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개요
- 언 제 : 2022. 6. 22(화)
- 누 가 : ‘그그들’회원 4명
- 어 디 : 유구색동공원 / 충남 공주시 유구읍 소재
- 날 씨 : 맑음
나들이여정(앨범)
공주 유구
춘분(春分) 때 계획했던 유구나들이를 하지(夏至)가 되어서야 실행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그간 흘려버린 세월은 어쩜 살아온 게 아니라 견뎌왔다고 해야 맞을 겁니다.
모처럼 유구(悠久)한 섬유역사를 품은 마을, 공주 '유구(維鳩)'로 나들이 갑니다.
옛날 동남아 해상왕국으로 '오키나와'라 불리던 일본의 '유구(琉球)'와 동명인데요, 그 유구국과는 전혀 다릅니다. ㅎ
해마다 유구섬유축제가 열릴 정도로 섬유직물의 본고장이라는데요, 비둘기 '구(鳩)'자를 쓰는 것도 특이합니다.
애창곡 '울고 넘는 박달재' 노래가사에 '물 항라'가 등장하는데, 명주나 무명실 등으로 짠 여름옷감을 ‘항라(亢羅)‘라 부릅니다.
그 물들인 직조가 유명했던 곳이 공주 유구읍입니다.
원조마을답게 볼거리가 많다는데, 유구섬유역사전시관을 비롯하여 수국정원까지 둘러봐야겠네요.
솥뚜껑 메기매운탕
아귀찜으로 입소문이 파다했던 '옛날'집에서 점심을 먹으려했더니, 사곡에 있는 ’솥뚜껑 메기매운탕‘집으로 가잡니다.
마곡사 가는 길 냇가 가장자리에 솥뚜껑 매운탕집이 있습니다.
예전에 축사였다는데, 지금은 엄청 큰 식당으로 변했습니다.
맛 좋다고 소문났다지만, 허허벌판을 어찌 알고 찾아오는지 이른 시간인데도 손님이 꽉 찼습니다.
순식간에 줄을 서는군요.
독특하게 솥뚜껑에서 끓여내는 메기매운탕이 압도적 비주얼을 자랑합니다.
특허까지 냈다는군요.
1인당 11,000원인데요, 담백한 맛과 쫄깃쫄깃한 식감이 묘하게 중독성이 있습니다.
평범한 시골식당인데, 정말 모자람이 없는 맛입니다!
밤 막걸리와 묵을 곁들여 오랜만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썩 친절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불친절하지도 않네요.
옥상에 커피숍이 있으나 그곳도 만원인지라 유구로... ㅋ
벽화마을
션한 커피로 속을 식히고는 벽화거리를 걸어봅니다.
1970년대부터 운영된 섬유공장을 중심으로 조성되어있답니다.
유구의 역사를 말해주는 주름진 할머니가 실을 꿰는 모습과 부드럽게 베 짜는 여성모습이 그려진 수채화 같은 벽화들입니다.
입체적인 소파모형의 타일에 잠시 앉아도 봅니다.
날씨가 더워서인지 사람들이 별로 보이질 않습니다.
벽에 쓰인 '금수만당로(錦繡滿堂路)'란 글귀가 눈에 들어옵니다.
'비단 위에 수를 놓은 듯 모든 것이 꽉 차고 만족스럽다'란 의미인데요, 2014년도에 지역사회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유구문화예술마을 만들기 프로젝트였다죠.
한때 섬유도시를 대표했던 유구(維鳩)는 잊고 있었던 섬유역사를 감동으로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살아 돌아가는 공장의 기계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잊다, 있다. 잇다' -.
예전 축제 때의 표어가 새롭게 가슴으로 다가옵니다.
섬유역사전시관
우리나라 섬유도시하면 '대구'를 떠올렸는데, '유구(維鳩)'라니 약간 생소하죠.
색동옷을 입은 비둘기, 베틀에 앉아 베 짜는 공주, '고마'곰 손에 든 실 꾸러미 등 공주시를 상징하는 캐릭터들이 유구가 섬유의 고장임을 확인시켜줍니다.
다행히 ’유구섬유역사전시관‘의 문이 열려있네요.
입구에 있는 낡은 발동기가 옛 영화(榮華)를 대변하는 것 같습니다.
옛 섬유기계(수직기, 달랭이감기, 작태기, 해사기, 자카드 등)를 비롯하여 유구의 섬유역사 및 생활사 등을 살필 수 있습니다.
그 옛날 호황이던 시절 섬유공장에서 일했던 수많은 소녀들의 피곤함이 아릿하게 다가오는 듯합니다.
그때 그 소녀들은 지금 모두 어디에 있을까요?
'유구(維鳩)의 빛'이라는 시구(詩句)가 눈길을 끕니다.
[저 먼 달빛까지 풀어지는, 물 항라 저고리를 입은 사람들
바람은 하늘하늘 유구인견을 수놓고, 시간의 옷자락은 꽃송이로 피어나네.
