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잔잔한 일본풍 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번에 개봉한 뷰티 인사이드는 참 인상 깊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내 기준으로 보면 일본 영화 냄새 참 많이 풍기더군요. 감독의 의도인지 아니면 일본 영활 좋아해서
자연스레 그렇게 연출이 됐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섬세하고 짜임새 있는 구성에서도 일본 영활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군요. 이미 영화는 리메이크 영화였더군요. 2013년이던가요, 칸광고제에서
그랑프리를 받은 동명의 작품을 리메이크했더군요. 난 또 우리의 창작이거나 백감독이 위촉받은 작품인가 했네요. 아쉽군요.
어디가 섬세하냐고요?
초장에 나이 어린 고등학생 우진이 아침에 일어나니 30 아니면 40대 초반의 배성우로
변해버렸잖아요. 멘탈붕괴로 아이가 엄마를 찾아가잖아요. 엄마는 그런 변한 우진을 보듬습니다. 사실 전연 딴 사람으로 변한 아들을 무지 빨리
인지하고 받아들인단 느낌이 있었거든요. 비현실적이란 생각이 팍팍 들었던 거죠. 그러나 웬걸요. 사실 엄마의 그런 빠른 현실 적응은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남편이, 그러니까 우진의 아버지가 이미 날마다 자고나면 외모가 변하는 사람이었던 거죠. 그래서 18살 아들의 늙어버린 외모도 쉽게
알아채고 포용이 됐던 겁니다.
리메이크가 아닌 우리 창작이었으면 단연 올해 최고의 영화였을 겁니다. 영화나 티비에서 보는 효주가
미인이긴 해도 내 개인으로 봐선 평소 그리 썩 끌리는 배우가 아니었는데 역시 볼 때만큼은 참 대단한 미인이긴 하네요.
한 마디로 기획의 영화입니다. 어떤 기획이냐면요, 매일 매일 새로운 외모로 살아야 하는 어떤
청년의 사랑을 그린 영화입니다. 자고나면 외모가 전혀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있는 거죠. 타고난 건 아니구요, 18살 이후 갑자기 그리
돼버렸답니다. 한데요 그 어떤 영화에서도 아직 매일 매일 외모가 바뀌는 인간을 그린 영화는 없었던 거 같습니다. 물론 이와 유사한 설정은
많습니다만 이렇게 '대책 없이' 변하진 않았거든요. 더 정확하게 말해 흑인도 됐다가 백인도 됐다가 아이가 됐다가 꼬부랑 할머니 할아버지도 됐다가
남자가 됐다가 여자도 됐다가 막 이렇습니다.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외모가 변하는 캐릭터를 영화에선 본 적이 없다는 거죠.
다행이도 곤충이나 동물로 변하진 않습니다. 이런 판국이니 주인공 김우진은 재야의 실력 쩌는
가구디자이너로 분해야 합니다. 주인공 우진이 불특정하게 변하는 모습을 극복하기 위한 필연적인 정도의 '쩐'이 실려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매일 벌어지는 갱생의 난국을 제대로 수습하고 대처하기가 힘이 들 겁니다. 그의 집은 모든 가능성에 대해 대처가 잘 돼 있더군요. 그의
집엔 다양한 사이즈의 신발, 안경, 의상, 화장품 등 아주 세세하고 다양한 종류의 생활용품들이 잘 구비돼 있었던 거죠.
비슷한 영화는 이런 겁니다. 탐행스의 빅, 첫 키스만 50번째, 빌머레이의 사랑의 블랙홀
등등..... 참 그리고 그레고리 잠자도 빼놓기 힘들군요. 이런 부조리한 여건에서 사랑까지 해야 하는 우리의 주인공, 인생이 빡센 이유입니다.
가구갤러리 매니저인 홍이수를 우진이 좋아하게 된 거죠. 둘은 나이뿐 아니라 성향이 아주 잘 맞는 사람이었습니다. 둘이 내면적 궁합도 그렇구요,
문화적 코드도 잘 맞습니다. 예를 들면 두 번째 데이트에서 우진의 집인가요? 오디오 세트에서 우진이 호세 라미레즈의 기타 곡을 트는데 이 곡이
마침 이수도 좋아하는 곡이었지 뭡니까. 이렇게 둘은 익숙한 연인처럼 잘 맞습니다.
그리고 또하나의 장점이라면요:영화들 보통 너무 재미에 치중한 나머지 극중 인물의 전문분야를 잘
드러내주지 않는 경우도 많거든요. 감독이 가구에 대해 공부를 제대로 한 느낌이 영화 곳곳에 묻어납니다. 원작 영화도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런
세밀한 것들의 조율이 영화를 살찌우는 기제기도 하지요. 난 그런 것들이 좋습니다.
