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일간의 단식농성 등으로 MB 이동권연대 요구안 받아들여
일반택시 운행, 법정대수 미준수 등 해결과제도 많아
비마이너는 창간 1주년 기획특집으로 장애인콜택시 이야기를 담은 '장콜블루스'를 연재합니다. 장애인콜택시는 지난 2003년 서울을 시작으로 현재 전국에서 약 860여 대가 운행하며 중증장애인 이동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장콜블루스'는 장애인콜택시가 생기게 된 과정과 현황을 다룬 1편, 장애인콜택시를 타고 기사와 동행취재한 2편, 상담원 일을 하는 장애여성 인터뷰를 담은 3편, 그리고 마지막으로 4편에는 중증장애인 이용자들이 장애인콜택시를 타며 겪었던 경험과 문제점 등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수다방' 등으로 구성됩니다.
▷ 글 싣는 순서 ◁
① 장애인콜택시 이야기 1 - '넌 누구냐?'
2 - 전국 장애인콜택시 현황과 문제점
② 장애인콜택시 동행취재 - 하루 10시간, 장애인들과 함께합니다.
③ 장애여성 상담원 인터뷰 - "차량 연결 지연돼도 욕은 하지 말아주세요"
④ 장애인콜택시 이용자 중증장애인 수다방
#장애인콜택시 이야기 1
'넌 누구냐?'
박현 장애인이동권연대 전 사무국장
요즘은 거의 그런 감정이 들진 않지만, 지하철 엘리베이터 그리고 저상버스를 볼 때면 왠지 뿌듯함과 짠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장애인콜택시는 뿌듯함과 짠한 느낌보다 왠지 모를 아쉬움 같은 것이 있다. 그 이유를 이야기하자면 2001년 '장애인이동권투쟁'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이 당시 장애인이동권투쟁이 촉발한 계기는 2001년 1월 22일 지하철 오이도역 추락참사였다. 설치한 지 6개월도 채 되지 않은 엘리베이터가 추락해 그곳에 타고 있던 노부부 중 한 명이 사망하고 다른 한 명은 중상을 입은 사고였다. 당시 사고는 장애인의 이동권 현실이 얼마나 척박한지를 알게끔 한 사건이었다.
ⓒ장애인이동권연대 |
초기 장애인계는 오이도역 참사를 계기로 모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라는 요구로 대응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장애인 이동권 문제가 단순히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대중교통의 문제라는 의식이 싹튼다. 또한 오이도역 추락참사에 대응하는 일시적인 투쟁체로는 지속적인 투쟁을 벌여나가기에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그해 4월 20일을 계기로 장애인이동권연대가 공식 출범한다. 장애인이동권연대는 모든 역사에 엘리베이터 설치뿐만 아니라 모든 버스에 저상버스의 도입을 요구안으로 채택한다.
당시 장애인이동권연대 집행부 중 몇 명의 동지들이 일본을 방문해 자립생활센터를 견학하면서 일본의 이동권 현실은 어떤가 체험하게 되었다. 솔직히 일본의 지하철 수준은 당시 우리나라와 별로 다르지 않거나 호선에 따라 더 허접한 곳도 있었다. 다만 저상버스가 실제 운행한다는 것, 그리고 직접 탑승을 해 보니 편리했다는 것 외에는 크게 놀랍진 않았다.
ⓒ장애인이동권연대 |
그런데 시도마다 격차가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의 장애인콜택시와 같은 리프트를 장착한 택시가 운행하고 있다는 것이 대단히 놀라웠다. 그래서 특별교통수단(Special Transport Service : STS)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기존의 우리나라에서 운행되었던 장애인콜택시와 무엇이 다른지 비교하며 공부하게 되었다.
그런데 장애인이동권투쟁에서 큰 전환점이 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2002년 5월19일, 5호선 발산역 리프트 추락참사가 일어난 것이다. 장애인이동권연대는 그 해 8월 국가인권위원회 11층을 전격 점거하고 집단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39일간 이어진 단식과 서울역 선로 점거 투쟁 등 가열찬 투쟁을 전개한 끝에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이동권연대의 요구를 받아들여 '장애인콜택시 도입과 저상버스 도입, 그리고 2004년 말까지 모든 역에 엘리베이터 설치'를 약속했다.
