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여 년 전 그들은 요셉의 옷을 빼앗아 찢고 그를 이스마엘의 상인들에게 팔아버리고 염소의 피를 묻혀서 아버지에게 들고 갔었다. 자기들보다 더 사랑받는다는 증거인 채색옷을 찢고 위선과 거짓의 옷을 입은 채 20년 세월을 살았다. 그렇게 아우를 팔아치운 그들의 죄는 완전 범죄처럼 세월 속에 잊히고 있었다. 그러나 마침내 그날이 다가오고 말았다.
(창 44:11) 그들이 각각 급히 자루를 땅에 내려놓고 자루를 각기 푸니 (창 44:12) 그가 나이 많은 자에게서부터 시작하여 나이 적은 자에게까지 조사하매 그 잔이 베냐민의 자루에서 발견된지라 (창 44:13) 그들이 옷을 찢고 각기 짐을 나귀에 싣고 성으로 돌아가니라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가까스로 애굽 이인자의 의심을 벗어나서 시므온을 구출해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었는데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었다. 그렇게 우려했고 일어나지 말아야 할 그 일이 벌어진 것이다. 사랑하는 막내 베냐민의 자루에서 자기들에게 선을 베푼 총리의 잔이 발견되었다. 베냐민이 누구였던가? 그는 아버지의 목숨과도 같고 자신들이 이십여 년 전에 옷을 찢고 팔아버린 생사도 모르는 그 아우의 동생이었다.
본 구절에서 우리는 절묘한 감정의 교차를 느끼게 된다. “그들이 옷을 찢고 각기 짐을 나귀에 싣고 성으로 돌아가니라” 분명 청지기는 그 잔이 발견되는 사람만 종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들은 베냐민의 자루에서 잔이 발견되자 각각 자신들의 옷을 찢고 성으로 돌아갔다. 이십 년 전이었다면 동생의 멱살을 잡고 네가 왜 이런 짓을 했냐면서 아우의 옷을 찢었을 그들이 오히려 자기들의 옷을 찢었다. 그들은 황망하고 당황해하면서 이렇게 고백했다.
(창 44:16) 유다가 말하되 우리가 내 주께 무슨 말을 하오리이까 무슨 설명을 하오리이까 우리가 어떻게 우리의 정직함을 나타내리이까 하나님이 종들의 죄악을 찾아내셨으니 우리와 이 잔이 발견된 자가 다 내 주의 노예가 되겠나이다
그렇게 숨기고 싶었던 바로, 그날의 죄가 떠 올랐을 것이다. 자기들이 옷을 찢고 외국 상인에게 팔아버린 그 아들 요셉의 사건이 이제 다시 베냐민을 통해 되살아났다. 언젠가 우리의 모든 죄를 우리는 대면해야 한다. 숨겨진 것 같지만 결코 숨길 수 없는 것이 죄이다. 언제 어디에서 직면하게 될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반드시 대면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죄다. 그때에는 우리가 남의 옷이 아니라 자기의 옷을 찢어야 한다. 옷을 찢는다는 것은, 언제나 죄와 연관되어 있다. 저놈이 나쁜 놈이라고 생각하면 그놈을 잡아서 옷을 찢고 내가 나쁜 놈이라고 생각이 들면 자기들의 옷을 찢을 것이다. 이십 년 전 그들은 사랑받던 요셉이 나쁜 놈이라 여겨서 그를 잡아 구덩이에 던지고 그의 옷을 찢어버렸었다. 그런데 이번에 베냐민의 자루에서 잔이 발견되자 그들은 자신들의 옷을 찢고 “하나님이 자신들의 죄악을 찾아내셨다”고 외쳤다. 비로소 그들은 이십 년 동안이나 숨기고 싶었던 바로 그 사건 앞에 소환되게 되었다.
(창 44:17) 요셉이 이르되 내가 결코 그리하지 아니하리라 잔이 그 손에서 발견된 자만 내 종이 되고 너희는 평안히 너희 아버지께로 도로 올라갈 것이니라 요셉은 그들에게 살길을 주었다. 베냐민을 빼고 모두 돌아갈 자유와 권리가 있다고 그 길을 열어 주었지만 아무도 살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이것이 죄를 경험하고 죄에서 해방되는 사람들의 두 길이다. 살길을 찾을 것인가, 아니면 죄 앞에서 자신이 죽을 것인가? 수많은 사람이 살길을 찾다가 영원히 멸망의 길을 간다. 그러나 우리가 정작 선택해야 하는 것은, 자기의 옷을 찢고 죄에 대하여 죽는 길을 택해야 한다.
우리가 십자가 앞에 서면 두 길을 발견 한다. 하나는 살길, 곧 살고 싶은 길이고 다른 하나는 죽는 길, 죽고 싶은 길이다. 십자가의 두 강도도 그랬다. 예수님의 십자가 앞에서 한 사람은 살려달라고 했고 한 사람은 마땅히 죽을 자라고 했다. 자신의 죄를 보고 마음을 찢은 강도는 낙원을 약속받았지만, 자신이 살아야겠다고 우기던 강도에겐 아무런 약속도 주어지지 않았다. 오늘 우리는 과연 어느 편 강도일까?
하나님 아버지! 부끄럽게 우리의 죄가 늘 주 앞에 있습니다. 외면한다고 숨길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우리의 죄를 그날에 하나님 앞에서 만나지 말게 하시고 용서의 십자가 앞에서 대면케 하여 주셔서 울며 옷을 찢고 마음을 찢어 죄에 대하여 죽고 의에 대하여 사는 그 길, 그 은혜의 길을 가게 하소서. 그리하여 위선과 거짓의 이십 년 세월을 청산하고 즐겁게 아버지가 계신 본향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이 아침 우리를 새롭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