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가 신종 코로나로 인한 '자가 격리' 조치를 9일 해제했다. 러시아도 '생활속 방역' 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코로나가 바꿔놓은 삶의 방식과 언택트(비대면) 온라인 비즈니스 전환 흐름을 거스리지 않고 현대기아자동차가 러시아 시장을 계속 지켜나갈 수 있을까? 전통적인 생활편의 상품의 대표격인 자동차를 생산, 판매하는 현대기아차에게는 위기이자 기회이지 않을까?
현대기아차는 우여곡절도 없지 않았지만, 그동안 러시아 시장에서 승승장구해왔다. 현대차 러시아법인은 올 하반기에 10년 이상 입주해온 '노던 타워 비즈니스 센터'를 떠나 모스크바의 랜드마크로 떠오른 '오코 비즈니스센터'로 확장 이전할 계획이다. 또 전통적인 차량 판매 시스템에 '온라인 플랫폼'을 접목하고, 21세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인 자동차 공유사업을 더욱 확장하는 등 재도약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 사태는 일단 현대기아차의 도약에 제동을 건 느낌이다. 러시아 전국민이 지난 3월 말부터 거의 2개월간 '자가 격리'및 '통행 허가' 조치에 묶이면서 자동차 판매가 우선 꼬꾸라졌다. 소위 '검은 4월'을 지나 5월엔 자동차 판매가 가파른 회복세를 보였다지만, 전년 동기 절반 수준(유럽비즈니스협회 발표, 현대차 판매 대수 6천477대)을 밑돌았다. 기아차도 8천대 판매에 그쳐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0%가까이 줄었다.
그나마 현대차의 5월 판매를 이끈 것은 전체 판매량의 65%를 차지한 SUV 라인였다. 최근에는 SUV 라인 판매에도 마가 끼었다. 크레타와 함께 SUV의 대표적인 모델인 싼타페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운행 중에 잇따라 화재가 발생하면서 브랜드에 대한 타격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상트페테르부르크 소방대는 지난 3일 저녁 블라고다트나야 도로를 달리던 현대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 40분만에 진화했다. 하지만 차량 엔진룸은 전소됐다. 불이난 차량은 '현대 브랜드'라고만 보도됐는데, 산타페 차량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에서도 비슷한 화재사건이 발생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경찰 당국은 차량 화재의 원인을 조사 중이다.
이번 사고들은 싼타페의 안전성 논란은 현지에서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0년 출시된 산타페는 국내외에서 490만대 이상 팔린 인기 모델이지만, 화재 위험이 발견돼 국내외에서 리콜 조치된 바 있다.
거듭된 악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시장을 지키려는 현대기아차의 노력은 다양하게 진행중이다. 우선 판매 모델을 더욱 확충한다. 기아차가 SUV 라인의 X씨드 차종을 러시아 시장에 도입한 게 대표적이다. 기아차는 이달부터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에서 X씨드를 조립, 출시했다. X씨드는 유럽 전략형 모델이다.
현대기아차는 또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언택트' 판매 전략을 더욱 강화해 어려운 국면을 헤쳐나간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유명무실한 온라인 자동차 판매 플랫폼을 확대했다. 기아차도 최근 범유럽 온라인 판매 서비스를 개발하기로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는 다른 상품과 달리 100% 언택트로 처리할 수는 없지만, 신종 코로나 사태로 온라인 비중을 늘릴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현대차의 '히든 카드'는 역시 차량 공유사업인 '현대 모빌리티' 다. 지난해 시작한 '현대 모빌리티' 사업을 기존의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외에 △니즈니노브고로드 △카잔 △로스토프 온 돈 △크라스노다르 △소치 △심페로폴 등 지방으로 확대했다. 대리점 네트워크도 모두 29개로 늘어났다. 이중 크라스노다르, 로스토프 온 돈, 소치 등은 러시아 내에서도 유명 관광지로 꼽히는 곳이다. 관광객 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 모빌리티는 또 모바일 앱을 이용한 새로운 예약과 결제 시스템을 선보였다. 이 앱을 이용하면 최대 30일전에 희망 차량을 예약하고 알림을 받을 수 있으며, 마일리지 옵션 지정까지 가능하다.
차량 공유서비스와 함께 미래 자동차 산업을 이끌 것으로 보이는 자율주행차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현대모비스는 러시아 최대 IT기업 얀덱스(Yandex)가 손잡고 개발한 4세대(레벨 4) 자율주행차를 지난 2일 공개됐다. 4세대 차량은 기존의 3세대 차량에 카메라 3대를 추가로 정착하는 등 자동 감지 범위를 더욱 넓혔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3월 얀덱스와 자율주행차 공동 개발에 들어가 그해 7월 쏘나타를 기반으로 한 프로토타입 차량이 공개했고, 모스크바에서 시험 주행을 성공리에 마쳤다. 얀덱스는 러시아 이노폴리스에서 도요타 프리우스를 개조해 100대 규모로 운영하고 있는 '로보 택시'(자율주행 택시)에 쏘나타 자율주행차도 합류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또 로보택시 프로그램을 미국 미시간에서도 시험 운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