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로 들여다 본 사찰 20. 업경대
▲ 업경대.
선악 행적 거울 비춰
권선징악 상징적 역할
불교에서 거울은 진리, 깨달음을 얻은 정신 등을 나타낸다. 현대인들이 옷매무새를 다듬고, 각종 치장을 할 때 쓰는 등 거울을 생활용품으로 사용해 왔다면 불교에서는 고려시대부터 일종의 종교적 장엄구로 활용된 셈이다.
불교도가 많은 일본에서도 거울을 깨달음의 도구로 보기는 마찬가지. 이 같은 사실은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이노센스’에 등장하는 인물의 대화 중 “자신의 얼굴이 일그러져 있는 것을 거울을 탓해 무엇하랴. 거울은 깨달음의 도구가 아니라 헤메임의 도구인가”를 통해서도 드러나는데, 이는 거울에 종교성을 포함한 많은 상징적 의미가 내포됐음을 의미한다.
현재 불교에서 거울을 종교적 장엄구로 활용한 대표적 예는 ‘업경대(業鏡臺)’다. 업경대는 지옥의 염라대왕이 지녀 인간의 죄를 비춰본다는 거울로 ‘업경’ 혹은 ‘업경륜’이라고도 불리는데, 죄인이 지은 선악의 행적이 그대로 나타난다고 한다.
연화받침이 화염문으로 장식된 업경을 사자가 받치는 형태를 띠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크기는 보통 50~60㎝인데, 국내에서는 전등사와 무량사 등의 업경대가 대표적이다. 《예수시왕생칠경》, 《사분율행사초자지기》, 《지장보살심인연시왕경》 등 각종 경전에서도 업경대에 대해 묘사한 부분이 많다. 특히 《예수시왕생칠경》에서는 지장보살이 지옥의 문 앞에서 울면서 업경대를 지켜보는 가운데 죄를 변호해 주기도 했다고 하는데, 이 같은 이유로 시왕을 봉안하는 지장전이나 명부전에 업경대를 설치하는 사찰이 많다고 한다.
또 《대당서역기》를 통해서도 불교 발상지인 인도에서도 오래 전부터 업경대가 제작됐음을 알 수 있는데, 이로 미뤄 업경대는 불교에서 권선징악의 상징적 역할을 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출처 : 금강신문(https://www.ggbn.co.kr)
[출처] 돋보기로 들여다 본 사찰 20. 업경대|작성자 안동처사 택전 윤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