다른 요소 배제하고 기획 하나로 영화를 만드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겠죠. 그러나 아시다시피 기획
하나 잘했다고 영화가 다 성공하는 건 아니죠. 이 영화도 그렇게 흥행대박을 친 영화는 아니지만 적어도 내겐 대박 영화네요.
그럼에도 아쉬운 게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인간의 외모는 전부는 아니지만 충분한 경쟁력 중
하나겠죠. 어쩌지 못하는 인간의 본능에 해당하죠. 잘 났다거나, 미인이다, 아름답다는 등의 말이 인권에 저촉되는 말이라더군요. 그런데 어쩌죠?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외모나 애인이 미인/미남이고자 할 걸요? 기왕이면 추남/추녀보다 미남/미녀도 살고 싶어하고 내 연인도 그러했으면 좋겠죠.
그래서 성형을 하고 몸을 가꿀 겁니다. 대체적으로 선을 보거나 애인을 만들 때 그런 사람부터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물론 외모가 아닌 다른 면을
보고 반려자를 찾는 경우도 많겠죠. 뿐 아니라 금전적으로 넉넉하게 살고 싶은 욕망을 누구나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좋은 곳을 보고 가며
향유하고자 하죠. 본능적으로. 영화도 그런 면으로 보면 제목과는 별개로 뷰티 아웃사이드였던 거죠. 주인공 우진도 그래요.
애초에 이수를 어떻게 만나죠? 우진은 매일 변한 모습으로 가구갤러리로 그녀를 찾아가지만 그녀는
마치 한 사람인양 변한 우진을 대하는 모습에서 '뻑이 가'죠. 남자로 하여금 참 진솔한 사람이란 느낌을 받게 합니다. 그러나 난 솔직히 그게
전부로 보진 않았습니다. 진솔한 사람이기도 해서 그랬겠지만 그녀가 대단히 미인이라서 혹했던 점도 무시 못 한다고 생각을 하죠.
그런데 우진은 아침에 일어난 모습이 아이이거나 할머니 할아버지면 연인 이수에게 잘 다가가지도
못합니다. 반면에 잘난 이진욱, 박서준, 이강준, 서강준으로 변하게 되면 우진은 누누이 어깨에 힘도 들어가면서 자신감이 넘칩니다. 게다가 우진이
이진욱으로 분할 땐 이수는 그와 잠자리까지 나누지 않습니까. 사실 나는 이게 '미'가 가진 힘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 세상에 이렇게 잘 난 남자가 있나 싶게 잘 생긴 남자인 것 같습니다. 얘는
자신이 잘 난 걸 또 알고 거기에 적화한 미소까지 만들어 애인을 반하게 하지요.
보통 이런 영화는 일생일대의 비밀을 끝까지 가져가요. 끝까지 가져갔다가 클라이맥스에서 제대로 한
방 먹이는 거죠. 그래야 시원하게 분출하게 되는 거죠. 그런데 영화는 아주 일찌감치 펑, 하고 터트려버립니다. 이수가 일하는 갤러리에
신입여직원으로 분하여 이수에게 '내가 우진이야' 해버렸던 겁니다. 이게 또 나름 신선했던 거죠.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본의 헤로인 우에노 주리가 우진 역으로 나오기까지 합니다. 깜짝
놀랐죠. 우에노 주리가 우리 영화에 나온다는 게 신기했어요. 게다가 한국말을 알아는 듣지만 한국말은 못하고 일어를 합니다.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게 또하나의 재미였습니다. 일어를 할 줄 아는 이수가 일어로 우진에게 묻자 우진으로 분한 우에노 주리는 알아듣지도 못합니다.
이건 머......
결국은 외면을 보지만 두 주인공의 내면도 역시 아름다웠다는 게 주제라면 주제일까요? 그래서 뷰티
인사이드였나요?
둘 다 보편 이상의 모럴리스트면서 적당히 지적이고 내면이 아름다운 사람이었습니다.
오리지널을 먼저 봤다면 과연 나는 이처럼 열광했을까요?
첫댓글 지금도 하고 있나요? 이걸 볼 것을 협녀를 보는바람에 남편과 영화 데이트 망쳤어요..ㅠㅜ
간판내렸어요ㅠㅜ 다운받아서 보셔도 되겟네요
우연히 다운받아 봤는데 나름 신선하더군요~~^^
그러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