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멀리는 대야산, 보배산 오르는 중 689m봉에서 조망
안다는 것의 가벼움이여, 이름만 떠다니는구나
세상은 위태롭고 어지럽기만 한 것을
모를 일이여, 어느 곳에 가히 몸을 감출 것인가
어촌이나 술자리 그 어느 곳에 몸 숨길 곳 없을까마는
이름을 감출수록 이름이 더 새로워질까
다만 그를 두려워하노라
--- 경허 선사
▶ 산행일시 : 2011년 8월 6일(토), 맑음
▶ 산행인원 : 3명(영희언니, 드류, 옥지갑)
▶ 산행시간 : 9시간 15분(휴식과 중식시간 포함)
▶ 산행거리 : 도상 약 11.0㎞
▶ 갈 때 :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충주 가는 06시 20분 발 버스 타고(요금 7,400원, 06시
발 첫차는 우등버스로 요금이 10,900원이다), 충주에 내려 연풍 가는 시외버스
타고(요금 3,700원), 연풍에서 택시 타고(요금 5,000원) 은티마을로 감
▶ 올 때 : 쌍곡 서당말에서 승용차에 편승하여 괴산으로 가서 동서울 가는 19시 55분 발
막차 탐(요금 10,200원)
▶ 시간별 구간
06 : 20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8 : 56 ~ 09 : 10 - 괴산군 연풍면 주진리(周榛里) 은티(銀峙)마을, 산행시작
10 : 00 - 692m봉
10 : 23 - ┤자 갈림길 안부, 강산골 고개
11 : 10 - 마분봉(馬糞峰, 776m)
11 : 48 - ┼자 갈림길 안부, 은티재
12 : 10 - 백두대간 821m봉
12 : 22 ~ 12 : 54 - 악희봉(樂喜峰, 845m), 중식
13 : 33 - 822m봉
14 : 00 - 시루봉(866m), ├자 능선 분기
14 : 45 - ┤자 갈림길 안부
15 : 24 - 칠보산(七寶山, 779m)
15 : 52 - ┤자 갈림길 안부, 청석고개
17 : 18 - 보배산(寶賠山, 777m)
17 : 56 - ┤자 갈림길 안부, 도마재
18 : 25 - 괴산군 칠성면 쌍곡리 쌍곡계곡, 서당말, 산행종료
19 : 32 - 괴산
21 : 50 - 동서울종합터미널 도착
1. 은티마을 입구, 노송은 보호수이다
▶ 마분봉(馬糞峰, 776m)
모를 일이다. 내가 ‘산에 갑시다’ 하면 회원들이 통 모이지 않는다. 열렬 회원들조차 외면한
다. 혹시 오지 아닌 실버적 뻔한 등로여서 오지산행의 명예에 누를 끼친다는 공범적 산행에
동참하지 않으려는 오지 골수의 저의에서인지. 아니면 그간 전천후 어김없는 주말산행에 기
다렸던 여름방학인데 자습 또는 보충수업이라니. 학창시절의 결코 달갑지 않은 트라우마가
새삼 도져서였을까.
충주 도착 07시 53분. 아슬아슬했다. 하차장에서 승차장으로 돌아 08시 발 연풍 가는 버스를
간신히 탈 수 있었다. 이 버스를 놓치면 08시 46분 발 버스를 타야 한다. 은티마을 입구의 느
티나무 아래 정자는 없어지고 음식점 탁자가 놓여있고 그 옆 거무티티한 ‘은티마을 유래비’는
금석학을 빌어야 판독할 것 같다.
문설주에 기댄 채 목젖 보이게 입 벌려 삶은 옥수수 뜯는 음식점 아주머니의 멀뚱한 눈길을
뒤로 하고 개울을 건넌다. 저 지능선을 타려면 어디로 갈까 했던 고민이 저절로 해결된다.
다리 지나 Y자 갈림길에 이정표가 있다. 왼쪽은 희양산, 오른쪽이 마분봉 가는 길이다. 고샅
길 빠져나가 사과밭 농로 따른다. 이어 오른쪽 임도와 무덤 지나 오른쪽 소로를 여러 산행표
지기가 안내한다.
