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노래가 젊은 연인의 애틋한 사연이 깃들어있는 뉴질랜드판 로미오와 줄리엣!
사연인 즉, 오래 전 뉴질랜드의 원주민인 마오리족 가운데 서로 힘겨루기가 한창이어서
맨날 배타고 왔다갔다 하면서 치고박고 싸움만 하던 두 부족이 있었대요.
그 웬수집안의 총각 처녀가 서로 눈이 맞아서 은밀히 카누를 저어 오가며 밀회를 해오다가
결국 들켜서 총각 처녀가 죽을 고비를 넘기고, 그 사랑 앞에 감동한 두 부족은
서로 화해했다는.. 어찌 보면 뻔할 뻔자로 시작하고 끝나는 사랑얘깁니다.
이 러브 스토리가 로미오와 줄리엣하고 하나 다른 건,
결국 그들은 집안에서 서로의 사랑을 인정받고,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잘살았다는 해피 엔딩이라는 거죠.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이 러브 스토리에 하나 애틋한 고려사항이 있지요.
그것은 그들의 연애가 다름아닌 `바다`를 건너서 이뤄져야 했다는 겁니다.
각각 다른 두 섬에 살면서, 그것도 앙숙관계인 두 집안사람의 눈길을 피해서
데이트 한 번 하려면 한 밤중에 죽어라고 카누를 저어 바다를 건너야 했겠죠.
바다가 거친 날은, 그냥 멍하니 혼자 파도가 밀어닥치는 밤 바닷가에 앉아
상대편의 섬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 한 줄기에서나마 그 사랑의 체취를 느껴서
그리움을 달래보려고 몸부림쳤을 그 젊은 영혼들...
원래 인간은 하지 마라마라 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 것이
선악과를 따먹었던 아담과 이브 이래 인류에게 면면히 이어져 온 본능 내지 전통인 것 같습니다.
모든 자연이 그렇겠지만, 바다 만큼이나 인간의 의지를 초월하는 자연이 또 있을까요?
그 위대한 바다의 헤꼬지를 거부해 가면서 죽을 각오로 이뤄낸 로맨스라는 게 애틋하단 겁니다.
두 섬의 족장들이 지팡이 짚고 불호령으로 내렸던 헤꼬지 정도야 새발의 피겠죠.
만일 그 총각처녀가 오래전부터 바로 이웃집 살면서 커왔다면, 그런 모험은 안했겠죠.
`동경`, 손뻗어 닿지않는 바다 멀리에 그 이가 있어 동경을 가질 수 있었으며
또 하지마라마라했던 부족의 금기가 있었기에 비로소 그 총각처녀가 품었던
상대에 대한 갈증이 더욱 증폭될 수 있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비바람이 치던 바다... 하는 내용의 우리말 가사는, 비록 번안가요지만
마오리족 총각처녀가 거친 바다를 사이에 두고 이뤄낸 그 로맨스를 그런대로 잘 반영한 것 같습니다.
해서, 이 노래는 특히 여름 바닷가 캠프 화이어 때 부르면 더 그럴듯 했죠.
포카레카레 아나 나와이요 로토루아
위티아루 코헤히요 마리오 안나에
에히네에 호키마이라,
기마테아하우이 테아로하에
에히네에 호키마이라,
기마테아하우이 테아로하에
참고로, 한낱 섬나라의 전통민요에 불과한 이노래가 최근 들어 세계적으로 힛트하게 된 것은
`뉴질랜드의 보석`이라는 소프라노-"키리 데 카나와" 덕분이라는군요. (우리나라의 조수미와 같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소프라노 가수인데 찰스 황태자와 다이애나의 결혼식때 축가를 부르고
영국왕실로부터 기사와 동격인 칭호로 대접받는 뉴질랜드 출신의 국보급 여가수랍니다.
다름아니라 키리 테 카나와는 아버지가 마오리족이었다는군요
그래서 `마오리 송`이라는 마오리 전통민요의 앨범을 내놨고, 이 노래는 그 앨범에 수록돼 있는 거랍니다.
(연가 말고도, 윤형주가 불렀던 `우리들의 이야기`도 마오리족의 전통민요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