이름 모를 새들의 헤진 옷자락도, 아름답게 꿰매주는 유구사람들
유구의 빛은 무명천으로 활짝 피어나, 아름다운 삶을 물들이네] ('이기인'/유구의 빛)
십승지 유구
전통시장과 맞닿아 있어 시장구경을 겸해 둘러보기 좋습니다.
공주시 '유구마곡'은 '정감록비결(鄭鑑錄秘訣)'에 나오는 십승지(十勝地) 중 하나입니다.
나라를 이끌어갈 왕조의 부침과 시대별로 환란시기를 예언하여 피난할 수 있는 가장 살기 좋은 곳 열 곳을 말합니다.
이곳 유구(維鳩)와 마곡(麻谷)사이 '유마양수지간(維麻兩水之間) 백리'도 그중 한곳인데, 삼재(三災/기근, 역병, 전란)와 팔난(八難/빈곤, 갈증, 추위, 더위, 물, 불, 칼, 병란)이 없는 곳이랍니다.
유구읍 마을마다 배산임수(背山臨水) 명당 터에 자리 잡지 않은 곳이 없다는데요, 그래서인지 이곳 농공단지에 자리한 '웅진'그룹도 발전을 거듭한다죠.
숱한 역경을 거쳤던 민초들에게 유구는 어쩌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 피난처였을 것입니다.
해방과 한국전쟁으로 월남한 피난민들이 찾아들어 직물생산에 뛰어들자 한때는 15,000명이 넘었답니다.
60년대 인조견 전성기일 때에는 종업원들이 3,500여명에 달해 삼천궁녀란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는군요.
유구삼천공녀(維鳩三千工女) -.
인견(人絹) 짜던 직물공장이 얼마나 번창했으면, 백제의 삼천궁녀를 빗댄 말이 생겼을까요.
예전엔 직물공장이 엄청 많았건만 이젠 조그마한 시골동네인데요, 그래도 추억의 그림들이 옛 정취를 끄집어 내줄 뿐입니다.
유구색동수국공원
’색동수국공원(水菊公園)‘을 찾았습니다.
유구읍민들이 유구다리에서 유마다리까지 이어지는 약 1km의 유구생태하천에 열정으로 조성했답니다.
색동비단 생산지인 유구읍을 상징하는 꽃으로 약 22종 16,000본 이상 심어졌다는데요, 중부권 수국 최대군락지랍니다.
관상용 식물로 그늘지고 습기가 많은 토양에서 잘 자란답니다.
6~7월경에 피는 꽃은 보통 초록색이지만, 분홍색이나 하늘색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지난 주말 축제는 끝났지만, 다양한 수국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축제가 끝나 조금은 한산하지만, 어쩜 호젓해서 더 좋네요.
수국종류가 이렇게 다양한 줄 몰랐습니다.
한 송이만으로도 아름다운 신부의 부케(Bouquet)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매직으로 테두리 선명하게 그려놓은 듯 꽃송이가 신비스런 느낌까지 풍기는데, 꽃모양이 이렇게 색다를 줄 미처 몰랐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수국이 있었다니... 그저 놀라움으로 감탄사 연발입니다.
아직도 덜 채워진 허전한 늙은이들의 마음 여백을 잔잔한 미소로 채웠습니다.
장마가 시작되기 전의 유구 색동수국정원 -, 참 잘 왔습니다.
에필로그
계룡산도자기예술마을을 거쳐 복귀하여 저녁식사까지 마칩니다. ㅋ
한껏 게을러진 심신에 죽비를 내리친 하루였습니다.
많이 산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적게 산 것도 아닌 나이들입니다.
아픔 속에서 참을 수 있었고, 슬픔 속에서도 웃을 수 있었던 건 날 사랑하는 사람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잊은 듯, 아니 버린 듯 살아온 세월이었습니다.
오늘 이글거리는 태양아래에서도 피고 싶었던 꽃잎의 보이지 않는 눈물을 보았습니다.
강물처럼 밀려오는 추억으로 눈가에 어리는 촉촉한 이슬은 그리움인가요? 아님 외로움인가요?
왠지 모를 허전함은 또 무엇인가요?
이렇게 하늘 푸른 날이면 조용히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봅니다.
그리고 풀잎 같은 시절의 하얀 구름이 되어 꿈을 꿉니다.
젊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폭삭 늙은 것도 아닌 나이입니다.
연분홍 가슴으로 시를 읽고 파초 잎 마음으로 음악을 듣노라면 노년에도 가슴에 꽃이 핍니다.
알록달록 그리움의 꽃이 핍니다.
수욜(6. 22) 아침에 갯바위가
첫댓글 갯바위님 덕분에 공주 유구의 섬유 역사전시관 및 전통시장과 한창인 수국공원을 잘 관람했네요..
여행기를 별도 간행하셔도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