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오백에 삼십'/정동윤
올해가 가기 전에,
더 춥기 전에 대학로에 가서
연극 한 편을 때려야겠다고
마음먹고 이리저리 검색하다가
'오백에 삼십'이 걸려들었다.
아침 먹으면서 아내에게
얘기했더니 오늘 당장 가자고
반찬 얹어주며 반색했다
더구나 코미디라니.
예매를 위해 네이버로 들어갔지만
이런저런 절차가 번거로워
현장 구매로 마음먹고 집을 나섰다.
오후 1시 반에 대학로
JTN 아트홀에 도착하여
티켓 구매를 하는데 평일 할인으로
일 인당 2만 원이라고 하였다.
네이버 등으로 예매하는 것보다
천 원이 비쌌다.
단돈 천 원이 푸대접으로 느껴져
순간 욱하는 생각이 들어
연극 계획을 접고 영화관으로 갈까
고민하다가 아내의 의견으로
연극으로 결정하고 카드를 긁었다
쪼잔한 나를 위로하면서
이화동을 산책하며 기다리는 동안
아내는 점심과 커피를 사주었다
시간이 되어 4층 극장으로 가면서
'이노무시키들 재미없기만 해봐라'
속으로 벼르고 벼르며 올라갔다
무대가 열리길 기다리는데
연극 전의 이벤트로 떡볶이 나눔과
또 추첨으로 와인과 건강검진권을
선물하는데 내가 그 건강검진권에
선택되었다.
어느 동네 3 층집 돼지 빌라에서
벌어지는 생계형 코미디로
슬픈 희극이었다
떡볶이 파는 젊은 부부(아내는 베트남 출신), 고시생,술집에 다니는
젊은 여성, 중국집 배달원, 옥탑방
젊은이,나이 든 동네 할머니
그리고 과부인 집 주인이 펼치는
평범한 일상의 잔잔한 생활이
급기야 살인 사건으로 번져가는
그리고 질시와 의심, 고자질로
씁쓸한 욕망의 뒤치다꺼리가
오해와 갈등이 뒤섞여서
혹시나 비극으로 번질까 걱정했는데
뜻밖의 반전으로 오해가 풀리고
살인 사건은 해프닝으로 끝나면서
구성원 모두가 서로 위로하고
소주 한 잔 나누며 마무리된다.
재미없었으면 후기를 쓸까?
나이에 대한 역차별로 느꼈던
인터넷 예매의 불편함은
웃고 나오면서 사라져버렸고
건강검진권을 선물받은 아내는
스케쳐스로 가서
내게 운동화 한 컬레 사 주었다.
연극 한 편 4만 원에
점심+건강검진권+운동화
이만하면 괜찮은 장사 아닌가요.
첫댓글 와우~ 글발 끝내줍니다.
이런 코미디를 브랙코미디라고 하던데요?
그나저나 오백에 삼십?
보증금 500에 월세 30?
블랙코미디는 잔혹하고 기괴하며 정치 등을 풍자하는데 이건 좀...
예, 보증금 오백에 월세 삼십.
@정동윤 ㅎㅎㅎㅎ~ 제가 착각했군요.
암튼 하나는 맞았으니 50점은 되네용.
괜찮은 장사 맞아요.ㅎㅎㅎ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