등로는 오른쪽 사면 길게 돌아 능선으로 이어진다. 긴 오름 길, 그리 후텁지근한 날씨는 아닌
데 땀을 비 오듯이 줄줄 흘린다. 572m봉에 이르자 건너편 시루봉은 늘씬하여 사뭇 에로틱한
모습을 드러내고 흰 슬랩 면사포 쓴 고고한 희양산은 곁눈질한다. 이 희양산은 오늘 산행 내
내 산중 이정표 구실을 한다.
원추리 들여다보며 다시 흥건히 땀 뺀 한 피치. 692m봉 정상이다. 나무숲 둘러있어 잠시 서성
이다 비킨다. 갑자기 장막 걷어 노송 청청한 암릉 암봉이 짜잔하고 나타난다. 우둘투둘한 슬
랩을 매인 밧줄 잡고 내렸다가 밧줄 잡고 오른다. 딴 세상이 펼쳐진다. 연풍을 둘러싼 조령산
신선봉 치마바위봉 마역봉 신선봉 연어봉이 제일선이고 그 뒤로 뭇 산봉우리가 기치창검으
로 무수히 솟았다.
여기서부터 괴산(槐山)의 괴산(怪山)들이 이어진다. 거의 수직인 절벽을 손맛 느낄 겨를 없이
밧줄 잡고 내린다. 강산골 고개. 갑자기 기성으로 소란스럽다. 은티마을에서 우리가 산행 시
작할 때 대형버스에서 내리던 캠프산악회가 강산골로 왔다. 대부대다. 그들의 걸음으로 느릿
느릿 따라간다. 밧줄 달린 암릉에서는 아예 정체다. 외길이라 섣불리 제칠 수도 없다. 아아,
악희봉까지 그런다.
675m봉 넘어 암봉 돌았다가 그 다음 암릉은 왼쪽 사면으로 우회로가 있지만 직등한다. 크랙
이 나온다. 바로 왼쪽 옆으로 노송의 가지를 사다리로 삼아 오르는 수도 있다. 크랙으로 오른
다. 먼저 오른 캠프산악회 회원이 잡아주겠다며 손을 내민다. 혼자 해보겠다고 마다한다. 모
처럼 다신 손맛을 앗길 수야. 암벽에 양손바닥을 빨판으로 밀착하여 오른다.
‘UFO바위’라고 한다. 닮았다. 소나무 한 그루가 안테나로 자랐다. 조금 더 오르면 마분봉 정
상이다. 나무숲 두른 서너 평 공터 한가운데 표지석이 있다. 이정표에 지나온 암릉이 ‘마법의
성’이고 오른쪽은 종산으로 간다. 종산이라. 종 모양으로 생긴 산일까. 궁금증이 동하여 지도
를 샅샅이 살폈더니 북동쪽 말똥바위능선 끝자락에 있는 마을 이름이다.
2. 독말풀 꽃, 은티마을 입구 화단에서
3. 692m봉에서 조망
4. 신선봉, 오른쪽은 마역봉, 692m봉에서
5. 오른쪽부터 조령산 신선봉, 치마바위봉, 마역봉
▶ 악희봉(樂喜峰, 845m)
마분봉을 약간 벗어나면 악희봉 시루봉 덕가산이 한층 가까운 전망바위가 나온다. 밧줄 잡고
연속하여 암릉을 내린다. 지체와 정체를 반복하다보니 늘어지고 제풀에 지친다. 774m봉 내
린 안부는 ┼자 갈림길이다. 오른쪽은 악희봉의 고전의 들머리인 입석마을이고 왼쪽은 은티
마을로 간다. 하늘 가린 숲속길 가다가 아무 암반에나 올라 머리 내밀면 괴산 기암 감상하는
일류 전망대다.
백두대간 821m봉은 오른쪽 산허리로 우회하여 넘는다. 백두대간 마루금에 잠깐 발 담근다.
