “돈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악의 뿌리”라고 경계합니다. 돈 없이 살아갈 수 없겠지만, 지나친 욕심을 갖지 않아야 합니다.
아버지 유산을 나누려는 사람이 예수님께 해결해달라고 하자, 예수님은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를 들려주셨습니다. 어느 부자가 많은 소출을 거뒀는데, 수확물을 모아둘 곳이 없으니, 곳간들을 헐고 더 크게 지어, 자신의 모든 곡식과 재물을 거기에 모아두고 편안히 쉬면서 먹고 마시며 즐겨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그 부자에게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루카 12,20)”라고 물으셨습니다.
재산 많던 부자는 자기 창고에 있는 곡식과 재물이 전부 자기 것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현재 가진 모든 재물, 생명과 건강은 우리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것입니다. 하느님이 기뻐하실 일에 쓰면 좋겠다고 잠시 우리에게 맡겨두신 겁니다.
하지만 어리석은 부자는 재산이 늘어나자 다른 사람들을 도와줄 생각은 하지 않고 자기 자신만 생각했습니다. 재산을 쌓고 편안하고 풍족하게 사는 데만 관심 있었고, 그 재물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기는커녕,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베풀지 않았습니다.
세상의 눈으로 볼 때 그 부자는 성공한 사람으로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겠지만, 하느님의 눈으로 볼 때는 어리석은 사람이었습니다. 아무리 많은 재산이 있어도 하느님이 그 목숨을 갖고 가시면 그의 재산이 누구 것이 되겠습니까? 자식들, 친척들에게로 뿔뿔이 흩어지겠지요?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아까워서 어떻게 하겠습니까?
이처럼 자기 자신을 위해서만 재물을 쌓아두고 하느님께 부유하지 못한 사람은 죽으면 모든 게 다 끝납니다. 현재 우리는 하느님께 부유한 사람입니까? 하늘에 재물을 쌓으면서 살고 있습니까? 하느님이 우리에게 잠시 맡긴 재산으로 선행을 하고, 가난한 이웃을 섬기며 살아갑니까? 우리에게는 뭐가 가장 중요합니까? 돈입니까, 하느님입니까?
3. 한가위 미사를 위해 신청한 165개의 미사 지향을 제단 계단에 병풍처럼 붙어놓았는데, 이건 미사 지향을 적어놓은 것이지 유교에서 사용하는 지방이 아닙니다. 내가 봉헌한 미사 지향이 눈에 잘 안 보인다고 안타까워하지 마십시오. 위에 있든 아래에 있든 하느님이 알아서 다 기도해주실 거니까 걱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봉헌한 미사 지향은 저에게 다 주는 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을 교구로 보냅니다. 다른 미사 지향도 마찬가지입니다.
집에서 명절을 지낼 형편이 안 되는 분들을 위해 제사상을 준비했습니다. 본당에서 돈을 줘서 차린 상이 아니고, 교우들이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마련한 상입니다. 보기에는 상을 차리는 게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이 생각되지만, 막상 장을 보려면 정말로 시간 많이 듭니다. 자인장, 경산장, 마트 통틀어서 총 7번 이상 갔을 겁니다.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고, 제사상을 차려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미사 후에 식사하실 분들은 봉사자들에게 감사의 표현을 아낌없이 해주시고, 설거지도 도와주십시오. 오늘 지켜보고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내년부터는 명절 제사상이 없고, 미사 지향 병풍, 분향, 연도만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 기회이니, 잘 도와주십시오.
4. 예수님은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를 통해 진정 부유한 삶이 어떤 것인지 물으십니다.
인간은 모든 일을 아는 것처럼, 또 영원히 살 것처럼 생각하지만,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 알 수 없고, 한 치 앞도 못 보는 존재입니다. 우리 생명은 하느님께 속해 있습니다. 하느님만이 우리 생명을 주관하십니다. 그러니 세상 것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하느님 나라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갑시다!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있지 않다.”(루카 12,15)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