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가보았다
바다에 가보았다
바다는 언제나 그 모습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육중한 거인이 거기 있었다
잘 보여야 살 수있겠다 싶었다
거인이 원하는건
내가 할수 있는 거라곤
모든걸 버리고
내 환한 얼굴 그것으로
꽃을 바치는 것 뿐이었다
꽤 괜찮은 사람
이렇게 진실한 볕이
부시게 내려 앉는 날이면
오랜 친구 삼아 붙들고 앉아
툭터놓고 얘기해 본다
별거 없는데
별거 아닌데
푸르기만 하면 되는데
처음도
끝도
아무 것도 아닌 것을
쥐지 말고 놓아 버리면 정말 괜찮은데
삶은 이대로 진실이고 완벽하다 하는데
나도 이대로 꽤 괜찮은 사람인데
어느 타일공과 가을 볕
타일 컷팅 먼지 가루가
가을 바람에
전장터 화약 연기 처럼 핀다
종일 붙이고 채울
빈 공간에 쓸쓸히 날리누나
수직 따라간 한 세월
수평 따라간 한 세상
먹고 사는 일 만큼
아름다운 일이 또 어디 있으랴
생을 붙이고
삶을 채운 충만한 공간은
가을 볕에 청타일로 빛나누나
내 우주가
꺼지기 전에는
컷팅날이 마음 먹은대로 돌아야한다
꽉잡은 전동 손잡이가 해까워서
정신일도 요중선에
먼지도 사뿐히 날리누나
백주의 어떤 일상
늦여름에 지친
바람 머물고 간
뒷뜰 마른 마당에
햇볕은
고요를 데리고 와서는
열반과 생사가
다르지 않다며
한 법문 풀어 놓는다
매미 소리는 남은 여름의 허공을
하늘 높이 가르되 분별 없이 가르고
산달이 머지 않은 밤나무는
벅찬 희망에 볕을 불러
한 웅큼이라도 더 쪼이고 있고
바삐 살아온 강아지풀은
무슨 끝을 보았든
살아온 지난날에 족히 원만하여
고개를 숙인다
감나무도 야위어 갑니다 아버지
늦가을 어둑한 들판에서
내 아버지와 함께 땀 마르고
쉰내 나게 일해서 깜깜해 오던 저녁
밤 하늘 잔별들이
쏟아져 내려왔습니다
그때 그 들판에 내려온
별들도 까마득히 잊어버린
아버지와 함께한 하나된 시간들
푸른별이 되어 반짝이던 추억들은
못난 세월에 씻겨 희미해졌습니다
움켜진 모레알이 되어
다 빠져 나가고 몇 알 남지 않았습니다
간이역 같이 서럽습니다
희미하게 남은거 얼마 안 되어
죄송합니다 아버지
이런게 인생인가요
하지만
제 가슴 안에서 언제나 사랑합니다 아버지
그리움에 숨이 헉헉 막힙니다
아버지 안 계신 지금
그 들판 밤하늘엔
잔별들 내려 오지 않습니다
개 짖는 소리 들리지 않습니다
감나무도 야위어 갑니다 아버지
카페 게시글
조선시 원고방
이원경 시 5편 올립니다
하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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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3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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