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루의 양구 여행, (1)두타연과 평화누리길 기행
두타연은 휴전선 접경 남방 인근의 유곡에 있는 큰 연못이다. 내금강 길목 휴전선에서부터 흘러오는 물길이 이룬 사태천(
沙汰川)이 협곡의 암반(巖盤)에 용추폭포(龍湫瀑布)를 이뤄 빚어낸 소(沼)다. 양구 서천(西川) 파로호까지 회유하는 열목
어들의 고향이며, 오늘날 양구팔경 중의 제1경으로 자리매김한 관광명소다. 이곳은 승지(勝地) 그 이상의 특별함이 있다.
DMG 접경지역이 말해주듯, 6.25 한국전쟁 때 휴전 직전까지 최후의 격전장이었던 '백석산'과 '단장의 능선' 전적지가 이
웃해 있고, 명산 금강산이 이곳에서 불과 팔십 리 거리에 있다. 전(戰)후 50여년 동안 민간인의 출입이 제한되었던 이곳은
지난 2004년부터 일반인들에게 안보관광지로 개방되었었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지만, 아직도 당일당일
관계기관의 허가 하에 탐승이 가능하다.
지난 주말 두타연을 다녀 왔다. 열두 명 향우들과 일곱 명의 산악회 회원들이 함께 하는 단체 탐승길이었다. 11월의 하중
순 양구로 가는 길. 배후령터널을 지난 중북부 영서내륙의 산자락들은 벌써 파스텔톤 갈색으로 짙어가고 있었다. 양구 방
산면의 '평화누리길 이목정안내소' 에서 출입 체크를 한 후, 수입천을 거슬러 두타연을 찾았다. 70여년 전에는 '건솔리'란
산촌마을이, 1,000여년 전엔 옛 투타사(頭陀寺)가 있었던 곳이라 전한다. 두타연은 바로 이 절 이름에서 유래한다. 주위의
넓은 산골짝 여울은 단장의 능선이 병풍처럼 둘렀다. 이곳은 벌써 낙목한천(落木寒天). 청정한 자연 숲은 벌써 속살을 드
러내었고, 능선 위의 장군바위를 타고 내리는 바람은 한층 스산했다.
두타연 트레킹은 생태탐방로 주변의 청정한 원시 자연을 그대로 보고 느낄 수 있는 곳, 그기에 더해 안보관광과 평화누리
길을 동시에 체험할 수가 있다. 눈으로는 승지의 자연을 탐하고, 발(足)로는 금강산 가는 옛 길을 걸어도 보며, 마음 속으
로는 선열들이 피로 물들이며 빼앗은 6.25 격전지를 살피고 더듬어 본다. 마중 나온 양구군 문화·관광해설사의 안내에 따
라 '양구 전투위령비' 를 찾아 단체로 묵념(默念)의 시간을 가졌다. 해설사는 곁에서 시(詩) '길 가소서' 를 낭송한다. "- -
- / 마디마디 피로 물든 능선/ 토막토막 끊어진 단장의 대지/ - - / 누군가는 치루었어야 할 능욕을/ 님께서 온몸으로 치
루신 터/- - - / 이제 그 터 위에 님의 소망따라/ 새싹 움트고 여명이 밝아 옵니다/ - - -/ 고운 님이시여 길 가소서" 라고.
안내 해설사의 잔잔하면서도 절제되고 낭랑한 목소리가 탐승길에 들뜬 모두의 마음들을 일순 숙연하게 한다. 더러는 격
정에 못 이겨 눈물도 흘린다.
두타연 생태탐방로를 뒤로하고 먼저 평화누리길을 걷는다. 조선시대에 이 길은 내금강으로 가던 지름길. 이곳 두타연에
서 내금강 장안사까지는 불과 32km 거리라 전한다. 사태천을 거슬러 오르며 걷는 길은 밤새 다녀간 산양들의 배설물들이
이따금씩 널부러져, 밤이면 이곳이 인적없는 깊은 산중임을 말하고 있고, 청산 유곡을 흐르는 개울 물소리는 만추의 성근
나목숲을 타고와 더 쓸쓸하다. 소소(蕭蕭)한 애상에 옛 시 한 수를 중얼거려본다. 봉래산가(蓬萊山歌)다. "서리녹아 내린
물 계곡으로 흘러가고(霜餘水反壑)/ 바람에 진 나뭇잎은 산으로 돌아간다(風落木歸山)/ 어느덧 세월 흘러 한 해 저물어
가니(冉冉世華晩)/ 벌레들도 모두가 다 숨어 몸을 움츠린다(昆蟲開閉關)" 라고. 여말(麗末)의 문신이었던 양사언(楊士彦)
의 시다. 시제(詩題)의 봉래산은 그의 호다.
두타교를 돌아 다시 두타정을 찾았다. 옛 두타사지(頭陀寺址) 옆 낮은 바위언덕에 있다. 발치에는 두타폭포의 낙수소리가
요란하다. 사태천이 이 협곡의 기반암을 타고 내리는 용추폭포다. 기반암에는 폭포가 빚어 낸 포터홀(pothole), 물길이 빚
은 하식동(河蝕洞). 옛 물길이 흐르던 구하도(具河道) 등의 볼거리가 있고, 각각은 수천만 년 세월의 더깨를 보여준다. 양
구팔경 제1경의 아우라가 새삼 느껴진다. 원담(圓潭)의 쪽빛 깊은 소(沼)는 환경 깃대종인 열목어들의 서식지다. 이곳을
내린 물길은 수입천으로, 그리고 다시 양구 서천에서 파로호가 된다. 두타연을 돌아 다시 하류의 출렁다리 관찰로를 걷는
다. 낙엽을 밟으며 걷는 숲길은 소소하지만 그래도 운치가 있다. 그리고, 그 숲에서 주인을 잃고 외로히 녹슨 철모를 본다.
비목에 걸린 철모의 탄흔에 가슴이 찡해온다. 또다시 묵념을 올리고 돌아서는 발길이 무거워 진다.
# 두타연과 파로호 탐승 길에 담은 이미지와 각자의 인물사진은 별편 앨범으로 엮어 나누어 싣는다. 함께한 향우들과 신
사산악회 회원님들, 그리고, 소수 인원에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대형 버스를 내어준 신사산악회에 특별한 감사드린다.
< 2018, 11, 17. 촬영.>
- 두타연 열목어 상
- 단장의 능선 장군바위
- 두타연 생태탐방로 입구
- 양구 전투위령비
- 위령비 앞 시비
- 위령비 앞에서 양구군 문화 관광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함께한 19명 회원들
- 조각공원 기념
- 평화누리길
- 평화누리길 준공 기념비 공원
- 사태천 두타1교
-사태천
-사태천 징검다리
- 징검다리에서 본 두타정과 전망대
-두타정
-두타폭포
-두타연
-두타연 출렁다리
- 생태탐방로 숲속 철제 비목
- 필자와 안내 나온 양구군 문화 관광 해설사
첫댓글 탐방하기 어려운곳 선배님들과 다녀오셨네요
한번 가보고 싶은 곳 잘 보고 갑니다..
네.
지금은 이목정안내소에서 당일 바로 출입이 가능하답니다.
기회 닿으면 꼭 한 번 가보시길 권합니다.
멋진 글과 사진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늘 건강하십시요.
네. 고맙습니다.
함께한 두타연의 추억
오래토록 기억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