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좋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박지성 선수가 프리미어리그 골을 기록했습니다. 컵 대회가 아닌 리그에서 골을 넣기는 처음이기에 한국 축구 역사에도 길이 남게 되겠죠.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첫 골을 넣은 한국 선수!
이번 역시 역사의 현장에서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 풀햄이 토튼햄을 꺾었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지난 원정 경기에서 활약을 보여준 박지성 선수가 자신감을 가지고 경기할 수 있겠지? 하는 은근한 기대감도 가진 채 경기를 기다렸습니 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경기장에 도착했습니다. 경기 시작 2시간 30분전. 평소에는 한산하던 경기장이 시끄러워졌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새로운 티셔츠의 출현입니다. 지난 리버풀 전에서 게리 네빌이 펼친 세레머니에 대해 징계가 내려진 데 따른 것인데요, 티셔츠 중앙에는 세레머니를 하는 게리 네빌의 사진이 등장하고 그 아래에는 ”100% Red!”라는 문구가 박혀 있습니다. 맨체스터 팬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라고 할까요.
사람들은 끊임없이 몰려오고.. 그 틈에 가만히 서 있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한국에서 과연 내가 할머니가 될 즈음이면...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을까?’ 40년이 넘게 맨유나이티드를 응원해 온 아저씨, 부다페스트에서 날아온 가족 팬들, 사이좋게 손을 맞잡고 레플리카를 맞춰 입은 채 '마실'나온 노부부… 정말 항상 볼 때마다 너무 부러운 모습들이 가득한 풍경이었습니다.
경기 시작 전 선수들이 차례로 VIP석쪽으로 입장합니다. 오늘도 역시 스콜스 선수는 아들과 함께 등장했고, 퍼디낸드, 솔샤르, 로시, 피케 등이 나란히 자리를 잡고 경기를 관전하기 시작했습니다. 눈 부상으로 이번 시즌을 접은 스콜스 선수, 시야에 문제가 있다고 들었는데… 과연 저 멀리에 있는 경기가 보이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하더군요. ^^;;; 정말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습니다… ^^;;; 경기 관전 내내 유나이티드 선수들 입은 쉴새 없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입 속에는 다들 껌을 씹고 있더군요. 역시 퍼거슨 감독님의 영향 때문일까요. 어쩌면 다같이 입을 맞춰서 껌을 씹는지.. 피식 웃게 되었답니다.
오늘은 모두 8명의 한국 취재진이 경기장에 모였습니다. 오랜만에 많은 한국 취재진들이 모였기 때문에 다들 웬지 한 골을 기록할 것 같다는 분위기... 그래서 경기 시작 전에 "오늘 몇분 정도에 골을 기록할지" 대화를 나누며 내심 들뜬 기분으로 경기를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풀햄전의 박지성 선수는 선발 출전으로 오른쪽 미드필더를 맡았습니다. 맨유나이티드가 4-4-2 전술로 뽑아 들었기 때문이죠. 최종 투톱은 반 니스텔루이와 사하가 맡았지만 4-3-3 전술과 비슷하게 박지성 선수와 호나우도는 양면 사이드를 침투하기 시작했습니다.
경기 시작부터 가벼운 몸놀림과 날카로운 패스를 선보이며 홈 팬들을 설레이게 만든 지성 선수.. 전반 3분 날카로운 코너킥을 시작으로 풀햄전의 골문을 두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유난히 몸이 가벼워보이고 공격적인 플레이에 따라 홈팬들 역시도 박지성 선수가 공을 잡으면 일어서며 환호성을 지르며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내심 한국인 선수에 대한 큰 호응에 어깨가 들썩이기도 했습니다. 홈 팬들에 대한 믿음과 지지가 날로 늘어나는구나…
이제는 박지성 선수가 달라졌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좋은 기회가 생겨도 다른 선수들에게 양보하며 패스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기회가 생기면 강력한 슈팅을 시도합니다. 몇 번의 아쉬움과 함께 전반 6분, 드디어 골이 터졌습니다. 상대 수비수를 맞고 들어간 아쉬움 은 있었지만, 눈 앞에 박지성 선수의 슛이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흥분의 도가니와 함께 한국 취재진 들은 소리를 지르며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며 축하했고, 순간 지난 버밍엄에서의 첫 골이 생각납니다. 이렇게 좋은 순간을… 그토록 힘들게 보냈는지… 역시 기쁨을 같이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박지성 선수의 첫 골로 경기를 쉽게 풀어나갈 수 있었고 풀햄 역시도 저력이 있는 팀 답게 유나이티드를 바짝 따라잡기도 했습니다.
이날 두 골을 넣은 호나우도 선수! 평소와 다르게 개인적인, 단지 보여주기만하는 플레이는 사라졌고 팀을 위한 플레이를 선보이며 날카롭고 좋은 모습과 함께 2골이나 기록을 하며 날아 다니더군요. 나무랄 곳 없이 깨끗하고 멋있는, 재치 있는 슈팅들. 무슨 영향이 있었는지 확연히 달라진 플레이와 함께 다시 예전의 포르투갈 대표팀의 모습을 찾아가는 모습이었습니다. 호나우도 선수가 첫 골(팀 2번째 골)을 기록하고 세레모니를 할 당시, 쫓아오던 브라운 선수를 버리고 벤치로 달려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브라운 선수를 제치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 그에 답하듯 코치님께서 나와서 칭찬해주시더라구요. 순간 박지성 선수의 지난 월드컵 세레모니를 연상하기도 했습니다. 주전 선수들의 부상으로 공백이 많지만 박지성 선수와 호나우도가 그 자리를 점점 매꿔주는 모습이 너무 좋아 보이더라구요… 하지만 오른쪽에서 올리는 박지성 선수의 코너 킥은 안정감을 찾아가는 반면에 왼쪽에서 올리는 호나우도 선수의 코너킥 은 불안한 면이 많이 보이더군요… ^^;;;
전반 초반과 다르게 박지성 선수의 활약이 다소 사그 라 들었고 퍼거슨 감독님이 경기 뒤에 인터뷰한 것과 같이 게리 네빌이 통증을 호소하면서 박지성 선수와 함께 경기장을 나갔습니다. 비디치 선수와 루니 선수와 교체되는 두 선수... 아쉬움을 보였습니다 . 교체 순간 경기장내 안내방송이 끝날 때까지 박지성 선수는 교체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오랜만에 박지성 선수의 헤어 스타일이 변경되었습니다. 풀햄전 전날 머리를 잘랐다고 하던데 아직 조금 남은 파마기와, 오랜만에 보는 짧은 머리. 아직은 어색한 모습이지만, 새로운 시작과 함께 좋은 일들이 가득 생겨났으면 좋겠습니다.
홈 팬들 앞에서 박지성 선수의 첫 리그 공식 골이 터져 나왔습니다. 한 층 자신감 붙고 점점 좋아지는 플레이를 보여주는 박지성 선수. 부상 없이 앞으로 자주 골을 선사하여 밤 잠을 설치는 한국 축구팬분들에게 좋은 모습과 보답했으면 합니다.
맨체스터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