곧 Y자 갈림길이 나오고 오른쪽이 백두대간 벗어나 악희봉으로 간다. 악희봉은 백두대간 마
루금에서 320m 벗어나 있다. ┼자 방위표시만 보이는 삼각점이 등로에 묻혀 있다. 악희봉의
명물이라는 선바위(立岩)를 알현한다. 입석마을이란 이름이 이 바위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선바위는 하단부가 균열이 심하여 금방이라도 바스러질 것처럼 위태하다. 그런데도 캠프산
악회 한 뚱뚱한 회원은 여러 사람들이 보는 중에 선바위를 오르려고 아둥바둥 애쓴다. 몇 번
이나 말리자 충분히 오를 수 있지만 내릴 일이 겁난다며 씩씩거리며 물러난다.
악희봉 정상은 너른 암반으로 사방이 훤히 트인 천하제일의 조망처라고 할 수 있다. 첩첩산중
의 중심이다. 정상 표지석은 충북 표준인 헬기로 실어 온 오석의 표지석을 포함하여 2개다.
암반에는 수십 명이 모여 있다. 우리도 여기서 점심 도시락 편다. 한 술 뜨고 산천경개 바라보
곤 하여 어느새 밥통 빈 바닥 긁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악희봉 이름에는 의견이 분분하다. 국토지리정보원에는 이름을 짓지 않고 지형도에 다만
845m봉이라고 표기하고 있지만 충북도에서는 ‘악희봉(樂喜峰)’이라 한다. 사람들에 따라서는
악휘봉 또는 악후봉(岳後峰)이라고도 하는데, 악후봉은 인근 주민들이 입석골 너머 험한 암릉
뒤로 숨어 있다는 뜻으로 예로부터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월간 산, 1993년 5월호).
정작 악희봉 너머가 가경이다. 흙 쓸려 내린 긴 슬랩 내렸다가 대슬랩의 암벽을 오른다. 악희
봉 내릴 때는 눈 아래 평평하게 보이던 암벽이 은근히 경사졌다. 밧줄은 팔에 힘주어 잡지 말
고 중심축으로만 삼을 일이다. 바위 사이 자라는 노송이 굵기도 하다. 암봉 내리는 길도 밧줄
잡고 내리게 가파르다.
6. 마분봉, 왼쪽 뒤는 악희봉
7. 넘어온 692m봉
8. 마분봉 ‘마법의 성’의 UFO 바위 있는 곳
9. 마분봉에서 조망
10. 앞에서부터 마분봉, 신선봉, 그 뒤로 월악산 영봉이 보인다
11. 악희봉 오르기 전 선바위, 캠프산악회 회원들
▶ 시루봉(866m), 칠보산(七寶山, 779m)
┼자 갈림길 안부 지나서 암릉은 소강상태다. 문득 아침에 은티마을로 오는 길옆의 더덕영농
조합이라고 쓴 창고를 본 것이 생각나서 등로 좌우의 완만한 풀숲 사면을 예의 주시하였으나
더덕은 없다. 애먼 어린 철쭉이나 꽃 진 큰까치수영을 건드린다. 822m봉 넘고 비슷한 표고의
잔봉우리 2개 더 넘어 시루봉 긴 오름이 이어진다.
시루봉. ┣자 능선 분기봉이다. 덕가산(德加山, 856.8m)은 오른쪽으로 910m 떨어져있다. 이
정표 거리는 편도 30분이다. 욕심 버린다. 덕가산은 가지 않으련다. 영희언니가 가져온 황도
통조림을 먹고 있는데 캠프산악회 남자 두 분이 온다. 황도 몇 조각 건네며 말을 걸었다. 어디
까지 가실 거며, 회원이 많이 왔느냐고. 칠보산으로 가서 쌍곡으로 하산할 거라며 대형버스가
다 찼단다.
캠프산악회의 늘어진 행렬로 미루어 우리가 보배산을 들려도 얼추 하산시간을 맞출 수 있겠
고, 대형버스에 동승하여 서울로 갈 수 있을까 탐색하였는데 글렀다. 오히려 덤터기 쓴다. 우
리는 보배산까지 간다고 하자 거기는 출입금지 구역이라며 걸리면 벌금 문다고 한다. 아니 무
슨 국립공원도 아니고 출입금지냐고 혼잣말하자 귀도 밝다 속리산국립공원이란다. 그렇다.