ⓒ장애인이동권연대 |
이후 2005년에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이 제정되면서 장애인콜택시는 특별교통수단으로 명명하게 되었다. 장애인콜택시가 아닌 특별교통수단으로 정하게 된 이유는 첫째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차량은 특별교통서비스로 불리기 때문이며, 둘째 장애인콜택시는 서울시만의 브랜드명이고, 셋째 콜택시라는 이름에서 오는 '택시'라는 오해의 소지를 덜기 위해서이며, 넷째 특별교통수단 본래의 목적과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였다.
2006년 서울특별시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 조례를 제정하면서도 특별교통수단과 장애인콜택시의 문제가 다시 대두하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으로 장애인콜택시를 운행하면서 많은 지역에서 서울의 장애인콜택시를 모범 기준으로 삼아 운행하고 있다. 하지만 정말 특별교통수단으로서 올바른지는 잘 모르겠다. 이렇게 장애인콜택시이 생겨난 지 어언 9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이동편의증진법, 이동편의증진조례 등 양적으로나 법률적으로 성과도 많았다.
발산역 추락참사로 인해 시작된 인권위 점거 단식투쟁의 성과로 만들어낸 장애인콜택시. 이미 만들어진 곳에서는 더 많은 투쟁과 감시를 통해 올바른 장애인콜택시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곳에서는 장애인콜택시가 만들어진 역사를 알고 더 올바르게 도입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장애인콜택시, “넌 누구냐?”
#장애인콜택시 이야기 2
전국 장애인콜택시 현황과 문제점
홍권호 기자
비마이너가 자체 집계한 전국 장애인콜택시 현황을 보면 서울특별시와 6대 광역시를 중심으로 약 8백60여 대의 장애인콜택시가 운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서울과 6대 광역시의 장애인콜택시 운행 대수를 보면 서울이 300대로 가장 많고 뒤이어 인천 104대, 부산 100대, 대구 60대, 대전 60대, 울산 57대, 광주 30대이다. 기초자치단체를 보면 수원 42대, 청주 25대, 전주 12대, 의정부 10대, 성남 10대, 고양 8대, 부천 8대, 안산 6대, 제주 5대, 익산 4대, 정읍 4대, 시흥 3대, 여수 3대, 충주 2대, 목포 2대, 김제 2대, 원주 2대, 화성 2대, 양주 2대 등을 운행하고 있다.
그런데 각 지자체가 운행 중인 장애인콜택시 가운데 대전은 60대 중 40대, 울산은 57대 중 37대가 휠체어 탑승설비를 장착하지 않은 일반택시 차량으로 휠체어 또는 전동휠체어 이용자가 탑승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하다.
또한 올해 광주광역시에서도 장애인콜택시를 15대 증차하기로 하면서 이 중 5대를 일반택시 차량으로 운영하기로 해 현재 지역 장애인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서울과 6대 광역시를 제외하면 42대로 가장 많은 장애인콜택시를 운영하고 있는 수원시도 30대가 일반택시 차량이다. 부천, 화성, 양주는 모두 일반택시 차량이다.
따라서 일반택시 차량을 특별교통수단으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한 적법성 논란이 일고 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을 보면 특별교통수단은 ‘이동에 심한 불편을 느끼는 교통약자의 이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휠체어 탑승설비 등을 장착한 차량’이라고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켜지지 않는 법정대수도 문제이다.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6월 30일 1~2급 등록 장애인 200명당 1대의 장애인콜택시를 운영하도록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전에는 인구 100만 명 이상 지자체는 80대, 100만~30만 지자체는 50대, 30만~10만 지자체는 20대의 특별교통수단을 보유토록 했다.
따라서 시행규칙 개정 전에는 법정대수를 보유하던 서울시는 앞으로 약 500대의 장애인콜택시를 운행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1월 14일 법정대수를 확보할 것을 요구한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의 면담 자리에서 서울시 관계자는 “장애인콜택시 사업은 지자체가 예산을 전액 부담하는 바람에 예산부담이 커 증차가 쉽지 않다”, “국비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라면서 증차에 대한 구체적인 답은 회피했다.
더불어 지역마다 이용대상, 운행범위, 이용요금 등의 차이가 큰 것도 풀어야 할 숙제이다. 장애인이동권연대 최강민 사무국장은 "선진국에서는 지역별로 특별교통수단이 연계되도록 해, 특별교통수단만으로도 어디든지 갈 수 있다"라면서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에 거주하는 장애인이 장애인콜택시를 타고 의정부시까지는 갈 수 있어도, 의정부시에서는 지역 장애인만을 이용대상으로 하기에 장애인콜택시를 타고 서울로 되돌아올 수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전국의 장애인콜택시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