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이 물음을 두고 많은 이들이 고뇌했고, 우리 또한 살아가면서 끝없이 물어야 할 의문이기도 하다. 철학적으로 깊이 들어가지 않고 간단히 생각한다면 조상에게서 받은 생을 자손에게 전해주는 것을 반복하며 수천년 동안 대를 이어온 것이 삶이고 역사이다. 조상으로부터 받은 내 유전자가 고스란히 자식에게 전해져 그들의 삶으로 다시 나타난다.
조상들은 4대가 선한 일을 쌓고 덕을 베풀어야 대대로 복을 누릴 수 있다고 여겼다. 그랬기에 하늘과 땅과 조상님에게 제사를 올리며 풍년과 건강 그리고 복을 빌었다. 부모님에 효도하고, 어른을 공경하며, 이웃을 사랑하는 도리인 바른 생각, 바른 말, 양심에 따른 행동을 자손들에게 가르쳐 왔다. 훌륭한 자손을 얻는 것은 백년지대계라 여기며 온 힘을 기울였다.
건강한 삶의 출발 잉태천지신명의 조화로 조상이 점지하여 부여받은 새 생명체는 어머니의 태반에서 열 달을 보내고 세상의 빛을 본다. 따라서 우리가 삶을 부여받는 첫 순간부터 제대로 되어야 건강한 일생을 살아갈 수 있다. 조상들은 건강한 아이를 갖기 위해 마음가짐을 바로 하고 정화수를 떠놓고 간절히 빌었다. 모든 삿된 것들을 멀리하고 오직 한마음으로 정성을 모아 기도하였다. 잉태에서 어른이 되기까지 온갖 노력을 다하여 바른 사람으로 키워내고자 하였다.
그런데 오늘날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낳는 순간부터 각종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다. 비만, 우울증, 자폐, 아토피가 늘고 있으며 부적응과 과잉행동장애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자연출산보다 흡입분만, 유도분만, 개복출산(제왕절개) 등이 광범위하게 행해졌고, 분유와 깡통이유식, 가공식품을 먹고 자란 탓에 아이들은 소아암, 소아당뇨, 소아비만이라는 병주머니를 달고 살게 되었다.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어 나면서부터 병마에 시달리는가? 그것은 전통이 끊어진데서 온 지혜롭지 못한 출산과 건강하지 못한 부모의 몸 상태로부터 비롯된다.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서는 잉태, 태교부터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래야 건강한 가정을 이루고, 나아가 건강한 사회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일생을 좌우하는 태교조상들은 아이를 낳고 기르는데 있어 잉태의 순간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태교신기>에서는 "스승이 십년을 잘 가르쳐도 어미가 열 달 동안 뱃속에서 잘 가르침만 못하고, 어미가 열 달을 뱃속에서 잘 가르쳐도 하룻밤 합방할 때 아비의 바른 마음가짐만 못하다"고 하며 잉태한 날 부모의 몸과 마음 상태에 따라 아이의 일생이 좌우된다고 보았다.
잉태란, 정자와 난자가 수정되어 23쌍(46개)의 염색체가 부모로부터 절반씩 선택되어 새 생명을 만들어내는 수정의 순간이다. 잉태의 순간은 독립된 개성을 가진 태아가 온전한 사람으로 태어나기 위해 몸과 마음의 얼개를 짜는 모든 유전 형질이 결정되는 때이므로 어느 순간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조상들은 부부 합방을 할 때도 좋은 날을 잡고 몸가짐을 바로 하도록 하였다.
택일이 되면 7~10일 전부터 별거를 시작한다. 남자는 사랑에서 할아버지, 아버지, 삼촌들로부터 아이를 잘 낳는 비방과 금기 등에 대해 가르침을 받고 '거풍'(알몸으로 태양의 기를 받는 것) 등 수련을 하며 근신한다. 여자는 안채에서 시부모 등 어른에게 교육을 받으며, '달힘받기' 등 수련을 하며 기도, 근신, 금기사항 지키기 등을 한다. 특히 귀숙일이라는 씨내리는 날을 외웠는데, 오행의 기가 왕성한 봄에는 갑일과 을일, 여름에는 병일과 정일, 가을에는 경일과 신일, 겨울에는 임일과 계일이 해당된다.
합방은 중력이 뭉치고 양기가 올라오며, 남녀의 기가 넘치는 새벽 3시 이후로 하며, 천둥, 번개, 폭우 등 일기가 고르지 않을 때는 삼간다. 남녀 모두 합방 뒤에 찬물로 씻었는데, 이는 확장된 혈관을 수축시켜 혈액을 순환시키고 재충전하여 정기를 보전하기 위함이다.
잉태의 조건, 깨끗한 몸과 마음의 평화생명은 우주의 별로부터 내려온다고 한다. 좌보성(左輔星)과 우필성(右弼星), 북두칠성 등 아홉별이 보내주는 우주의 에너지로 생명이 탄생하게 되는 이치를 알고 그 의미를 되새겨보아야 한다. 그리고 남자는 건강한 정자를 만들기 위해, 여자는 독소 제거 및 건강한 난자 유지와 기형아 예방을 위해 바른생활건강법을 행한다. 명상을 통해 잡념을 없애고 마음의 평화를 찾는다. 원하는 자녀 상을 떠올려보고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한다.
합방 7~10일 전부터 반드시 술,담배 등을 멀리하고 분별없는 생활을 접고 금욕생활을 한다. 잉태 장소는 자연과 가까운 곳, 자좌오향의 아늑한 보금자리 터로 좋은 기운이 넘치는 곳을 택해야 한다. 부부사이에 화목한 대화를 통해 가정을 안정시키고, 악한 짓을 하지 말며, 책을 읽거나, 음악 감상을 통해 마음을 가라앉힌다.
조상들은 친가의 근친혼을 막기 위해 동성동본을 피하였고, 외가의 근친혼을 막기 위해 월삼성(越三姓)하였으며, 같은 환경, 비슷한 체질의 혼인을 멀리 하는 등 좋은 자녀를 얻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하였다.
/장두석 한민족생활문화연구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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