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삼방동 전망대까지 산책했습니다.
전망대 유리바닥 위에 돗자리 펴고 삼삼오오 모여 앉았습니다.
평소에 썼던 시를 옮겨 적고, 지금 드는 마음을 썼습니다.
눈이 내려 포근할 줄 알았던 날씨
‘오늘은 저번처럼 춥지 않네’ 하며 안심하다가도
이따금 부는 바람에 종이 날라가고
눈 녹아 만들어진 물웅덩이에 종이, 바지, 양말 젖고..
몇 분에 딱 한 번 부는 바람이 몹시도 거칠어서
우리는 자꾸만 오그라들었습니다.
또 벌떡 일어나
저멀리 날아간 시 잡으러 달렸습니다.
풀떼기 사이로 낀 내 마음, 시 종이 구조합니다.
중간에 합류한 재인이는
물 고이지 않은 곳 찾아 돗자리 펴고,
털썩 앉아
필기도구와 간식을 펼칩니다.
묵묵히 시를 씁니다.
모두가 시를 다 썼습니다.
돗자리 붙여 한자리에 모입니다.
재인이, 예원이, 미영이가 시 낭송합니다.
이경아 선생님께서 넉넉히 챙겨주신 과자 먹고,
재인이가 챙겨온 뜨근뜨근한 녹차 마시고, 초코우유 마십니다.
철암천, 철암역두 선탄장과 철암역 바라봅니다.
다음에는 어디서 할까?
재인: "특별한 곳으로 가면 좋겠어요."
"추운 곳 말고 따듯한 곳이요."
"바람이 불지 않는 곳이요."
하하, 아이들의 제안이 반갑습니다.
"강아지와 인사한 곳이요."
"거기가 우리 할머니 가게야."
"오 진짜?"
"응, 거기 미영이네 할머니 가게야."
재인: "의견 있어요. 다른 사람 집에 부모님 허락 맡고 가는 것 어때요? 예원이와 우리 집은 너무 멀고 예봄이와 미영이네가 있어요."
좋다. 미영이랑 예봄이 의사를 물어야겠네.
예봄: "내 집은 오지 마..."
미영: "저희 할머니 가게에서 해요."
미영이 할머니네 가게에서 해도 되는지 여쭙기로 합니다. 허락해 주신다면! 거기서 시 쓰기로!
미영이 할머니네 가게, 장미열쇠는 온갖 도구들이 있는 보물창고입니다.
미영이네 할머님은 방학 때마다 오는 손자손녀 기다리십니다. 손자손녀가 자랑스럽습니다. 태권도, 주짓수, 컴퓨터... 잘하는 것도 참 많대요. 손자손녀 사랑이 느껴집니다.
미영이에게는 방학 때마다 가는 곳이고, 사랑하고 사랑주는 사람이 있는 곳입니다. 미영이에게 참 특별한 곳이겠지요.
다른 아이들에게는 귀여운 강아지가 있는 곳이지요. 친구 미영이의 가족이 있는 곳이지요.
미영이가 가게에 있는 장판을 언급하며 따듯하다 말합니다.
아- 특별하고, 따듯한 곳으로 제격입니다.
미영이의 확신에 우리는 이미 허락받은 듯한 마음입니다.
미영: “얼룩이가 장판 위로 올라올 수 있어요.”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는지 묻기도 합니다.
모임을 마치고, 도서관으로 돌아가는 길에 들러 여쭙기로 합니다.
재인: “의견 있습니다! 놀기를 하다 갈까요?”
재인이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하며 놀자고 제안합니다.
모두가: "좋아!"
가방에 짐 넣어 무게를 더하고, 바람을 피해 차 앞에 외투, 돗자리, 종이... 모아둡니다.
자, 이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하자!
몸 움직일까 말까
킥킥 웃습니다.
뒤돌면 마주하는 서로의 모습에 싱글벙글 웃습니다.
술래를 쳤다! 도망가자!
꺄르르 웃습니다.
재인, 예원, 예봄, 미영이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신발 떨군 채 도망갑니다.
추위는 잊은 지 오래입니다.
이제는 도서관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재인: "우리 돌아서 가는 거 어때요?"
일부러 먼 길로 돌아서 갑니다.
갱도 길 걸어갑니다.
신설교에서 까치발건물 바라봅니다.
탄광으로 일하러 가는 남편 배웅하는 아내의 모습을 봅니다.
아직도 누군가 살고 있을 듯합니다.
철암탄광역사촌에서 철암 옛 모습 봅니다.
언니들 따라가던 예봄이가 무서워서 발 못들이니
한 직원분이 “하나도 안 무서워~ 안에 불 다 켜져 있어~”하시며 안심시켜 주십니다.
예봄이가 용기 내어 건물 안으로 들어옵니다.
“하나도 안 무섭지~?”
이곳저곳 둘러봅니다. 철암 골목, 장터...
그때 그 시절 찬찬히 보다 나왔습니다.
다 둘러보지 못해 아쉬워 발걸음이 느립니다.
다음에 시간 나면, 또 오기로 합니다.
장미열쇠, 미영이 할아버지 가게 들릅니다.
마침 할아버지께서 나와 계십니다.
미영이가 할아버지께 다음 시 모임을 여기서 해도 되는지 여쭈니,
손님 오시니 안 된다고, 장사해야 한다고 하십니다.
아아, 그렇군요.
아쉬운 마음 접고, 물러납니다.
아까 못다 본 체험관 갈까~ 저쪽 갈까 즐거이 고민하며 도서관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이들이 먼저 제안하고, 만들어간 오늘 동동시 모임.
풍성했습니다. 고맙습니다.
2025년 1월 14일, 화요일
선택활동 계획서 <동동시>
[동동시] 첫 번째 모임, "산책하고, 시 쓰는 게 좋아서요."
[동동시] 두 번째 모임, 겨울에 동동 떨며 쓰는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