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이 더 좋아 / 보리
코끼리 아저씨가 신발 보따리를 매고 숲속 마을로 신발을 팔러 왔다.
“신발 사세요. 예쁘고 튼튼한 신발 사세요.”
“누가 시끄럽게 떠드는 거야.”
“아, 구렁이구나. 고운 신발이 있는데 골라 볼래?”
“에이, 난 발이 없어요. 난 배에 있는 비늘을 세워서 기어 다녀요.”
구렁이가 수풀 속으로 스르륵 들어가 버리자 코끼리는 머리를 긁적였다.
코끼리는 옆에서 줄을 치고 있는 거미에게 다가갔다.
“거미야, 안녕? 예쁜 신발 사렴”
“신발을 신으면 거미줄에 들러붙잖아요. 우리는 줄에 안 들러붙게 발에 기름을 치거든요.”
누구한테 신발을 팔지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딱딱딱딱... 딱따구리가 참나무에 구멍을 내는 소리가 숲속에 울려 퍼졌다.
딱따구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거친 나무를 오르내리니까 신발이 필요할 거라 생각해서
얼른 다가가 신발을 사라고 했다.
“신발을 신으면 미끄러지잖아요. 우리는 발톱으로 나무에 매달려야 하거든요.”
힘이 빠진 코끼리 아저씨가 중얼거리고 있을 때 어디선가 ‘쉭’하고 바람 소리가 났다.
“아저씨, 신발 한 켤레 주세요. 못생긴 내 발을 숨길 수 있게요.”
코끼리 아저씨가 얼른 꽃신을 집어 주며 콧노래를 불렀지만 매는 금방 되돌아왔다.
“신발을 신었더니 발톱으로 들쥐를 움켜잡을 수가 없잖아요.”
매가 꽃신을 되돌려주고 날아가 버려 코끼리 아저씨가 울상이 되었다.
그 때 돌부리에 발을 다친 고양이가 다리를 절뚝거리며 나타나자 맨발 때문이라 생각하여
얼른 신발 한 켤레를 내주었지만 코끼리는 실망하고 말았다.
“아유, 신발 소리에 쥐들이 달아나잖아요. 난 발톱을 숨기고 다니거든요.”
그때 파리가 앵앵거리면서 날아왔다.
“아무도 신발을 안 사. 참, 넌 신발이 필요 없니?”
하지만 파리는 자신이 신발을 살 수 없는 이유를 말하며 포릉 날아가다 되돌아와서 말했다.
“아저씨, 그럼 말 아저씨에게 가 보세요. 말 아저씨에겐 꼭 팔 수 있을 거예요.”
코끼리 아저씨는 부리나케 말에게 달려가자 발톱이 아파 괴로워하던 말은
반가워서 어쩔 줄을 몰랐다.
“아이고, 고마운 코끼리 아저씨, 마침 잘 오셨어요. 얼른 저에게 튼튼한
신발을 두 켤레 주세요.”
“예쁜 신, 편한 신, 꽃신, 샌들, 슬리퍼...... 얼마든지 골라 보세요.”
“저는 예쁜 신발이 필요 없어요. 튼튼한 말굽쇠 신발이 제일 편해요.”
말이 시커멓고 무거운 쇠 신발을 골라 신으며 싱글벙글 웃자 코끼리도 멋쩍게
씨익 웃었다.
첫댓글 ㅎㅎ ~잘읽었습니다 🤩
맨발로 살수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양말신고 구두신고 발이 불쌍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