몰랐으면 좋았을 것을. 느닷없는 걱정거리가 생겼다. 보배산을 갈 것인가 말 것인가? 청석고
개에 감시원이 있으면 그 핑계로 하산하고 감시원이 없으면 간다 하고 마음 다진다. 시루봉
내리는 길이 불안하다. 펑퍼짐한 사면을 내리 쏟는 지세가 꼭 각연사 가는 골로 갈 것만 같다.
그래도 꾹 참고 등로 따른다. 곧 704m봉 통통한 능선으로 연결된다.
683m봉 내린 ┤자 갈림길 안부. 금줄을 넘는다. 우리가 여태 온 길이 출입금지 구역이었다.
칠보산 오르는 길. 잘 닦았다. 우러러 보는 곳곳의 암벽은 노송과 어울린 대폭 산수화다.
암벽을 왼쪽으로 크게 돌아 오르면 석순 숭숭한 749m봉이다. 백두대간 장성봉을 바라보며
목 추긴다. 살짝 내렸다가 데크계단 오르면 마당바위가 나오고 다시 한 피치 오르면 칠보산
정상이다.
암반에 서서 고개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돌리며 군자산 남군자산 제수리재 중대봉 대야산
막장봉 장성봉 구왕봉 희양산 백화산을 짚어낸다. 이산을 칠보산이게 한 사연이 무엇일까?
나대로 생각을 거듭하여 추측하였다. 기암괴석, 노송, 조망, 천정(天井, 암반 오목한 곳에 물
이 고여 있다), 낙조, 운해, 땀(오르느라 진땀 뺀다) 등등을 꼽아보았으나 순 어거지다.
김장호도 나와 같은 의문을 가졌는데 그는 상투적인 답을 내놓았다.
“그러나 마나 어째서 칠보산일까. 칠보란 물론 무량수경(無量壽經)에 나열된 금, 은, 유리, 파
리, 마노, 거거, 산호 가운데 파리와 산호가 법화경(法華經)에서는 진주와 매괴(玫瑰)로 대신
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쳐다보는 칠보산 정상부위가 각연사 스님들 눈에 화려하고 찬란한 법
열경(法悅境)에 든 그 칠보장엄(七寶莊嚴)으로 비쳤을지 모를 일이다.”(월간 산, 1998년 6월
호, ‘명산의 유적을 찾아서’)
중절모바위 지나 본격적으로 내리는 등로는 사면 헤집으며 빙빙 돌아도 얌전히 그에 따른다.
곳곳 전망대 아래는 다 절벽이다. ┤자 갈림길 안부. 청석고개다. 왼쪽은 떡바위골로 쌍곡으
로 내리고, 직진은 보배산 가는 길로 흐릿하다. 금줄 치고 출입금지 안내판(출입하다 걸리면
50만원 벌금 문다는) 세웠다. 감시초소나 감시원은 없다. 간다. 금줄 넘는다.
12. 악희봉 후위봉 대슬랩
13. 악희봉 후위봉
14. 악희봉 후위봉, 영희언니
15. 악희봉 후위봉 사면
▶ 보배산(寶賠山, 777m)
이제는 날머리에 있을지도 모를 감시원을 경계하는 일이 남았다. 한갓진 숲속 길을 간다. 오
후 들어 산들 불던 바람도 멎었다. 덥다. 속옷이 땀으로 젖고 마르기가 몇 번이던가. 다시 젖
는다. 653m봉은 오른쪽으로 우회로(?)가 보이지만 지능선으로 빠지는 길일지도 몰라 직등한
다. 암릉 내렸더니 우회로가 앞서간다.
거대한 암벽을 오른쪽으로 돌아 오른 689m봉은 조망이 빼어나다. 칠보산과 악희봉의 지능선
줄기를 넘고 넘어 우뚝한 대야산과 중대봉이 하늘금이다. 야트막한 봉우리 올랐다가 뚝 떨어
지고 바닥 친 안부에서 오늘의 하이라이트 격인 가파른 슬랩을 오른다. 고정밧줄이 매여 있
다. 비록 출입금지구역이지만 안전을 염려한 것. 긴다.
