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행시 많이 이용하는 숙박 예약 사이트 '부킹닷컴'이 러시아에서 반독점법을 위반한 혐의로 시정 명령을 받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연방반독점청(FAS)은 21일 "부킹닷컴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러시아의 호텔과 호스텔 등 숙박시설에 불리한 계약 조건을 부과했다"며 시정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에서 발생한 연매출의 1∼15%에 해당하는 규모의 과징금을 부킹닷컴에 부과할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호텔에 대한 부당한 조건을 요구한 부킹닷컴에 (공정거래 위반) 혐의 인정/얀덱스 캡처
러시아 반독점청(FAS)/출처:오포라 러시아
FAS는 부킹닷컴이 그동안 계약 숙박시설들에게 다른 경쟁사 사이트나 판매 채널을 통해 더 낮을 가격으로 판매할 수 없도록 규정한 계약 등을 시정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부킹닷컴에 등록된 러시아 전역의 '한국 호스텔'도 시장 상황에 따라 보다 자유롭게 가격을 책정할 수 있을 전망이다.
러시아 여행자들이 사전에 인터넷에서 열심히 발품을 팔 경우, 보다 싼 가격으로 숙박시설예약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FAS는 중소호텔과 호스텔 등이 가입한 전러시아 중소기업 지원 조직인 '러시아의 지원' (Опора России) 측의 고발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부킹닷컴의 공정거래 위반 혐의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지난 9월에는 중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두번째 개선 권고를 내리기도 했다. '러시아 지원'은 자체 홈페이지에 FAS의 부킹닷컴 결정문을 크게 실었다.
부킹닷컴 앱과 인터넷 홈페이지/캡처
러시아에서 부킹닷컴의 시장 지배력은 확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관광객이 많이 몰렸던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의 일부 대형 호스텔은 '부킹닷컴 전용 계약 업체'라는 문구를 내걸고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부킹닷컴은 모회사 '부킹 홀딩스'가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되어 있을 만큼 러시아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고 있다.
부킹닷컴은 "무료 광고및 홍보를 원하는 러시아 호텔들을 위해 콘텐츠 번역과 광고 프로모션, 고객 지원 서비스 등을 전세계 44개 언어로 제공해 왔다"며 "FAS의 이번 결정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다른 경쟁 사이트에서도 부킹닷컴과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게 공정하다는 주장이지만, FAS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