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證言) - [28] 임규문(林奎汶) - 나의 지주되신 하나님 5. 죽을 고비를 넘긴 순회노정 - 3
17 북녘의 세찬 바람을 안고 뛰었다. 다리가 휘청거리니 몸의 중심을 잡기가 어려웠다. 읍내에 들어서니 인기척이 없고 개 짖는 소리만 들린다. 어렵게 전도 대원이 기거하는 집을 찾아갔으나 불이 켜져 있지 않고 자물통이 채워져 있었다.
18 할 수 없이 처마 밑에 주저앉아 하늘을 쳐다보고 있노라니 별빛마저 차가웠다. 아버지의 복귀섭리 역사의 발걸음도 이같이 외롭고 고통스러웠을 것을 생각하니 나의 입장을 초연히 넘어설 수가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망망하였다.
19 그렇다고 이렇게 밤을 새울 수도 없어서 도로 옆의 불빛을 따라가서 주인을 불렀다. 12시 통행금지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 잠자던 할머니가 나왔다. 우선 안으로 들어갔다. 그 집은 할머니 혼자서 풀빵을 구워 파는 구멍가게였다. 화로를 껴안고 얼어붙은 몸을 녹이면서 풀빵 다섯 개를 먹었다.
20 할머니는 외아들 하나를 의지하고 살았는데 6.25 때 행방불명이 되어 죽지 못해 이렇게 산다고 푸념을 하셨다. 조그만 단칸방에서 허리를 구부리지도 못하며 할머니는 새우잠을 주무셨다. 나도 사정을 하여 하룻밤 잠자리를 얻어서 담요 한 장으로 몸을 감아서 누웠다.
21 자는 줄만 알았던 할머니는 “우리 아들이 지금 살아 있다면 청년의 나이쯤 되었을 것”이라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눈물을 흘리셨다. 얄궂은 운명을 탄식하는 할머니의 신세타령에 나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22 잃어버린 자식이 혹시나 돌아오려나 하는 기대와 함께 괴롭게 70여 평생을 살아오신 할머니, 이 할머니의 심정이 바로 하나님의 심정이 아니겠는가 하고 생각하니 나의 심장은 뜨겁게 용솟음쳤다.
23 외로우신 하늘, 슬픔에 잠기신 하늘, 어느 누구든 붙들고 통곡하고 싶으신 하늘의 심정을 체휼하면서 밤을 새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