슬랩은 밧줄 말고도 나무뿌리 돌부리 홀더가 충분하다. 가쁜 숨 고르려 기어오르다 멈추면 모
자챙에서 떨어지는 땀방울로 바위에 구멍이 날 지경이다. 더 오를 수 없도록 고도를 높였는데
도 보배산 정상은 아직 멀었다. 돌길을 한참 간다. 보배산 정상은 허름하다. 충북 표준인 오석
의 표지석이 있고 그 뒤 바위 위에 조그마한 돌탑이 있다. 쌍곡계곡 서당말 쪽으로 조망이 뚫
렸다. 관찰될라 머리만 슬쩍 들이밀어 내려다본다.
하산. 정상 표지석 기단에 서당말이 1.6㎞라고 했다. 오른 짝수 그대로 급하게 떨어진다. 등로
는 빗물로 패여 울퉁불퉁 사납다. 등로는 마루금이 암릉인지 오른쪽 사면으로 비켜간다. 울창
한 낙엽송 숲 나오고 ┤자 갈림길 안부. 도마재다. 직진 하여 545m봉 가는 길이 오지로 보이
지만 미련 없이 왼쪽으로 빠진다. 완만한 숲속 길이다.
‘아침노을 저녁비’가 딱 들어맞는다. 아침에 집 나설 때 예봉산 위로 노을이 참으로 장려했다.
숲이 부산하더니 비 뿌리기 시작한다. 시원하다. 배낭커버 씌운다. 잡석 깔린 길 지나 너덜 길
을 간다. 꽤 길다. 더러 계곡 너덜로 들었다가 사면으로 돌 때 등로 분간하여 벗어난다. 서당
말이 가까워지고 알탕할 장소를 찾는다. 지계곡은 물이 찔찔 흘러 발등 적시기도 어렵다.
쌍곡 서당말. 감시초소나 감시원, 출입금지 표지도 보이지 않는다. 괜히 얼었다. 마을주민에
게 물어 쌍곡계곡으로 간다. 비는 멎었다. 빈 정자 아래 계류다. 수온은 알맞다. 맨살 싸안는
물살이 부드럽다. 돌베개하고 물속에 큰 대자로 누워 먼 산 위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본다. 이
윽고 나도 흐른다.
서울 가는 길. 수퍼와 민박집을 경영하는 사장님에게 의논하니 괴산 가는 버스는 19시가 막
차로 방금 끊겼고 괴산의 택시를 불러야 한단다. 괴산에서 동서울 가는 막차는 19시 55분이
다. 지금 시각 19시 14분. 택시를 부르더라도 오고가고 제시간에 대기 어렵다. 마침 사장님이
괴산 성당으로 예배 보러 갈 시간이라고 한다. 그 승용차에 편승하기로 한다. 요금 18,000원
(20,000원인데 캔맥주 1개 값 2,000원을 사양하였다). 여느 때 괴강교에서부터의 정체가 오늘
은 뻥 뚫렸다.
버스 뒷자리에 널찍하게 앉아 매실주 2병을 조제하여 터미널 근처 순대집에서 사온 따끈한
순대를 안주로 옥지갑 님과 균등히 분음하며 언담은 방자히 우리나라 온산을 헤집는다. 앞좌
석 영희언니는 구운 오징어 잘근대다 졸고.
16. 칠보산 가는 길
17. 보배산 중턱
18. 군자락 자락, 보배산에서
19. 앞의 뾰쪽한 봉우리는 각연사 뒤에 있는 678.3m봉
첫댓글 "문설주에 기댄 채 목젖 보이게 입 벌려 삶은 옥수수 뜯는 음식점 아주머니의 멀뚱한 눈길을 뒤로 하고"
"맨살 싸안는 물살이 부드럽다. 돌베개하고 물속에 큰 대자로 누워 먼 산 위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본다. 이윽고 나도 흐른다."
"버스 뒷자리에 널찍하게 앉아 매실주 2병을 조제하여 ...분음하며 언담은 방자히 우리나라 온산을 헤집는다. 앞좌석 영희언니는 구운 오징어 잘근대다 졸고."
어쩐지 정조가 안빈낙도, 목월의 윤사월 분위기입니다.
飯疏食飮水 曲肱而枕之 樂亦在其中 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
"송화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산지기 외딴집 눈먼 처녀사 /문설주에 기대이고 엿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